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망상과 치매

지역내일 2014-01-24

얼마 전 72세의 할머니가 맏딸에 이끌려 내원하였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할머니는 자신을 정신병 취급하는 며느리에 대해 분을 참지 못해 하였다. 정리를 안하고 사는 며느리가 못마땅해 시어머니로서 잔소리를 한 걸 가지고 다투게 되었고, 결국 작은 다툼이 번져 온 가족이 마음이 상해 버린 것이다. 평소 엄마의 모습과 달라 근심이된 딸이 화병이 아닌가 싶어 앞장서 병원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호소는 또 다른 문제가 있어보였다. 며느리가 자신의 지갑에서 돈과 통장을 가져가고도 모른 척 시치미를 뗀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서 가족 간의 갈등도 심해지고 다툼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이쯤되면 할머니의 호소 증상은 일반 화병과 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평소와 다른 일들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잦아들면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 특히 가족 중 누가 무엇을 훔쳐갔다고 하거나, 음식물이나 물건을 이상 장소에 감추거나 사실 아닌 것을 사실 인 것처럼 고집을 피우면 치매에서 나타나는 이상심리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할머니처럼 돈이 없어져서 찾아보다가 안 나오면 가까운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행동이 전형적인 치매의 이상행동 중에 피해망상에 해당된다. 흔히 도둑망상이라고 하는 것이 이런 것을 말한다. 
  
그래서, 치매환자를 면담할 때 빼놓지 않고 점검하는 게 망상, 환각, 초조 불안, 무감동, 쉽게 화냄, 공격성, 반복적인 행동, 수면, 식습관의 변화 등과 같은 이상행동이다. 이런 이상행동은 인지 기능 장애 보다 먼저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보호자의 고통 부담에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러나 이상행동은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하게 치료하면 기억력 저하의 치료보다 반응이 우수하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회복 시켜주는데도 효과가 크다. 그러므로 보호자의 빠른 대처에 따른 전문가의 진단평가가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할머니도 치매 신경심리평가 결과, 망상증 뿐만 아니라 인지능력도 많이 저하되어 있었다. 다행히 조기에 치매 진단을 받은 후 가족들이 할머니의 상태를 이해하고, 치료를 진행해 가며 가족관계도 회복되어 지금은 안정을 찾은 상태이다. 이상행동이 이차적인 문제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는 약물치료와, 침 한약 등의 한방치료도 큰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가족들의 치매에 대한 바른 이해와 도움이 치료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가까운 주변의 이상행동들이 치매증상의 신호가 될 수 있음을 상기하고 주의깊게 관찰하는 것이 치매를 정복하는 지름길이다. 

강형원원광대산본한방병원 
신경정신과교수 
강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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