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말 한마디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여행광인 리포터 가족이 이번에 찜한 곳은 눈의 도시 일본 홋카이도. 아이 키를 훌쩍 넘기는 드넓은 눈밭과 화산 폭발이 만들어낸 기기묘묘한 자연, 여기에 독특한 아이디어가 곁들여지면서 일본 북단의 홋카이도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펭귄이 나는 곳’으로 유명한 아사히야마동물원을 비롯해 아름다운 설원이 눈부신 비에이 등 구석구석 돌아본 경험담을 토대로 본대로 느낀대로 콕 짚어 4곳을 추천한다.
뻔한 동물원 NO, 기발한 동물 전시 [아사히야마 동물]
‘웬 동물원?’ 아사히야마동물원에 꼭 가보자 했을 때 식구들의 첫 반응은 뜨악했다. 국내 굴지의 CEO들과 학자들이 창조 경영의 모범 교과서로 앞 다퉈 벤치마킹하는 세계적인 동물원이라며 강력하게 주장하며 설득한 끝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삿포로에 이어 홋카이도 제2의 도시인 아사히카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 ‘빙점’의 무대이기도 한 이곳에 동물원은 자리 잡고 있었다. 흰 눈에 덮인 아담한 동물원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 눈까지 내렸는데도 관람객들로 붐비었다.
오전 하이라이트는 ‘펭귄의 산책’. 동물원 내 그려 놓은 핑크라인을 따라 오전 11시부터 약 50분 동안 펭권들의 퍼레이드를 보려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등장한 15마리의 황제 펭귄들. 바로 눈 앞에서 아장아장 무리 지어 걸으며 가끔씩 눈밭을 뒹구는 쇼맨십까지 보여주는 펭귄을 바라보며 관람객들은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이 동물원의 매력 포인트는 코 앞에서 동물들의 리얼한 일상을 실감나게 볼 수 있다는 점. 맹수관에서는 불과 10cm 거리에서 투명 아크릴을 통해 사자와 눈까지 마주치며 날카로운 이빨까지 세밀하게 살필 수 있었다. 바다표범 전시관은 투명한 수직의 아크릴 원통형태로 만들어 360도 각도에서 유유자적 헤엄치는 바다표범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일본 최북단에 1967년 문을 연 이 동물원은 90년대 들어 테마파크붐이 불면서 관람객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폐쇄위기까지 겪었다. 그러다 고스게 마사오 당시 원장과 사육사들이 ‘발상의 전환’에 돌입, 새로운 스타일의 동물원으로 변신시켰다.
우선 사람들이 멀찍이 떨어져 ‘동물의 실루엣’만 보다 가는 동물원의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동물원을 전시장, 동물을 전시물로 생각하고 동물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행동전시’ 개념을 도입했다.
기린이 먹이 먹거나 펭귄이 물 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하자 사람들은 열광했고 점차 입소문이 났다. 지금은 연간 입장객 300만 명이 넘는 일본의 최고 인기 동물원으로 꼽힐 뿐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러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사육사들은 동물들의 생태와 습성을 직접 손으로 쓰고 사진 자료를 오려 붙여 만든 손글씨 게시판도 정감 있게 다가왔다. 또한 안내지도, 프로그램을 꼼꼼히 적은 한글판 동물원 가이드까지 별도로 마련해 놓아 동물원 곳곳을 알차게 구경할 수 있었다.
바다표범, 북극곰, 너구리처럼 여느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을 가지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색다르게 변신시킨 이곳을 우리 가족들은 신나게 둘러봤고 지금도 홋카이도에서 기억나는 명소로 꼽고 있다.
눈 덮인 언덕의 황홀한 풍경 [비에이]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이 끝없이 펼쳐진 설원에서 ‘오겡끼데스까’를 목놓아 외치는 신은 두고두고 기억되는 명장면이다. 황홀한 눈밭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비에이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폭설로 차량 통행이 군데군데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설원을 그냥 눈으로만 감상할 수 없기에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을 억척스럽게 헤치고 언덕 위를 올랐다. ‘세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풍광은 아름다웠다. 구릉 위로 펼쳐지는 눈밭에는 귀족적인 자태의 은빛의 자작나무가 묘한 대비를 이루며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온 식구가 눈밭을 떼굴떼굴 뒹굴며 황홀한 시간을 즐겼다. 스노우카를 빌려 타고 설원을 맘껏 달려보기도 했다.
실제 이 지역은 영화, CF의 단골 촬영지다. 특히 파도 치는 듯한 구릉에 심어 놓은 보랏빛 라벤더, 흰색의 감자밭, 황금색의 보리밭을 패치워크처럼 꾸며놓아 사계절 내내 색다른 풍광을 선보이기 때문에 봄가을에는 자전거 트래킹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화산 연기, 열탕을 내뿜는 [노보리베쓰]
화산섬 홋카이도의 ‘생얼’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노보리베쓰. 땅 밑에서 흰 연기, 유황 냄새가 스멀스멀 나오고 뜨거운 물이 뿜어내는 간헐천을 보니 ‘지옥의 계곡’이란 의미의 지코투다니(地獄谷) 지명을 실감할 수 있었다. 1858년에 물을 연 온천마을 노보리베쓰에서는 전통 료칸 등 다양한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차로 15분쯤 이동하니 우리나라 민속촌 격인 에도시대 테마파크를 만날 수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막부를 연고 경제, 문화를 부흥시킨 에도시대의 생활상을 엿보며 ‘일본’을 찬찬히 느낄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특히 액션이 역동적인 닌자 공연, 에도시대 기녀인 오이란을 주인공을 꾸민 쇼가 시간대별로 열렸는데 한국어로 줄거리를 안내하고 관람객이 공연에 직접 참여하도록 꾸며져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운하를 거닐며 쇼핑 재미 쏠쏠 [오타루]
무역의 거점이었던 항구도시 오타루. 19세기 무렵에 붉은 벽돌로 지은 낡은 석조건물 창고가 지금은 레스토랑, 박물관으로 바뀌고 이 일대는 쇼핑의 거리로 변신했다. 밤에는 운하 주변에 가스등을 켜놓아 독특한 야경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의 산책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이곳은 쇼핑의 천국.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희귀 오르골과 다양한 재료로 만든 갖가지 디자인의 오르골 수만 점을 전시 판매하는 곳을 비롯해 섬세하게 세공한 유리제품을 선보이는 공방, 아기자기한 기념품점, 유명 과자점들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어 쇼핑 삼매경에 빠지게 만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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