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안 12블럭 관리사무소 김순선 소장

아파트, ‘내 집’이지만 함께 어울려 사는 ‘우리 마을’

내일이 만난 사람들

지역내일 2014-02-09



도안신도시 12블럭아파트 관리사무소 김순선(48) 소장.
2007년에 이 일을 시작해 8년차에 접어든 그녀. 전업주부로서의 3년여의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는, 일하는 것이 정말로 즐거워 일하는 사람. 500세대 미만의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으로 실무경력을 쌓았고 지금은 1200세대가 넘는 중대형 아파트 소장직을 맡고 있는 48세의 그녀를 마주했다.
그녀는 40세의 나이에 관리사무소 소장 일을 시작했다. 이전에 금융쪽 회사에 근무했었는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엄마의 관리가 필요한 것 같아 과감하게 일을 접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엄마의 보살핌이라는 달콤함을 선물하고 싶었던 그녀는 이후 3년여의 시간을 전쟁처럼 살았다고 한다. 엄마의 계획과 목표에 맞게 성장하리라고 믿었던 아이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며 엄마의 계획에 서서히 금이 가게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엄마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우울증을 경험했다. 타일러도 보고 혼도 내보고 성적표도 던져보고, 안 해 본 일이 없지만 소용이 없었다. 점차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자신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이들 인생에 대한 욕심을 접고, 엄마 자신의 인생으로 다시 삶의 중심을 옮겨야 했다.


새로운 도전, 주택관리사
그즈음이었다. 아이들에게 받은 상처와 우울감을 잊기 위해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주택관리사(보)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통령도 시험으로 뽑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시험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시험을 준비했고 2007년에 당당히 합격하면서 이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녀가 관리사무소 일을 시작했던 2007년만 하더라도 여자소장이 10%가 안 됐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당시의 관리사무소 일은 시설관리 등에 치중한 면이 없지 않았고, 따라서 남자소장이 시설관리 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아파트 대표회의에서도 이런 이유로 여자소장을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트랜드가 바뀌어 여자소장이 제법 인기가 있다. 여자소장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해서 현 관리사무소 소장의 약 30%정 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현시점에서 그녀는 가정과 직장 중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 그녀는 스스로가 여자소장임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더 직장에 충실하려고 애쓴다. 그래서 언제나 가정보다 직장의 문제가 더 크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스스로가 여자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혹은 못한다고 말하는 법이 없다. 직장에 나와 있으면서도 늘 가정사에 바쁜 엄마 같은 이미지는 지양한다. 일에 대해 집중하고 최대한 밀도 있는 업무시간을 보낸다. 

요즘은 시설관리가 전부처럼 여겨지던 관리사무소의 역할이 차츰 변화를 맞고 있다. 공동주택으로서의 아파트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생산적인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만나는 곳으로서 새롭고 의미 있는 아파트 문화를 창출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더 이상 시설 관리하는 역할이 전부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성소장을 선호하는 지금의 추세는 그런 공동공간의 문화나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다양해진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김 소장의 생각이다. 

2007년 처음 소장으로 일했던 아파트에서는 사람 사는 정을 느끼면서 근무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간식거리를 사들고 찾아오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고구마 한 광주리를 들고 오는 주민부터 손수 짠 기름을 고소한 향과 함께 건네던 주민까지, 심지어 관리사무소를 너무 자기 집처럼 드나들어서 업무가 힘든 날도 많았다. 

김 소장은 그런 것도 그 아파트만의 고유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지금 도안신도시에 들어서는 다수의 아파트들에도 나름 고유의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
도안 12블럭의 경우는 1년이면 한 두 번씩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다수의 주민이 함께 광장에 모여 자기 집에 소용이 다한 물건들을 싼 가격에 제공한다. 함께 모여 웃고 이야기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아낌과 나눔의 문화가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신규아파트, ‘법대로 하자’는 주민들 많아
신규아파트는 기존의 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하나하나 회의를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민 상호간의 마찰도 있고 입주자와 대표회의의 불협화음, 또 관리사무소 직원들과의 마찰 등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김 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일원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례로 관리사무실을 찾아와 법대로 하자고 들이대는 주민도 여럿이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적대시하면서 바라보거나 주종관계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김 소장의 생각이다. 

김 소장은 “신규아파트는 많은 것이 갖춰져 있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는 공간이라 크고 작은 충돌과 어려움이 있다. 그것은 주민들 뿐 아니라 주민과 직원 사이, 주민과 입주업체 사이 등 허다한 관계들에서 발생한다. 여러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을 한번쯤 생각한다면 우리 아파트가 좀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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