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부천-인천 등대모임’은 사교육 광풍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모임이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사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현실 속에서 수 년 동안 모임에 참여 해 온 동시대 이웃들을 만나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들어봤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부천-인천 등대모임이 결성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등대지기 2기 출신의 이준영 씨가 등대장을 맡아 정기적인 지역모임을 꾸렸다. 그렇게 시작된 모임이 어느새 5년째, 그 동안 매월 1회 정기모임을 가지며 친목을 다졌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공개강좌를 열었다.
현재 부천-인천 등대모임에는 80여 명의 회원이 함께 하고 있다. 대부분 학령기 자녀를 둔 30~40대 부모로 현직교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수 년 동안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등대모임의 핵심은 사교육을 절대 받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다만, 아이를 키우면서 성적이나 입시가 아닌 자녀의 삶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부모들의 고민이나 가치관이 성적에만 초점이 맞춰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성숙한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성적보다 중요한 게 훨씬 더 많거든요. 아이의 삶을 중심으로 아이의 성장을 주의 깊이 바라보자는 게 우리들이 추구하는 방향이죠.”
자녀교육은 부부 공동의 몫
세 아이를 둔 공인희 씨는 남편과 등대지기 교육을 들으러 다닐 때가 좋았다고 한다.
“아이 키우다 보면 남편과 단 둘이 함께 할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두 달 동안 주 1회 교육을 받으러 다니면서 아이들 문제에 대해 의논을 많이 했어요. 예전엔 나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해 야속했는데 남편도 나 못지않게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서운했던 마음이 없어졌죠.”
특히, 부모로서 고민을 나누고 동반자로서 함께 하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게 됐다.
“등대지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진짜 내 아이를 위한 게 뭔지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금도 늘 내 아이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맞벌이 부부는 불안함 줄이려 노력해야
외동아들을 둔 이정미 씨는 맞벌이 부부인 탓에 고민이 더 컸다.
“맞벌이다 보니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 학원을 많이 보냈어요. 때로 아이가 힘들다고 얘기를 했지만 대안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었죠. 그러다 아이가 학원을 빠지고 몰래 PC방을 다니는 걸 알게 됐어요.”
이후 아이와 속 깊은 대화를 통해 학원을 줄이고 생활에 변화를 줬다.
“아이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는 걸 솔직히 인정했어요. 아이를 믿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이 되긴 하지만 대화를 통해 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려고 노력해요. 아이가 잘 해줬을 땐 고맙다는 말도 많이 하고요.”
진로·진학 결정은 아이 의견 따라야
최영이 씨는 아이의 성향과 의견에 따라 과감하게 진학을 결정한 경우다.
“아이가 평소 영화나 미드를 좋아했어요. 언어감각도 좋았고요. 막연히 문화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갈등이 생겼다.
“사실 평소 성적이 중위권이라고 해도 일반고에 진학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았어요. 대화를 하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사회적인 성공과 아이가 원하는 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죠. 아이 의견에 따라 영상미디어 관련 특성화고로 진학했죠.”
아이가 좋아하는 일 찾는 게 우선
백남정 씨는 공부를 강요하기에 앞서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먼저라고 말한다.
“많은 부모들이 학원만 보내면 공부를 잘할 것 같은 환상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학원만 다닌다고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 마음이 움직여서 공부를 해야 성적이 오르는 거죠. 그런데 스스로 공부를 하려면 일단 아이의 꿈이나 목표가 있어야 해요. 아이의 동기를 찾기 위해 자극을 주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 찾는 게 우선이죠.”
주도적인 문제해결능력 키워줘야
등대장을 맡고 있는 이준영 씨는 좋은 성적보다 의사소통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학벌보다 실제 업무능력이 좋은 사람이 결국 인정을 받아요. 아무리 학벌이 좋아도 전반적인 업무능력이 떨어지면 같이 일할 수 없거든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이나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일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사교육을 맹신하는 부모들도, 사교육 걱정에서 자유롭고 싶은 부모들도 결론은 동일하다. 바로 ‘자기주도학습능력’이다.
“성인으로 홀로 섰을 때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 필요하죠. 그게 바로 문제해결력과 자기주도학습능력이고요. 아이들의 주도성을 키우려면 부모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규칙이 너무 많거나 간섭이 많으면 수동적인 아이가 되기 쉽거든요.”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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