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_ 안산문화재단 소속 청소년극단 ‘고등어’
안산지역 중·고생으로 구성된 극단,
우리의 꿈은 예술가 무대는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든다!
지난 1월 16∼18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는 특별한 공연 하나가 무대에 올랐다. 안산지역 중·고생들로 구성된 청소년극단 ‘고등어’가 창작 뮤지컬 ‘윈터 호러 하우스’를 공연한 것이다. 안산, 아니 전국적으로도 중·고생들이 뮤지컬을 정식 무대에 올리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윈터 호러 하우스가 무대에 오르기 전인 지난 1월 14일,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청소년극단 ‘고등어’의 연습 현장을 찾았다. 학생들은 끼, 열정, 그리고 노력으로 꿈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응답하라 청소년들의 꿈·미래·희망, 그리고 고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지하 연습실. 제법 쌀쌀한 밖의 날씨와는 달리 연습실은 후끈 달아올라있었다.
“끊고 가야지. 자, 여기서부터 다시. 집중하고, 이제 연습할 시간 없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공연 일정 때문인지 배우들과 스텝들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이 공간에 들어서기 전까지 ‘중·고생들이 출연하는 뮤지컬’이라는 말에 리포터는 어설픔을 먼저 떠올렸다. 연극이면 몰라도 뮤지컬은 아마추어 학생들이 도전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래하고 춤추는 학생들의 모습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오∼대단한데…”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청소년극단 ‘고등어’는 안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안산지역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극단이다. 지난해 6월 창단됐으며, 그해 7월 오키나와국제아동청소년연극제(2013 키즈무나 페스타) 프린지 부분에 마임극 ‘소나기’로 초청돼 작품을 올린 바 있다.
윈터 호러 하우스는 고등어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 청소년들의 꿈과 미래, 그리고 고민을 담은 창작 뮤지컬이다. 이 작품에는 안산디자인문화고, 경안고, 강서고, 부곡고, 단원중 등 안산지역 중·고등학교 재학생 15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당초 연극으로 기획되었던 윈터 호러 하우스는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견들이 모아져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 노래와 춤 등 연습해야 할 것은 더 많아졌다. 학생이라는 신분과 길지 않는 연습기간 때문에 완성도 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열정과 끼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고연정(안산디자인문화고2) 학생은 “방학을 한 후부터는 일주일에 6일씩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연습을 했다. 친구들은 쉴 때 연습을 했지만 내가 좋아서 참여를 했고, 좋아하는 일이라 힘들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고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다는 게 신난다”고 말했다.
임다희(강서고2) 학생은 “뮤지컬이라서 노래하면서 감정을 잡아야 하는데, 이게 조금 힘들었다. 마지막 연습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생각을 하면 조금 떨리기도 하지만 기쁘다”고 말했다.
우리는 연극으로 미래를 꿈꾼다
윈터 호러 하우스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극배우, 혹은 연극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고연정 학생의 얘기다. “이번 뮤지컬에 참여한 학생 대부분은 학교에서도 연극부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진로도 연극과 관련된 방향으로 결정한 경우가 많죠. 저는 다재다능한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방송도하고 연극도 하고 뮤지컬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윈터 호러 하우스는 저를 포함해서 연극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진로 결정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또 윤여준(부곡고1) 학생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고등어 활동을 하면서 연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했고, 뮤지컬배우가 꿈이라는 박덕희(단원중3) 학생은 “중2 후반부터 뮤지컬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고등어 활동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배우가 되겠다는 친구들의 생각과 달리 한 학생은 조명감독을 꿈꾸고 있었다. 원터 호러 하우스에서 여러 단역으로 출연한 정성민(안산디자인문화고1) 학생이다. “저는 윈터 호러 하우스에서 초등학생, 버스기사 등의 단역으로 여러 번 출연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이죠. 다른 배역은 더블캐스팅이지만 저는 오로지 혼자서 모든 배역을 소화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보람도 큽니다. 조명감독이 되겠다는 꿈은 중2 때 콘서트 영상을 본 후로 꿈꾸기 시작했어요. 조명이 너무 멋져서 ‘나도 저런 조명 만드는 사람이 돼야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죠. 지금은 그 꿈이 좀 더 구체화되는 느낌입니다.”
윈터 호러 하우스에 참여한 학생들은 공연이 끝나면 각자의 학교로 돌아가서 연극활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고등어의 다음 프로젝트가 정해지면 개인의 희망에 따라 참여가 가능하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100인 100색’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등어 멤버들은 연극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로 모아지지만, 그 속에서 각자 또 다른 색을 만들고 있었다. 끼 많고 열정 넘치는 멤버 한명 한명이 꿈꾸는 각자의 미래로 가기 위한 그들만을 색을 만들고 있었다.
이춘우 리포터 leee87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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