봄 향기 폴폴 봄나물 그득한 산책길
300년 넘은 느티나무 오늘도 그 자리에
3월은 봄이다. 기온이 높던 낮던 폭설이 내리던 상관이 없다. 이미 가슴속에 찾아온 봄을 느끼며 꽃샘추위쯤이야 가볍게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봄이 다가오고 있다. 봄의 기운 가득 느끼고 싶은 마음에 지난 가을부터 꼭 걸어보고 싶었던 사동 철길 옆 황토길로 달려 나갔다. 여름철 시원한 그늘과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드는 이 길을 지나칠 때 마다 꼭 걸어보고 싶었다. 4호선 철길을 따라 나란히 뻗어있는 철길 주변 완충 녹지에 조성된 산책로다. 계절별 꽃길이 만들어져 사진작가들이며 시민들이 북적거리는 고잔역과 중앙역 주변과 달리 시외버스터미널 사거리부터는 상록수역 근처까지는 야트막한 언덕위에 산책길로 조성되어 있다.
흙길 걸으며 봄을 느껴요
철길 주변 산책로는 인근에 주택가도 없고 주차시설도 편하지 않아 마음처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길이다. 걷다보면 도로로 뚝뚝 끊어져 사색을 방해하기도 하고 인적이 드물고 조명시설이 없어 늦은 시간은 이용자가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길 산책로의 가장 큰 매력은 흙을 밟고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길가 한 교회에 주차를 하고 한양대역 전철역과 상록수역 사이 철로변을 걷기 시작했다.
산책길에 만난 한 시민은 “요즘 흙길을 산책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는데 이곳에 오면 흙길을 걸으면서 자연을 느낄 수가 있어 좋아요. 흙길은 포장된 길을 걷는 것보다 무릎이나 발목에 충격이 적어 기분 좋게 산책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누런 흙이 제 몸을 드러내어 갈 길을 밝혀주는 길. 가던 길을 멈추고 몸을 구부리자 이제 막 싹을 틔운 잡초와 몇 주 후 누군가의 밥상에 올라 봄맛을 전해 줄 쑥과 냉이가 벌써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 평의 땅이라도 놀릴 수 없다’는 뜨거운 농부의 피를 물려받은 한 어르신은 산책로 주변 빈 땅에 벌써부터 묵은 밭을 일구고 있다.
흙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푸근한 향기도 봄바람에 섞여 코끝을 간질거린다. 한참을 걷다가 봄나물 캐러 나온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아직 조금 일러서 그런지 쑥이 많이 자라지는 않았다. 한 2주쯤 있어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쉬워하는 그들은 “봄이면 쑥 냉이 캐러 많이 오는 곳”이라고 귀뜸 해 주고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호호거리며 지나간다.
쭉 뻗은 플라타너스 길 장관
이 길은 옛 수인선 철길을 따라 해안도로까지 이어졌지만 지금은 수인선 공사로 상록고가도로 아래에서 더 이상 길이 이어지지 않는다. 수원에서 오는 전철이 한양대앞 전철역에서 4호선과 만나 인천송도까지 연결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수인선은 반 지하로 건설 중이다. 선로 위는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길을 돌아오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장관을 이룬 좁은 길을 만났다. 옛날 수인선 기차와 나란히 달렸을 이 길가에 지금은 철길은 사라지고 플라타너스만이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로 나는 수인선 철길이 공사 중인데 이 좁은 오솔길이 살아남아 역사를 이어갈 수 있을까?
내친 김에 오랜 세월 안산을 지켜온 보호수 한 그루를 만나기 위해 시외버스 터미널 사거리 까지 걸었다. 군데군데 산책길이 끊어져 쉽지 않았지만 멀리서만 바라보던 그 느티나무가 올 봄에도 싹을 준비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시외버스 터미널 사거리 언덕빼기에 서 있는 이동 느티나무는 단옷날 마을 아낙네들이 그네를 메달아 뛰던 나무였단다. 지금도 안산을 오가는 시민들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
멀리서 볼 때와 달리 가까이서 본 ‘이동 느티나무’는 두 사람이 안을 수 없을 정도로 굵다. 가지는 물이 올라 싹을 품었다. 여름내 더위를 가려줄 싱싱하고 푸른 잎을 준비 중인가 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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