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유효기간을 알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랑

지역내일 2014-02-17

“1년째엔 가구를 사고, 2년째엔 가구를 재배치하고, 3년째엔 가구를 나누죠.” 남녀 간의 사랑이 유지되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 논하는 코믹멜로 영화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 연인들에게 유쾌한 고민을 선사한다. 

영화


소심한 싱글남과 화끈한 매력녀의 유쾌한 사랑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3년 만에 아내와 원수가 되어 헤어지게 된 마크(개스파드 프로스트)는 더 이상 사랑을 믿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사촌의 아내 알리스(루이즈 보르고앙)에게 첫눈에 끌리게 된다. 이렇게 해서 사랑을 믿지 않는 소심한 싱글남 마크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매력적인 유부녀 알리스의 사랑은 어렵게 시작된다.
그런데 졸작일 줄 알았던 마크의 책이 의외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면서 이들의 사랑은 깨질 위험에 처한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알리스에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필명으로 출간한 책이 인기를 끌면서 실명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작가로서의 성공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심한 마크, 운명과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감한 알리스, 두 사람의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위트와 음악이 버무려져 기분 좋게 만드는 영화
이혼한 싱글남과 매력적인 유부녀의 사랑, 프랑스에서는 사랑 앞에 주변의 이목은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겠지만 우리 정서에는 살짝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 부담스러운 설정이 위트와 유머로 거리낌 없이 유쾌하게 다가온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허벅지에 올린 상대의 손길이 고무장갑처럼 느껴지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영화음악의 거장 미셀 르그랑의 음악은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한다. 음악적 취향이 비슷한 두 사람의 사랑은 미셀 르그랑의 음악을 통해 시작되고 깊어지고 완성된다. 아카데미와 그래미상을 석권하며 전 세계에 프랑스 영화음악을 드러냈던 미셀 르그랑은 극중에서 마크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로 여러 번 언급된다. 젊은 시절의 미셀 르그랑과 샹송 가수 나나 무스쿠리가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OST ‘I will wait for you’를 부르는 자료 화면이 사용되기도 하고 영화의 끝 부분에는 현재의 미셀 르그랑이 특별출연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한다. 영화를 보며 어느새 사랑에 대해 유쾌하게 고민하고 잔잔한 음악 속에 마음까지 녹아든다.

영화2
 
사랑에 대한 다양한 정의
‘사랑은 현실이란 햇살이 비추자마자 소멸하는 안개’, ‘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바랜다’, ‘21세기의 사랑은 답 없는 문자 메시지’ 등 영화는 사랑의 기간을 한시적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주위에서 해로하며 서로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노부부의 모습을 우리가 행복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녀 간의 뜨거운 사랑을 넘어 정과 의리, 이해가 깔려있는 사랑을 그 속에서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네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는 현실을 바라보면 어쩌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도 안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면 3년이라는 기간 안에 서로에 대해 흥분하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정열적 사랑을 넘어 이해와 정이 담긴 푸근한 사랑으로 승화될 것이다. ‘사랑은 짧은 시일에 변치 않고 심판일 까지 견디어 나가느니라.’ 400여 년 전에 말한 셰익스피어의 사랑이 시대를 초월해 더 가슴에 와 닿는 건 인생의 깊이를 느낄 나이기 때문일까.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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