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화를 다시 한 번
“젊었을 때 보던 영화를 다시 보니까 좋아요. 요즘영화보다 옛날영화가 좋습니다. 영화가 좋아서 자꾸 보러 옵니다.”
송파청춘극장을 찾은 권호삼(75)씨의 말이다.
송파청춘극장은 송파구민회관과 송파체육문화회관에서 무료로 매주 열린다. 1관인 송파구민회관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2관인 송파체육문화회관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에 상영된다. 이중에서 2관인 송파체육문화회관에서는 매월 둘째주마다 3D영화를 특별 상영한다.
지난 3일 금요일 영화가 상영 중인 송파체육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영화관은 50대에서 80대까지의 연령층이 주로 찾는다. 오늘의 상영작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태양의 제국’.
1941년 중국과 일본의 전쟁을 배경으로 비행기를 동경하는 소년 짐이 전쟁 속에서 겪는 파란만장한 성장기를 다룬 영화이다. 영화 상영시간이 다가오자 혼자서 혹은 친구 또는 부부가 나란히 극장 문을 들어서는 모습들이 보였다.
최귀숙(62)씨는 청춘극장의 오랜 팬이라고 한다.
“부담이 없고 오전 오후로 시간이 나뉘어져 있어서 편한 시간을 골라 볼 수 있어 좋아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닥터 지바고, 벤허 같은 추억의 명화들을 많이 봤고 볼 때마다 팸플릿도 버리지 않고 모아 뒀어요. 무엇보다 영화와 함께 옛날 추억에 잠길 수 있어 좋습니다.”
영화로 향수를 느끼는 시간여행
송파청춘극장을 관리하는 송파구청 문화체육과 원은실씨는 말한다.
“젊어서 못 누린 것을 나이 들어 한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지금처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많지 않았잖아요. 설령 그럴 기회가 있어도 일터로 향해야 하고 먹고 살기 바빠서 누리지 못했다면 이제 나이 들어서 자식들도 다 키우고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지금에야 영화를 통해 문화를 누리시는 거죠. 특히 남자 분들이 20, 30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감상이라든지 여유를 말씀하실 때 저도 보람을 느낍니다.”
송파청춘극장이 생긴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그동안 많은 추억의 명화들을 스크린에 올리면서 극장을 찾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송파청춘극장의 관객들은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젊어서 봤을 때와 나이 들어서 봤을 때의 감흥이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영화 한 편을 보러 갔을 때 어디 영화만 봤을까?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극장을 찾아가고 함께 옆에 앉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또 영화를 봤던 좋은 사람과의 발길이 어딘가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 모든 추억이 영화 한 편에 영화의 내용과 더불어 우리의 기억에 자리 잡고 있어 ‘그 영화’로 남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송파청춘극장을 찾는 어르신들의 이유 있는 발걸음에는 극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에 대한 반가움도 있다. 혼자 영화관에 들어섰더라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몇 마디 나누다 한두 번 보게 되면 어느새 새로운 말벗이 생길지 모른다.
“친구랑 같이 와서 너무 재밌고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아요. 송파구민이라 누릴 수 있는 혜택에 감사하다”는 김향중(63)씨도 만나 볼 수 있었고 합정동에서 1시간 반씩 전철을 타고 이곳을 찾는다는 양승달(78)씨도 있었다. 송파청춘극장은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극장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활짝 열려있다.
3D영화를 상영할 때는 손자나 손녀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영화‘타이타닉’의 3D상영작이 방영 될 때는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거나 바닥에 앉아서 관람하는 관객들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영화는 추억이다. 추억은 나이가 들수록 살아가는 힘이 된다. 송파청춘극장은 그래서 영원한 청춘들의 즐거운 놀이터다.
오현희 리포터 oio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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