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취업자수가 12년만에 크게 늘어난 가운데 여성경제활동인구도 6개월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지난달 여성 고용률은 47.4%로 여전히 낮지만 고용률 증가폭은 1.1%포인트로 지난 2002년 3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 경력단절 여성들이 사회로 돌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고용시장 변화 알고 눈높이 맞춰라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아니하다)라는 말처럼,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고용시장과 자기 자신을 다시 알아보는 일이다.
출산과 육아로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둔 시기는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이다. 요즘의 경제동향이나 고용시장 현황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 이런 흐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여성들은 구직과정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거나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다.
최근 바리스타로 취업에 성공한 하경선(43)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달라 어려움이 많았다”며 “젊은 친구들 대신 주부를 채용하려는 곳이 드문데, 그런 현실에 나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주부들이 취업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충북여성새로일하기센터 오경희 부장은 “수도권 중심, 대기업 중심의 정보를 담은 인터넷과 언론 내용을 기반으로 지역을 바라봐선 안 된다”며 “여성들은 좋은 직장이나 일자리를 찾아 멀리 다른 지역으로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청주와 충북의 기업 정보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고용센터 취업지원과 김상관 팀장은 “근무조건이나 임금수준 등에 있어 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가 매우 다르다”며 “워크넷(www.work.go.kr) 등을 통해 구인현황을 살펴보면 현재의 조건이나 임금수준 등이 나오므로 현재의 상황을 미리 알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취업동기와 목적 분명해야 고비도 넘길 수 있어
여성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에는 취업의 동기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왜 취업을 하려는지 이유가 불명확하면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어렵거나 취업 후 어려움을 겪을 때 쉽게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오경희 부장은 여성들이 알아둬야 할 사항으로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직장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은 근무시간은 짧았으면 좋겠고 급여는 많았으면 좋겠고 집에서 직장까지 멀지 않아야 하고 같은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구직자들에게 이런 조건들에 맞는 직장이 있다면 나를 소개해달라고 말한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직장은 없으므로 취업 동기나 목적에 맞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김상관 팀장 역시 “기업과 구직자의 조건이나 눈높이가 달라 매칭을 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꽤 많다”며 “근무시간이 긴 대신 급여가 높거나 시간제 일자리라면 급여는 낮은 식이므로 자신에게 우선 중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만일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취업을 희망하면서도 고민하고 있다면 여성취업을 도와주는 기관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많은 기관들에서 여성들의 직업탐색에서부터 직무교육 등 취업에 필요한 교육제공, 취업 알선 및 기업정보 제공, 이력서 작성 및 면접 준비 등 취업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을 모두 제공한다.
또 워크넷 홈페이지에 탑재된 직업선호도검사 등을 이용하면 스스로 자신을 탐색할 수도 있다.
김상관 팀장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할 수 있는 일에서 취업을 한다면 정보검색을 통해 취업으로 나서면 되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면 어떤 기술을 어떻게 습득할 것인지 또 이런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없는지를 알아본 뒤에 기술을 익혀 취업에 나서면 된다”고 조언했다.
기업 원하는 것, 스펙 아니라 성실함과 끈기
취업 이전과 이후 역할이 달라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두고 준비해야 한다. 엄마나 아내로서 해내던 역할을 취업 이후에도 모두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간조정 등을 통해 가사나 육아를 분담하고 가족과 역할을 나누는 등 지혜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가족과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취업 후 어려운 고비들을 만날 때마다 직장여성으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어지는 일이 많다.
회계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소연(35) 씨는 “처음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 아이가 어려 남편이 싫어했다.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을 시작했는데 아이가 아프거나 어린이집에서 다치는 일이 있으면 집에서는 남편의 눈총을 받고 사무실에서는 상사의 눈치를 봐야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만둘까 수도 없이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아이도 제법 크고, 커리어도 쌓여 급여가 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남편도 그만 다니라는 말을 더는 하지 않는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오경희 부장은 “직장인으로서의 마인드와 비전을 갖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보통 스펙을 갖추지 못해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기업에서는 자격증 같은 스펙보다는 성실함과 끈기 같은 기본자질을 더 중요하게 바라본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지자체마다 여성들을 위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잘 살피고 시대흐름에 맞춰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주부들의 취업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정옥 리포터 jungg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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