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각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들을 함께 토론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사회참여형 동아리 진명여자고등학교(교장: 박수경, 이하 진명여고)의 ‘제네시스(회장: 고명화)’가 뜨고 있다. 최근 신문의 사회면에서 이슈가 되는 독도, 위안부, 환경, 인권 등 많은 일에 관심을 갖고 교과서에서 배운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실제 생활주변에서 찾아보고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까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입시라는 현실을 딛고 NGO동아리로 자리 잡기까지, 이들의 활약상을 들어본다.
한 명의 사회인으로 당당하게 자리잡다
‘제네시스’가 출범한 건 작년 3월. 당시 진명여고 2학년이었던 고명화양은 소외계층이나 독거노인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어르신들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던 중 사회참여형 동아리가 학교에 없다는 생각을 하던 차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동아리를 기획, 직접 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많아 동아리 개설에 필요한 학생은 쉽게 모을 수 있었다.
교내에서 동아리를 개설하려면 지도 교사가 필요하다. 명화양은 10명이라는 동아리 회원과 연간 계획서를 작성한 PPT 자료를 만들어 여러 교사를 찾아다니며 브리핑을 하고 도움을 요청했고 마침 한국지리를 맡고 있던 신화진 교사의 도움을 얻어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동아리를 오픈할 수 있었다.
초대 회장을 맡은 명화양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청소년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는 투표권도 없다. 의견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아무 것도 없다. 학생이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보자는 생각으로 동아리를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제너시스는 현재 1학년 15명, 2학년 15명 등 총 30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고 참여하고 싶은 분야별로 △ 동영상이나 언론 자료를 수집하는 미디어부 △ 현 사회에 이슈가 되는 다양한 토론을 진행하는 정치부 △ 소외 계층이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복지부로 이뤄져있다. 복지부, 정치부, 미디어부 소속의 회원들은 각 소속팀대로 색깔이 다른 것 같지만 학교 축제나 캠페인 기획, 연간 계획 등 동아리 회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일로 모일 때면 하나의 색깔로 뭉치게 된다.
입시로 바쁜 고등학생들이라 동아리 활동도 대부분 진로와 관련 있거나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제네시스 회원들은 청소년 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다 적극적으로 동아리활동을 계획했다.
먼저 교내 체육대회 전교생이 모일 때 캠페인을 진행했다. 주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SNS 유언비어 방지 캠페인’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개선’ ‘플레시몹에 대한 안 좋은 인상 바꾸기’ 등.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초콜릿도 나누어주며 참여를 독려했다.
요즘 아베정권의 망언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 교과서나 언론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내용을 제네시스 회원들은 국립여성사전시관을 방문, 특별기획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억을 넘어 평화를 품다’를 관람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미술치료를 받은 그림을 보며 막연했던 사회문제를 체계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소외계층에 관심이 많은 복지부를 중심으로 용돈을 모아 목2동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간식거리를 갖다드리며 말벗이 되어주기도 했다.
위안부 할머니 빈소 찾을 만큼 마음도 따뜻해
제네시스는 스페인어로 ‘시작’ ‘기원’이란 뜻이다. 제네시스 회원들이 비록 학생이지만 사회에 한 발짝 내딛는다는 의미로 지었다. 사실 이들의 목표는 결국 대학입학이겠지만 아이들의 진짜 꿈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를 간과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좀 더 나은 우리나라를 만드는 장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
1학년 손호정 회원은 어른들을 도와주고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고 싶은 희망대로 복지부에 가입돼 있다. “위안부 전시관에서 미술치료 그림을 보며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너무 안쓰럽고 그 시절에 살았던 그 분의 삶에 마음이 아팠다”고 전한다.
국제회의전문가가 꿈인 김연주 회원은 정치부에 소속되어 있다. 정치부 회원답게 제네시스의 연간계획을 보고 동아리를 선택하게 됐다. “비록 이번 학기에는 실행하지 못했지만 수요집회참가는 의미있는 계획인 것 같다”며 “정치부 첫활동으로 플래시몹이 집회로 간주되어 처벌받은 판례를 재구성해 만든 UCC는 허접했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전한다.
양윤빈양은 언론에 관심이 많아 미디어부 소속이 됐다. “중학교 때까지 꿈이 국어선생님이었는데 제네시스에서 활동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졌고 꿈도 기자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제네시스의 2대 회장을 맡게 될 성정은 양은 유일하게 이과 출신이다. 의료봉사를 하기 전 작은 실천의 하나로 복지부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故 황금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가시는 길 마지막으로 배웅 해주고 싶어 빈소에도 들렀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제네시스 회원들은 올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도 참석하고 개인이 아닌 회원 전체가 함께 하는 봉사활동 참여와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 토론 등을 계획하고 있다.
미니인터뷰_제네시스 초대회장 고명화 학생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 될 터
“우리나라는 일본식민사관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동북공정 등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외교관”이라 밝히는 고명화 양의 관심분야는 역사다. 또 하나, 현제 일어나고 있는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고 1때 모의국회 참석, 고2 때는 모의UN에서 부의장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지구촌 빈곤문제와 녹색경제에 대한 안건을 다루며 시야가 넓어지고 국내보다 외부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외교관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역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국사 세계사에 대해 중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계적 흐름에서 역사적 사건을 분석, 호평을 받기도 했고 한국사검정시험 1급도 딸 수 있었다. 명화양은 중학생이 볼만한 ‘스토리로 풀어가는 한국사’ 책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기부천사, 봉사천사로 알려진 명화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모아온 저금통을 기부하기도 했고 복지관에서 학습지도를 봉사, 어르신들 도시락배달봉사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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