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어디까지 가봤니-수푸루지 마을과 망해암

망해암 일몰, 크로아티아 자다르 못지 않다!

지역내일 2014-02-05 (수정 2014-02-05 오후 2:53:09)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라고 극찬한 곳이 바로 크로아티아의 자다르다. 해변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했던 말처럼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양에도 자다르에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일몰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안양 제1경으로 선정된 관악산 망해암 일몰 풍경이다. 

망해1




사람들을 만나 길을 묻다
답답한 도시에서 마음만 먹으면 오를 수 있는 산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이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볼 수 있는 멋진 경치 또한 축복이다. 그래서 안양의 도시생활은 삭막하지만은 않다.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산19번지 망해암. 그곳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갈래가 있다. 비산동 이마트 건너 비산종합사회복지관을 따라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대림대학 앞 임곡로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결국은 두 갈래 길이 임곡 주공 뜨란채아파트에서 만나 한 길로 이어진다. 차로 가면 5분 남짓 걸리지만 걸어서 가려면 30분∼1시간을 꼬박 걸어야 한다.
망해암으로 오르는 길 초입에는 수푸루지 마을이 있다. 행정구역 상 비산1동에 속해있는 이곳은 조선시대에는 과천군 상서면 외비산리였다가 1982년 시 조례에 따라 비산1동이라 바뀌었다. 수푸루지란 산림이 우거진 산간지대였다가 조선 중기에 인조반정의 일등공신이었던 심기원이 부친의 묘를 대림전문대 뒤에 쓴 후 후손인 청송 심씨가 묘하에 정착하면서부터 취락이 이루어졌다. 그 후 관악로와 경수산업도로의 개설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늘어났다. 원래 비산이라는 지명도 옛날에는 비산동 일대가 허허벌판이었는데 하루 밤을 자고 나니 어디에선가 산이 날아와 현재의 모습으로 되었다고 한다. 그 후부터 이 산을 비산이라고 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망해2




산사의 적막함에 마음을 비우다
망해암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수푸루지 마을을 지나 임곡중학교 앞에서 계속 길을 따라 가면 된다. 이곳 망해암으로 오르는 길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라이딩 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겨울인데도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사람이 간간이 눈에 띈다. 망해암 앞에 거의 다다르면 안양제1경, 망해암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망해암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암자에서 나온 것으로 맑은 날에는 멀리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양시가지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찰의 전체적 규모는 큰 편은 아니지만 아담하게 자리한 법당과 사찰 뒤편의 경치가 조화롭다. 일제 때에는 봉은사의 말사였다가 현재는 용주사의 말사로 종파는 조계종이다. 사찰 경내에 세워진 안양 망해암사적비에는 신라 문무왕 5년 665년 원효스님이 미륵불을 봉안하면서 이 사찰을 창건하였다고 명기되어 있다. 조선 영조 때 신경준이 지은 가람고에도 기록되어 있는 유서깊은 사찰로 조선 순조3년에 정조대왕의 모친인 홍대비가 중건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현재 망해암의 중심건물인 용화전에는 석조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조선 초기 태종은 수도 한양의 백호에 해당하는 관악산의 산천기맥을 누르기 위해 명을 내려 이 지역 일대의 사찰을 중건하였는데 망해암도 이때에 중건되었다고 한다. 조선조 세종 때 전라, 경상, 충청 등 삼남지방에서 한성으로 오던 여러 척의 곡물선이 인천 앞 바다 팔미도 부근에서 풍랑을 만나 뒤집히려는 상황에서 돌연 뱃머리에 한 스님이 나타났다. 이 스님은 절박한 상황에서 놀란 선원들을 진정시키고 인도하여 무사히 위기를 넘긴 후 홀연히 사라졌는데 거처를 물으니 관악산 망해암이라고 답했다. 무사히 땅에 닿은 선원들이 망해암을 찾아갔으나 그런 스님은 보이지 않았고 그 스님과 용모가 흡사한 모습의 부처님이 법당 안에 모셔져 있음을 보았다. 후에 이를 가상히 여긴 임금(세종대왕)은 해마다 한 섬씩의 공양미를 불전에 올리도록 명하였는데 그 후 400년 간이나 계속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망해암 용화전 앞 돌계단을 따라 종각 앞에서면 안양시가지가 한 눈에 펼쳐진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서해바다까지 눈앞에 성큼 달려든다. 시내 조망에 가슴속까지 시원해지지만 서해 일몰을 제대로 보려면 망해암 뒤편에 솟아난 널찍한 바위를 찾아야 한다. ‘제대로 일몰을 보려면 가을에서 겨울에 와야한다’는 말을 해주는 분이 계셨다. 망해암 뒤 산 정상까지 오르려면 안양항공무선표지국까지 가면 된다. 이곳은 비행기의 항로를 표시해주는 시설로 쉽게 말하면 바다의 등대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망해암 가는길-전철은 1호선 이용 안양역에서 하차. 시내버스 51, 마을버스 6-2, 7 좌석버스 900번 이용. 경수산업도로 서울방향 우측에 위치한 대림대학 입구로 접어들어 임곡 주공 뜨란채아파트 방향으로 직진. 임곡중학교 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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