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안산을 ‘다문화 도시’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모여 사는 도시 안산. 원곡동은 한국인보다 외국인 거주자가 더 많고 인근 반월 시화공단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이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울 지경이니 ‘다문화 도시 안산’이 당연해 보인다.
어디 그 뿐인가. 안산 원곡동 국경없는 거리는 외국인들의 모임 장소이며 어려움에 처한 많은 외국인들이 안산지역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 중 ‘지구인의 정류장’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에게 든든한 지원군이자 따뜻한 쉼터로 알려진 곳이다.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차별 없이 살아가는 진짜 ‘다문화 사회’를 꿈꾸는 다양한 지구인 살고 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 지금은 ''지구인의 정류장''을 지키는 역무원이 된 김이찬 감독을 만났다.
‘지구인의 정류장’은 어떤 곳인가?
한마디로 이주 노동자들의 쉼터와 같은 곳이다. 한국에서 이러저러한 문제로 고용주와 마찰생겨 당장 잠잘 곳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이곳에서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머물게 된다. 평일에는 30~40명이 이용하고 주말엔 방문자까지 70~80명이 이용한다.
주로 어디나라 국적 어떤 사람들인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농축산업의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부터 들어온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너무나 열악하다. 제대로 된 주거시설도 없이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서 재우고 화장실과 씻을 공간조차 제대로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난방이나 냉방시설 하나 없어 여름엔 작업장 온도가 50도가 넘고 겨울 숙소는 영하로 내려간다. 뿐만 아니라 고용주의 폭행과 임금체불에 시달린다. 평균 노동시간도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한달 평균 300시간이 훨씬 넘는데 이들 손에 월 100만원도 채 못 미치는 임금이 돌아온다. 이러다 보니 현장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법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한 달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70여명 그중 약 30명 정도가 이곳을 방문한다. 30명 중에 법적인 상담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10여명이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다. 국적은 캄보디아 사람이 많다. 이 일을 하면서 캄보디아어를 독학했는데 아무래도 말이 통하는 한국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나서 캄보디아인들이 많이 온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어디서 일하는가?
아마 여러분의 식탁에 오르는 많은 채소들이 이주노동자의 손에 의해 길러진 것들일 것이다. 파주, 평택, 일산, 시흥, 안산 등 채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나 축사에서 일한다. 이들을 고용하는 사람들은 농촌의 어르신들이다. 대부분 근대적 고용주 개념이 없는 분들이 허다하다. 가족들끼리 혹은 동네사람들과 품앗이로 노동력을 해결해 오다가 일손이 부족해 데려온 이주노동자를 머슴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마찰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구나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정부에서는 터무니없는 고용계약을 맺게 하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고용계약서도 난무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도 많다.
당장 도움이 시급해 보이는데 가장 필요한 도움은 무엇인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쌀이며 생필품 등을 구입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요즘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1일 숙박료를 2000원씩 거둬 조금씩 구입하지만 태부족이다. 가끔 후원하시는 분들이 필요한 물품을 기증하고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받고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일손이다. 한 달에 10건 이상 생기는 상담 건을 단 2명이서 해결하고 있다.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자원봉사로 이 일을 해야 한다. 전문 상담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와 줄 수 있는 사람, 이용자가 항시 바뀌기 때문에 이들에게 이용수칙을 알려주고 쉼터를 관리할 사람도 필요하다.
정부나 안산시로부터 도움을 받는지?
전혀 없다. 다큐멘터리 제작과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사업을 진행하며 틈틈이 사업비로 진행한다. 처음엔 이곳도 미디어 교육장이었다. 한 두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들다 보니 쉼터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상담이 너무 많아 내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예전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쉼터를 운영했는데 지금은 그 마저 외국인력지원센터로 바뀌면서 쉼터가 없어져 이용자가 더 늘었다. 이주노동자 60만 시대에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 모두 어리고 순박한 젊은이들이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가게를 차리고 싶은 사람들. 꿈을 이루고 싶어 찾아온 이들은 당면한 상황에 실망보다는 놀라게 된다. 소통만 제대로 된다면 이주노동자들도 나와 같은 지구인이라는 생각으로 인격적인 대우만 해 주다면 이런 분쟁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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