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 사는 법

동네빵집 아이모리(Aimori) 주인장 연제홍 씨

지역내일 2014-03-06

“질 좋은 빵을 가족들에게 먹이고 싶었죠”
유화제와 제빵 계량제를 넣지 않은 ‘아이모리’의 빵 드셔보실래요~


한양대학교 앞 작은 빵집 ‘아이모리’에서 매일 질 좋은 빵을 만들고 있는 연제홍(43) 씨를 만났다. 제홍 씨는 2010년 아이모리를 오픈한 이후 유기농밀가루와 유기농설탕을 사용하고 유화제와 제빵 계량제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빵을 만드는 장본인이다. 그와 그가 만드는 빵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이모리


‘아이모리’베이커리 오픈 뒷이야기
연 제홍 씨가 제빵 기술을 배운 것은 그의 나이 27살. 조금 늦은 나이에 제빵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보면 동경 유학을 마친 유학도다. 31살의 나이에 건너 간 일본. 그는 4년동안 일본 유학을 하면서 ‘동경제과학교’를 졸업하고, 곡구분지에서 제빵 공부를 했다.
귀국 후 제홍 씨는 서울 유명 제과점에 취직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그에게 돌아온 것은 17시간 동안 빵을 만들어야하는 고단함과 고된 노동으로 얻은 척추분리증이었다. 척추분리증 때문에 제홍 씨는 3년 간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허리 치료를 받았다.
“나만의 맛과 색깔이 담긴 빵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때였죠. 그리고 그 빵을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먹이고 싶었어요.”
이것이 제홍 씨가 빵집을 오픈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그는 2010년도에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이 나고 자랐고 부모님과 일가친척 모두가 모여 살고 있는 사동에 ‘아이모리’를 오픈했다. 하지만 아이모리 운영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질 좋은 재료를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과 정석대로 진행하는 빵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상의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유화제와 제빵 계량제를 넣지 않은 아이모리 빵은 반죽이 크게 부풀지 않아 많은 양을 만들려면 그만큼 많은 반죽과 작업이 필요했다. 결국 제홍 씨는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의 작은 가게로 이전했다.


양질의 빵, 먹어 본 사람만이 고를 수 있어요
작은 가게 안, 빵마다 직접 쓴 손글씨로 빵에 들어가는 원재료가 적혀 있었다. 그런가하면 아이모리에서 사용하는 모든 원재료들을 손님들이 낱낱이 볼 수 있도록 매장에 진열했다.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빵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공유했다. 제홍 씨가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손님들이 양질의 빵을 구분하려면 제빵 과정과 빵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제홍 씨의 맛과 노력이 통했을까? 아이모리는 소수의 마니아층 입맛을 잡는데 성공했다. 아이모리 단골들은 제홍 씨가 잠시 문을 닫았던 2010년, 많은 아쉬움을 표했었고 온라인상에서 아이모리의 재 오픈을 응원했었다.
제홍 씨의 말이다.
“가족들에게 처음 직접 만든 생크림 빵을 선보였을 때 오히려 휘핑 크림빵이 더 맛있다는 평을 들었어요. 깜짝 놀랬죠. 휘핑크림은 싼 단가로 편하게 만들어 쓰려고 생크림대용으로 쓰는 크림이거든요.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생크림 빵을 먹이기 위해서라도 배운 대로 만들어야겠죠?” 라고 멋쩍게 웃었다.


보다 정직하게 진짜 빵을 만들고 싶다
제빵 과정을 솔직하게 지킨다고 말하는 제홍 씨의 빵. 제홍 씨의 빵은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면서 달지 않고, 빵을 먹은 후에도 속이 편하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제홍 씨는 빵을 먹었을 때 속을 불편하게 하는 효모로 알려진 이스트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빵에 들어가는 이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이스트를 제대로 자연 발효법칙을 지키지 않은 제빵 과정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이모리에서는 대부분의 빵 반죽을 전날 해 둔다. 미리 반죽한 빵 반죽은 5°C 저온에서 12시간 숙성과정을 거쳐 사용한다. 그날 반죽해서 쓰는 반죽 역시 28°C 이하의 실온에서 서서히 숙성시켜 사용한다. 결국 질 좋고, 속편한 빵맛의 비밀은 알고 보면 제빵 과정을 그대로 지키는 정직함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홍 씨는 “저마다 맛과 색이 달랐던 작은 빵집이 줄었다는 것이 서운하다. 손님들에게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작은 빵집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아이모리도 그들 작은 빵집 중 한 곳으로 잘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윤희 리포터 hjyu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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