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느라 치열한 시간을 보낸 후 한숨 돌리고 나면 어느새 취업전선에서 저만큼 멀어져 있다. 특별한 자격증이나 기술이 없는 평범한 주부라면 지원할 일자리조차 찾기 어렵다. 다행히 운이 좋아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럴 때 직접 작은 공방을 운영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선택이다. 도예공방 창업을 앞둔 예비 창업자를 만났다.
취미에서 직업이 되기까지
3월 중순, 중동 주택가 단지에 도예공방을 오픈할 예정인 김선숙(상동), 방미진(중동) 씨. 지난해 10월 공방을 공동으로 인수하면서 동업자가 된 후 오픈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두 명 모두 도예의 도자도 모르던 문외한이었다.
김선숙 씨는 지난 2012년 6월 도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복사골문화센터로 아쿠아 수업을 들으러 다녔는데 수강생들이 만든 도예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장터를 본 거에요. 제가 당시 집에서 다육을 많이 키우고 있었는데 다육화분이 꽤 비싸거든요. 내가 직접 배워서 다육화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어 수업을 신청했죠.”
방미진 씨는 지난 2013년 1월 직장생활과 병행하며 저녁 시간에 직장인반 도예강좌를 수강했다.
“학창 시절부터 손재주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손으로 하는 건 다 재밌고 솜씨도 좋았고요. 실제로 리본공예, 냅킨공예, 뜨개질 같은 것들도 취미로 계속 배웠었어요.”
직장생활과 병행하며 야간에 수업을 듣다 보니 쉽지 않았다. 입문반 수업을 끝내고 심화반 수업을 준비하면서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뒀다. 도예를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저 혼자였으면 시작 못했을 거 같아요. 엄두가 안 나서요. 다행히 성향도 비슷하고 공방 운영에 대한 가치관도 비슷해서 서로 용기를 낸 거죠. 둘이라 좋은 일도 어려운 일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작품 활동과 강의 병행 가능
현재 부천여성회관에는 도예강좌가 개설돼 있다. 보통 6개월 정도면 기본적인 과정을 배울 수 있지만 공방을 내거나 강의를 하려면 2년 정도는 배워야 한다. 또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삼으려면 일정 부분 감각도 필요하다.
실제로 도예 전문가들은 공방에서 작품을 만들고 판매처를 확보해 직접 판매하기도 하고, 방과후수업이나 놀이치료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재능기부 형식으로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
특히, 공방은 주부들에게 적당한 분야이기도 하다. 직장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닌 까닭에 아이를 기르면서 시간 활용하기가 좋다. 또 예술 분야다 보니 남녀 성차별적인 요소도 거의 없고 나이 제한도 없는 편이다.
“보통 직장에 다니거나 자영업이라고 해도 나이가 들면 계속 하기 어렵잖아요. 그에 반해 공방은 자기 컨디션만 잘 조절하면 장기적으로 계속 할 수 있어요. 특히 흙을 만지는 일 자체가 자연과 가까운 일이라 매력적이고요. 도예가 빚고 굽는 과정에서 변수가 참 많은데 그 과정을 모두 거쳐 제가 원하는 작품이 나오면 성취감이 대단해요.”
여성들의 꿈에 날개를 달다
복사골문화센터 1층에는 ‘여나래’라는 이름도 예쁜 공간이 있다. ‘여성들의 꿈에 날개를 달다’라는 뜻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을 인큐베이팅 하기 위한 공간이다. 실제로 수공예 분야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 예비창업자와 초기사업자에게 상품 전시판매 공간을 지원하고, 상품 홍보와 판매 체험 활동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참여자들에게 전문가의 역량 강화 교육, 창업 상담 등 전문가 창업 지도 병행을 통해 체계적으로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매출의 10%를 지역사회에 환원하여 소외된 계층에게 지원함으로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방식을 도모한다.
김선숙 씨와 방미진 씨 역시 공방창업을 준비하면서 여나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창업 관련 강의도 많이 들었고요. 서울여성프라자와 인사동 등지를 다니며 견학도 많이 했어요. 또 여나래에서 지역주민들을 만나면서 작품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죠.”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서울은 서울여성프라자라는 공간이 있어서 여성 창업자들이 임대료를 비롯해 초기 투자비에 대한 부담이 적은데 반해 부천은 아직 초창기라 자체적으로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조급히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오랜 동안 공방을 운영하는 게 목표니까 차근차근 다져가야죠. 특히 우리가 공방을 창업한 선두주자니까 더 열심히 해서 나중에 같은 길을 선택한 분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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