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노예 12년

미국 역사의 희생양인 흑인의 인권을 다룬 드라마

지역내일 2014-03-03

1808년부터 미국에서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북부 자유주에서 자유인인 흑인들을 납치해 남부 노예주로 팔아넘기는 납치사건이 만연했다. 스티브 맥퀸이 연출한 영화 ‘노예 12년’은 미국 역사의 희생양인 흑인들의 인권이 어떻게 처참히 짓밟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어릴 적 절반의 내용밖에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눈물 흘리며 공감했던 1977년의 미드 ‘뿌리’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1


자유인과 노예로 두 인생을 산 한 남자의 거짓 같은 실화
1841년, 뉴욕에서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던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사기꾼들의 꾐에 넘어가 납치된다. 정신을 차린 후 그가 도착한 곳은 노예주 중에서도 악명 높은 루이지애나. 그의 자유인 신분은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고, ‘플랫’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노예라는 신분만 주어진다.
이후 솔로몬은 자유인 신분을 되찾기까지 12년이라는 긴 기간을 인권이 박탈된 채 노예로 힘겹게 살아간다. 그의 한 가지 목표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주체할 수 없었던 처음의 분노를 삭여야 하고, 함께 일하는 흑인노예들의 고통에 눈감아야 하며, 잘난 체 해서도 안 되고 아는 것도 모르는 척 해야 한다. 희망을 숨긴 채 힘든 노역과 가혹한 채찍질을 견디며 살아간 12년은 그를 주인의 말에 순종하는 성실한 노예로 바꾸어 놓는다.


배우들의 열연과 흑인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각
솔로몬 역할을 맡은 치웨텔 에지오포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유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영혼을 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노예 플랫의 첫 번째 주인 윌리엄 포드 역할은 ‘셜록’ 시리즈와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로 인기몰이 중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아 인간적인 면모와 냉정함을 동시에 발산한다. 노예들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에선 그들을 쉽게 외면해버리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인물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노예들을 가혹하게 다루기로 악명 높은 플랫의 두 번째 주인 에드윈 엡스 역할은 ‘프로메테우스’, ‘제인 에어’, ‘셰임’ 등에서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준 마이클 패스벤더가 맡아 비열하고 악랄한 농장주로 열연했다. 인간이 아닌 재산에 불과한 여자 흑인노예 팻시에 대한 애정과 집착을 스스로 인정할 수 없어 더욱 잔인해지는 에드윈 엡스는 영화 속 또 하나의 비극으로 느껴진다.
플랫이 다시 솔로몬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되는 인물 베스(브래드 피트)는 영화에서 짧지만 비중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떠돌이 캐나다인으로 에드윈의 농장에서 집 짓는 일을 하던 중 노예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보고 노예제도가 정당치 못함을 당당하게 주장한다. 

영화2


우리 청소년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과서적인 스토리, 혼신을 다한 배우들의 열연과 섬세한 연출, 우리 청소년들이 꼭 봐주었으면 하는 영화다. 하지만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영화에 쉽게 열광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과연 이 영화를 얼마나 볼까 하는 걱정과 의구심도 들었다.
영화는 솔로몬이 가족과 함께 있는 장면으로 시작해 가족과 재회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 외에도 가족의 소중함을 부각시키는 장면은 영화 곳곳에 담겨있어, 가족과 강제로 헤어져야만 하는 노예제도가 얼마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제도인지를 강하게 어필한다. 70년대 드라마 ‘뿌리’는 노예제도의 아픔을 어린이의 가슴에도 절절히 심어주었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노예제도의 아픔을 얼마나 공감할지는 알 수 없다. ‘노예 12년’을 보며 인간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역사의 한 장면을 우리 아이들이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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