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선진국을 만드는 교실복지 - 1. 수업복지

즐거운 수업, 자기주도학습 통해

모든 아이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계발한다!

지역내일 2014-02-17

 



그 동안의 교육복지 논의가 교육비 경감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교육의 질과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신년연설을 통해 ‘2014년을 선진국형 교실복지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즐거운 공부를 위한 ‘수업복지’와 최고의 환경을 위한 ‘시설복지’ 저마다의 꿈을 키워가는 ‘진로복지’를 정책 비전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강원도 학교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그 첫 번째 순서로 즐거운 공부를 위한 ‘수업복지’에 대해 알아봤다.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수업


 


“아이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문제해결을 위해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아주 즐겁습니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을 할 때와는 달리 아이들의 뇌세포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모둠별 협력학습과 문제해결식 프로젝트학습을 중심으로 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원주 ‘북원여중’ 함점순 교사. 그녀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어떻게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아이들이 교실에서 만나는 문학작품들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분석하고 암기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함교사의 수업은 전혀 달랐다. 문학이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처럼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것,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학생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


1학년 교과서에 들어있는 모든 시를 통합해 한 달 정도 진행된 수업. 시라는 양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마친 뒤, 학급의 모든 아이들에게 시집 한 권씩을 들고 편안하게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새로운 시를 발견하기도 하고 시를 읽으며 깔깔거리기도 한다. 다음은 자기가 고른 시를 누군가에게 배달하는 형식으로 감상을 쓰고, 자작시도 쓴다. 이렇게 모인 시들은 자기 모둠만의 개성을 살린 시집과 시낭송 동영상으로 탄생했다. 시낭송 축제와 작가와의 만남까지 이어지는 국어 시간. 손택수 시인은 학생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에 감동 받아 ‘북원여중’을 소재로 ‘웃음상자’라는 시까지 창작해주었다.


 


자신감을 얻고 자존감을 높이는 수업


 


“아이들이 스스로 존중받는 느낌이라고 말하더군요. 즐겁게 깊이 있는 공부를 한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자신감, 세상을 헤쳐 나갈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토론학습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홍천초등학교 최고봉 교사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성숙한다’며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토론 교육의 가치라고 말한다.


최 교사가 진행하는 자료조사, 독서, 글쓰기 등이 접목된 토의, 토론 수업은 국어, 도덕, 사회과에서 토론이 가능한 수업을 찾아 재구성 하는 것. 예를 들어 지역의 문제를 다루는 수업에서는 ‘환경과 개발’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고 토론을 진행했다. 어렵고 딱딱할 것 같은 토론이지만 반 전원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과 진행만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어려운 주제도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수업의 또 다른 축은 직접 발로 찾아가서 보는 느끼는 체험 중심 수업이다.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는 홍천 뿐 아니라 서울과 강릉 등 곳곳이 학습의 장이 되었다. 그 결과 모듬 별로 주제가 있는 신문을 만들기도 하고, 지역신문에 어린이 칼럼을 기고 할 수도 있었다.


“이런 수업을 1년 동안 지속했더니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이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수업이 재미있지 않으면 견디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재미만 있고 배움이 없는 수업은 교육이 아니죠. 실제로 아이들도 이 두 가지를 함께 경험했을 때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며 성장해 나갑니다.”


 


 선진국형 수업 복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수업 혁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교실의 학생들을 만나보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교사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발표도 적극적으로 한다. 자연스레 수업 중에 조는 아이들도 없어지고, 학업포기자도 줄어든다.


함점순 교사는 이런 모습이 수업을 통해 이루어진 변화라고 말한다. 모둠별 협력학습을 하면서 서로 묻고 답하며 배우는 것이 일상화 되었고, 활동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의 노력과 열정 없이는 이러한 ‘수업 복지’는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다. ‘북원여중’의 경우도 수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교사들의 ‘수업 연구회’가 3년째 진행 중이다.


“교과서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수업을 고안하는 일은 기존 수업에 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어사용능력 신장과 문학적 감수성을 기르는 국어 교육의 본질을 실천하는 데서 오는 보람이 더 컸습니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발표 하나 제대로 못하고 학습동기나 행복감은 세계 꼴찌 수준인 현실은 국제사회에서도 조롱거리가 된지 오래. 교실에 오랫동안 앉아 교사가 말하는 것을 듣고 적고 외우는 일은 이제 더 이상 교육이 아닌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수업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밖에 없다.


반가운 일은 강원도교육청이 선진국형 교실복지의 일환으로, 수업복지 실현의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교육선진국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참여형 협력수업과 학생 수준 맞춤형 지도를 강원도 학교에 확산시키기 위해 수업 연구에 대대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학습 비중이 큰 국-영-수 수업혁신 릴레이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해 전국적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수업 혁신을 통해 아이들이 공부를 즐거워하고, 학습부진은 최소화되는 것, 가정형편과 무관하게 모든 아이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계발하는 것이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한 최고의 복지라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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