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는 식재료가 방송에 한번 소개되면 이를 사고자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깐, 다시 길들여진 식습관으로 돌아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웰빙 먹거리가 인기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외국 수입농산물과 패스트푸드 판매는 늘어간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음식은 단순한 생활습관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다. 때문에 먹거리의 생산에서부터 소비, 폐기까지 전 과정이 어떤 가치관에 의해 진행되느냐에 따라, 즉 우리가 어떤 식생활 문화를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건강 뿐 아니라, 환경과 경제 문제까지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식생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까? ‘식생활교육강원네트워크’에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눈높이에 맞는 살아있는 식생활 교육
춘천시내 한 유치원. 식생활 교육이 한창이다. 교육 주제는 ‘우리 농산물이 좋아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과연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졌다.
교육과정은 흥미진진했다. 먼저 수입농산물과 우리농산물을 맞춰보는 퀴즈 시간. 예상 외로 아이들에겐 구분이 쉽지 않다. “어! 그거 우리나라 것 아니예요?” 실제로 아이들은 자주 접했던 과일을 우리농산물로 여기는 경우도 많았다.
퀴즈를 통해 우리농산물과 수입농산물을 구분하고 나면, 작은 배를 타고 수입농산물을 사러 바다건너 이국땅으로 간다. 오렌지를 재배하는 캘리포니아에서 우리나라까지 경로를 지도로 확인하고, 40일간의 일정을 간단한 동극으로 진행해보는 것이다. 오렌지를 사고,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 기름도 많이 사용하고, 쓰레기도 바다에 버려진다. 오렌지를 썩지 않게 하기 위해 농약도 뿌려야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간접 경험을 해본 아이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반면, 춘천에서 재배한 유기농 배는 몇 십분 만에도 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식생활매니저가 준비한 유기농 배는 아이들에게 껍질째 놓이게 된다. 처음으로 껍질째 배를 맛보는 아이들.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맛있게 먹는다. “껍질 안버리니까 쓰레기도 안나오겠네요!”
건강은 물론 환경과 공동체를 고민하는 식생활 운동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식생활교육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식생활교육강원네트워크’는 결코 개인의 건강만을 위한 식생활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환경과 생태계를 보존하고 농어촌은 물론 여러 공동체를 위한 식생활 운동을 고민한다. 때문에 이들의 교육에는 먹는 것에 대한 의미는 물론 농업의 가치와 타인에 대한 수고로움이 담겨있다.
‘식생활교육강원네트워크’ 정희숙 사무처장은 “현재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0%대인데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역의 농산물이나 국산농산물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이 전혀 없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교육의 부재에서 찾았다.
“프랑스 어린이들은 자국에서 제일 많이 생산되는 밀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먹어야 함을 일찌감치 배웁니다. 그래서 식량자급률이 300%가 넘습니다. 단순히 몸에 좋은 것을 골라 먹는 것을 떠나 자국의 농업을 지키고 환경을 보존하는 먹을거리가 무엇인지 배우고 골라먹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소비자가 변하면 기업도, 정부도 변할 것입니다. 식생활교육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이고 저희의 활동 취지입니다.”
식생활 가치를 전하는 식생활매니저 양성
‘식생활교육강원네트워크’의 교육을 진행하는 식생활 매니저들은 수업의 주제와 대상에 따라 교수법을 의논하고 아이디어를 짜낸다. 계획안이 만들어지면 돌아가며 모의 수업을 하고 피드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보람도 크다.
엄마로서 아이들 먹거리에 관심이 있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변연화 식생활 매니저는 “내 아이만 유기농 먹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생각한다면 모두 함께 식생활 운동의 취지에 이해하고 동참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건강과 환경, 배려의 식생활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면 이제 실천으로 옮겨보자. 식생활 매니저 과정은 생협조합원, 농업인, 요리사, 조리사, 강사양성과정 수료자들에게 열려 있으며 활동을 원한다면 ‘식생활교육강원네트워크’로 문의하면 된다.
문의 강원네트워크 사무처 010-4573-9269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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