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울로 떠나는 시간여행

영상테마파크

지역내일 2014-03-05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써니’,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빛과 그림자’, 그리고 요즘 방송되고 있는 ‘감격시대’까지 옛날이 배경인 드라마와 영화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실제 현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 합천영상테마파크로 여행을 떠났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의 서울거리와 건물들이다. 1960년도에서 70년도의 옛모습도 보여준다.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의 옛서울을 볼 수 있어 추억으로 아름답고, 청소년들에게는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존재해 있어서 즐거운 여행이 되는 곳이다.

국도극장


1920년대 서울거리와 건물들
봄방학, 2박 3일로 여행 계획을 세우던 날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제안한 곳이 합천영상테마파크다. 드라마와 영화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니 당연히 가보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예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던 곳이라 아이들 핑계로 좀 멀지만 떠나보기로 했다.
2004년도에 건립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국내 최고의 특화된 시대물 오픈세트장이다. 합천 시내에서 10여분 자동차로 이동하니 합천영상테마크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자이언트, 써니, 욕망의 불꽃 등 대형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들어가는 입구가 재미있게도 기차역처럼 꾸며져 있다. 기차역 이름은 가호역. 실제 역처럼 승차권 발매소가 있고 친절하게 자동 발매기까지 갖춰져 있다. 성인 3000원, 학생 2000원. 커피값에도 못 미치는 입장료건만 무료로 들어가는 합천군민을 보니 부럽다.
승차권을 발권하고 기차역 안쪽으로 들어갔다. 기차역답게 건물 너머로 실제 기차가 보인다. 합천 영상테마파크 내 건물들은 단순한 세트장이라기보다 실제 건물처럼 지어놓았다. 흡사 40~5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어디를 보아도 어디선가 본 듯한 건물들. 옛 모습이니 직접 보았을리 없다. 하지만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가슴조리며 보던 영화의 한 장면, 드라마의 클라이막스가 또렷이 기억난다.
드라마 각시탈에서 수백명의 조선인들이 조선총독부 앞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던 조선총독부 앞 경성거리, 영화 써니의 데모 현장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뒤엉켜 싸우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소공동 거리가 모두 이곳에 있다.

경찰청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과 함께 본격 조성된 합천영상테마파크
현재는 서울역으로 명칭이 바뀐 경성역 앞에 섰다. 그러고보니 가호역 입구에서 기차를 타고 경성역에 도착한다는 루트인 것 같다. 경성역 내부로 들어가면 안에는 작은 박물관이다. 기차와 관련된 영화 포스터들을 만날 수 있다.
경성역에서 나와 마을처럼 꾸며둔 세트로 걸음을 옮겼다. 반공방첩이란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학교 앞에서나 볼 수 있는 문방구의 모습도 재현되어 있다. 추억의 딱지 놀이들이 한가득이다.
장소를 옮겨 계속 걸어가다보니 번화가가 나타난다. 왼쪽은 조선시대 고종 황제 즉위식과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조성된 건물인 원구단, 오른쪽 편엔 낯익은 국도 극장도 눈에 들어온다. 요즘엔 동시상영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으로 된 영화선전 광고판이 재미있다.
이어 나타난 조선총독부 건물. 일제 강점기 때의 암울함이 그대로 풍겨오는 건물이다. 조선총독부는 광복과 함께 폐지됐고 1995년에 결국 철거되었다고 한다.
중앙우체국 건물에 들어서면 시간에 따라 변화된 우체통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한 무리의 어린이들을 만난 덕분에 시설물 곳곳의 역사를 해설사의 도움말로 들을 수 있었다. 1884년 11월 설치한 한국 최초의 우편행정 관청인 우정총국이 서울중앙우체국의 시초. 1884년 갑신정변으로 우정총국의 업무가 중단되었다가 1895년 지금의 종로구 세종로에 한성우체사가 설치되어 업무를 재개했다고.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시가지 전투가 열리는 장면을 찍기 전까지 단순한 영화촬영지에 불과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개봉과 동시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을 기록했고 더불어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많아지자 합천군은 발빠르게 이곳을 영상테마파크로 조성했다. 2004년 4월에 개장했으며 지금까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고 있다. 그러고보니 시의적절한 판단과 결정이 지역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촬영을 한 후에 이곳을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면 아마 흉물로 전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테마파크로 조성하고 각종 촬영들을 시 차원에서 지원을 해준 전략이 합천을 새로운 문화 관광 명소로 거듭나게 했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싶다면 방문 7일 전까지 합천군청(055-930-4666)으로 사전 예약하면 된다. 배우들의 촬영 모습을 보고 싶다면 홈페이지를 방문해 촬영 일정을 확인 후 방문하면 된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 주변 관광지 ‘합천댐’
합천댐은 낙동강에서 흘러나온 한줄기 황강에 설치된 다목적 댐이다. 댐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인근 지역의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를 공급해 주기도 하고 많은 물을 관리할 수 있어서 댐이 생긴 이후 하류 지역의 농경지들에 홍수피해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합천댐은 빼어난 주변경관까지 갖추었다. 합천댐을 지나 거창까지 이어지는 합천호는 4월이면 합천읍 남서쪽에서 호반도로로 연결되는 백리길에 만개한 벚꽃이 절정을 이뤄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 합천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유서 깊고 격조 높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고장이다. 선사시대 이래로 사람들이 머물러 살명서 삼국시대에는 가야제국 가운데 다라국, 사이기국 등이 이곳을 근거지로 상당한 세력권을 형성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우리 민족의 버팀목 역할을 한 법보종찰 해인사가 세워졌으며 기록 문화의 정수인 고려대장경판도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남명 조식과 내암 정인홍의 정신을 이어받아 강직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던 이 고장 사람들은 임진왜란과 3.1운동 등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떨쳐 일어나 국난 극복에 힘썼다. 현재 합천은 청정한 자연의 고장 합천. 찬란한 문화유산의 보고라는 이미지를 안고 문화와 관광의 메카로 발돋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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