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기준이 뚜렷하고, 만들어진 요리를 먹기 좋게 담아내는 예술적 감각과 짧은 시간에 요리를 완성하는 순발력을 가진 슈퍼맨, 우리는 그들을 ‘셰프’라 부른다. 미식가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가는 곳 ‘쭌 이태리 밥집’. 그 집의 주인장인 예사롭지 않은 경력의 이성준 셰프로부터 요리에 대한 열정과 인생이야기를 들어 봤다.
박은전 리포터 jeonii@daum.net
오후 4시경 장항동 코오롱 레이크폴리스 3차에 위치한 ‘쭌 이태리 밥집’, 늦은 점심을 막 끝낸 이성준 셰프를 만났다.
식당 입구에 테라스가 있어 좋군요.
식당 할 만한 장소를 찾다가 테라스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맘에 들어 이곳을 선택했어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층의 구석진 곳이라 결정하기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겨울이라 테라스가 휑하게 보이지만 따뜻한 계절엔 손님들이 무척 좋아하는 공간이랍니다. 장항동 빌딩 사이에 앉아 노천카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죠.
‘쭌 이태리 밥집’은 어떤 곳인가요?
우리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입니다. 전채요리부터 후식까지 풀 메뉴(full menu)를 갖추고, 수프 샐러드와 함께 파스타 리조또 피자 중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도 준비돼 있어요. 한우 1⁺등급 이상을 사용한 스테이크와 돌판 오븐에 구운 피자가 제공되며 모든 음식에 조미료를 쓰지 않고 육수를 직접 만들어 맛을 냅니다. 저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거’ 아주 싫어해요. 항상 정직하고 정확한 맛을 내기위해 노력합니다.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대학 3학년 때 요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요리학원으로 달려갔죠. 평소 요리를 좋아했고 관심을 갖고 있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그 후 일을 배우려고 강남의 유명한 레스토랑을 여기저기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그 중 한 곳에서 2~3년 동안 설거지를 하고 해산물을 손질해 육수를 뽑는 일과 잡일 등을 했지요. 그 땐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 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어요.
요리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였나요?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을 맡고 있을 때 ‘인천 하얏트 리젠시 호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장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았어요. 34세 쯤 됐을 때입니다. 호텔에서 7년간 일하면서 많은 요리대회와 배틀에 참가했고 요리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밑바닥에서부터 내공을 쌓아 온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요리도 기초가 중요합니다. 공부나 요리나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똑같아요.
기억에 남는 요리 배틀은
호텔에서 일할 때 중앙일보에서 주최하는 ‘셰프 배틀’에 참가했었죠. 시합 일주일전에 주제를 통보받고 애피타이저 메인요리 디저트, 3가지 요리를 구성해야 했는데 그 때 주제가 ‘쌀’이었어요. 쌀은 특유의 맛이 없어 무척 난해하게 느껴졌죠. 그래서 쌀을 무스형태로 만든 애피타이저에 안심스테이크 가장자리를 라이스크러스트로 감싼 메인요리, 쌀 브라우니와 파르페로 디저트를 선보였지요. 무스와 파우더, 크리스피한 쌀의 질감 차이로 승부를 걸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요리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요리사가 ‘절대 미각’을 타고나면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저는 평범한 미각을 가진 보통사람입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남보다 앞서려면 노력을 더 하는 수밖에 없어요. 남들 1시간 일할 때 2시간 일하고 그렇게 하루 14~15시간 일했습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미각을 키울 수 있었고 요리의 주가 되는 맛을 잡아낼 수 있는 정도의 미각을 갖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까르보나라’의 메인 맛인 계란노른자 베이컨 치즈의 비율에 따른 고소하고 무거운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정도죠.
요리사가 꿈인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대중매체에 요리사가 자주 출연하고 요리 배틀도 많아 요즘은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 듯합니다. 요리사란 직업은 편하고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릅니다. 환상을 가져서는 안돼요. 수많은 대학의 조리학과 졸업생 중 9개 특급호텔에 취직되는 인원은 한정돼 있어요. 다들 이상이 높아 개인 식당에서 일을 배우려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 오기도 하는데 보장된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요리사가 적성에 맞는지 잘 생각해보고 목표를 세운 뒤 목표 의식에 대한 끈기와 준비된 자세로 일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는 꼭 찾아옵니다.
위치 장항2동 코오롱 레이크폴리스 3차 B동 205호
문의 031-922-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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