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산에 간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겨울 산은 추위도 더 맹렬하고, 푸른 잎 하나 없는 앙상한 나무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간다는 것은 더 생각할 수 없었고.
그러다, 그 무섭다는 ‘옆집엄마의 꼬임’에 얇은 귀가 또 솔깃해졌다. 봄이나 여름같이 산을 만끽하기 좋은 계절의 자연휴양림이 의외로 겨울에 가도 즐기기 손색없다는 것. 특히 휴양림에 마련된 야영장에서 즐기는 겨울캠핑은 운치와 재미도 배가 된다는 것이었다.
춥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휴양림에 마련된 숙소는 잘 정돈돼 있고 따뜻하다는 말에 더 이상 망설임 없이 가 보기로 결정.
집에서 가깝고 아이들과 가기에 무리가 없다는 ‘유명산 자연휴양림’을 선택하고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http://www.huyang.go.kr)에 접속해 예약을 했다. 예상과는 달리 겨울임에도 남아있는 숙소가 거의 없어 놀랄 정도였다.
안양에서 한 시간, 산속 오두막 같은 숙소가 매력적
유명산 자연휴양림까지는 안양에서 출발해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교통상황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조금 막혀도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이곳은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따로 없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출입구에 마련된 요금징수 창구에서 예약 여부를 확인해 바로 비용을 결재하면 숙소 열쇠를 받아 휴양림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휴양림 입구에서 산 속으로 800여 미터를 달리면 ‘산림문화휴양관’이라는 콘도형 숙소가 보이기 시작하고, 이후 산길을 따라 몇 백 미터를 더 달리면 오두막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숲속의 집’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숲속의 집은 한 동씩 지어진 개별 숙소로, 통나무로 만든 오두막집 모양에 내부에는 다락방도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의 숙소들은 4인실부터 6~8인실까지 인원수에 따라 선택해 이용할 수 있었다. 휴양림내부에 있는 숙소인 만큼 대부분 통나무 질감을 살려 운치를 더했고, 뻐꾸기, 종달새, 너구리, 자작나무, 민들레 등 숙소마다 붙여진 이름도 정감 있었다. 숙소 안에는 웬만한 취사도구는 모두 갖춰져 있으며 TV와 침구, 욕실 등도 깨끗하게 준비돼 있었다. 숙소 밖에는 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는 야외 불판들도 마련돼 있어, 예약 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겨울이다 보니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이 난방. 아이들과 묵을 경우엔 더욱 난방에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이곳 숙소의 난방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개별난방 시설이 잘 마련돼 있어 원하는 온도에 맞춰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고, 온수도 잘 나와 세면이나 샤워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이곳은 숙박비용이 저렴한 것도 강점. 성수기와 비성수기, 주말과 평일, 평형수로 나눠진 요금 체계는 여는 숙박시설과 다르지 않지만, 4인실의 경우 1박을 묵는 데 비수기나 평일의 경우는 3만2000원, 성수기와 주말의 경우는 5만8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눈 덮인 겨울 산, 조용한 휴식에 최고!
겨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제대로 된 ‘쉼’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때문에 지나친 고성방가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신선한 자연공기를 마시며 휴식다운 휴식을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또 산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있어 창을 열고 산을 바라보거나 눈을 밟으며 겨울 산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힐링이 되는 듯했다. 숙소 뒤쪽에는 2.8km의 산책로가 나있고, 아래쪽에는 ‘데크로드’로 불리는 나무 산책길도 마련돼 있어 다양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눈썰매, 얼음썰매에 캠핑까지 즐길 수 있어
유명산 자연휴양림에는 야영장과 오토 캠핑장 등 다양한 캠핑시설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동절기인 3월까지는 동파 때문에 일부 야영장만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휴양림 입구에 마련된 제1야영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몇몇의 야영객들이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기고 있었다. 가족단위부터 친구나 연인들까지 하나같이 겨울 야영의 매력에 빠진 모습들이었다. 또 잠을 자지는 않더라도 하루 정도 텐트를 치고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과 등산 동호회로 보이는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산을 오르고 내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야영장 바로 앞에는 너른 잔디밭이 마련돼 있는데, 겨울에는 이곳이 멋진 눈썰매장으로 변신한다. 잔디밭이 온통 눈으로 덮여 아이들은 준비해 온 눈썰매를 타며 신나게 놀 수도 있고, 눈싸움이나 눈사람 만들기를 하며 즐거운 겨울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또 잔디밭 바로 옆에는 물을 뿌려 인공적으로 만든 작은 규모의 얼음썰매장도 마련돼 있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썰매타기도 즐길 수 있다.
리포터가 간 날, 마침 비가 내리는 바람에 얼음썰매는 타보지 못했지만 비속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썰매도 잠깐 타보는 색다른 경험은 누려봤다.
한편, 유명산 자연휴양림에서는 2월부터 무료로 숲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이외에도 숲 체험 프로그램과 자생식물원, 사방댐 등도 마련돼 있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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