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전통시장 가는 날 _ 산본시장

푸릇푸릇 봄나물에 눈이 즐겁고, 넉넉한 인심에 마음이 즐거워~

지역내일 2014-03-05

날씨가 한결 따뜻해졌다. 3월이 되니 봄이 정말 코앞에 온 듯하다. 두터운 외투를 벗고 가벼운 봄옷을 꺼내 입으니 몸과 마음이 한결 더 들뜨는 느낌이다. 슬슬 봄을 누려볼까?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 길. 사람들 북적이며 사람 사는 냄새 나는 전통시장에 가고 싶어진다. 특히 이맘때의 전통시장엔 달래, 냉이 등 향긋한 봄나물을 잔뜩 볼 수 있으니 봄 기분 내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기도 하고. 어느 시장을 가볼까? 고민 끝에, 과일이 특히 맛있고 주변 지역까지 소문난 족발집이 있는 곳, ‘산본시장’으로 출발했다. 

시장


달래, 냉이, 쑥, 곤피까지, 시장 안은 온통 봄나물 천지
산본시장에 도착하자 커다란 간판이 시장입구를 알린다. 몇 년 전에 시장 지붕 공사를 모두 완료해 시장 안은 아늑하고 훈훈했다. 입구를 들어서자 채소, 수산물, 떡집, 정육점, 과일가게 등 다양한 품목을 파는 매장들이 양옆으로 쭉 줄지어 늘어서 있다.
산본시장은 다른 재래시장들과 달리 노점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상인들이 길 양옆으로 늘어선 매장 안에서 장사를 하고 있으며 길을 따라 걸으며 매장의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조성돼 있었다. 그래서일까? 시장 내부가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거기다 길을 걷는데 방해가 되지 않아 물건사기도 편하다.
깨끗하게 정돈 된 시장 안쪽 길을 따라 쭉 걷자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전통시장은 흥정해야 제 맛. 제값 주고 다 사면 왠지 손해 본 느낌이 든다.
얼마를 걸었을까? ‘털보네 채소 가게’ 앞을 지나는데 봄나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동안 푸른빛이 그리워서일까? 달래, 냉이, 쑥, 곰취 등 푸릇푸릇한 봄나물을 보자 저절로 마음이 설ㅤㄹㅔㅆ다. “어머, 벌써 달래랑 냉이가 나오네. 봄이 오긴 했나봐.” 채소 가게 앞에 선 손님들도 하나같이 봄나물에 시선을 꽂고 봄이 오는 기운을 느끼는 듯했다.
그러자 채소 가게 주인장의 추임새가 이어진다. “오늘 냉이가 향도 좋고 싱싱해. 가서 된장찌개에 넣어 봐요. 싸게 줄게.” 주인장의 한마디에 리포터도 지갑을 열었다. 향긋한 냉이를 그냥 지나칠 주부들은 많지 않기에.


산본시장 두부랑 수제 어묵은 꼭 먹어봐야
산본시장도 역시나 먹거리가 많다. 시장 먹거리의 대표인 떡볶이, 순대 등의 분식류부터 광명시장에서 유명세를 타 이곳까지 진출한 칼국수집, 각종 빵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저렴한 빵가게, 치킨집, 떡집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먹거리 집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곳에 오면 두부와 수제 어묵을 꼭 맛보고 사가야 한다. 두부는 방금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손두부를 단돈 천원에 판매하는데, 고소하고 뒷맛이 없어 그냥 먹어도 구워 먹어도 정말 맛있다. 크기도 제법 커서 한모만 사와도 가족들이 넉넉하게 먹는다.
뿐만 아니다.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수제 어묵과 핫바도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 시장 안쪽에 자리 잡은 즉석 어묵집은 매장 지하에서 바로 만들어 판매한다. ‘군포시에서 영업허가 받은 유일한 어묵집’,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가게’, ‘체험 삶의 현장 출현’ 등 가게 자랑을 해놓은 표지들이 즐비한 이집은 새우, 야채, 고추, 햄, 맛살, 치즈 등의 핫바를 개당 천원에 판매한다. 크기도 크고 다섯 개를 사면 한 개를 덤으로 주는 서비스도 좋다.
“핫바를 잘라서 계란에 묻혀 구워주면 아이들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어요”
주인방의 핫바 요리 레시피까지 덤으로 얹어 준다.


산본시장의 명물, 줄서서 먹는 족발집
많은 사람들이 산본시장 하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족발집. 시장 입구 주변 상가들 사이에 위치한 ‘장충 왕족발’은 1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하며 인기를 끌다 어느새 바로 옆에 2호점을 낼 정도로 성장했다. 주말이나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살 수 있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족발을 사러 왔다는 한 주부는 “5년째 단골인데, 이 집은 앞다리가 특히 맛있어요. 가격도 2만2000원으로 다른 데보다 몇 천원 더 싸고. 저렴한데 맛도 좋아서 자주 와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문을 연지 30분이나 됐을까? 벌써부터 하나 둘 손님들이 줄을 섰다. 가게 앞에 수북이 쌓인 윤기나는 족발을 보며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듯 했다.
‘그래, 오늘 저녁은 족발이다.’ 앞다리를 주문해 장바구니에 담고서 횡재한 듯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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