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자연숲학교 1일 체험

겨울 숲에서 풀피리 불며 보낸 ‘느린 하루’의 행복

지역내일 2014-01-27

겨울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초등 저학년 딸은 독한 감기에 걸려 며칠 괜찮아지더니 또 감기다.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인지 유독 병치레가 많은 아이들의 겨울은 지켜보는 부모나 앓는 아이나 힘들기만 하다. 그래서 자연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강남에서 길이 안 막히면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파주자연숲학교. 일상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친구와 함께 떠난 느린 하루나들이. 돌아올 때쯤 아이들의 얼굴은 한없이 밝아지고 감기도 저만치 달아난 듯 했다.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파주자연숲학교

도시 아이들 자연 아이로 키우는 학교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에 위치하고 있는 파주자연숲학교는 정서가 메마른 도시 아이들이 산과 저수지, 논과 밭이 있는 시골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이다. 1999년 개교 이래 성인과 어린이 대상으로 도자기와 미술수업 위주로 진행하던 자연미술학교에서 2009년부터 생태 체험학습장으로 진행해오다 2013년에는 학교명도 파주자연숲학교로 개명했다.
자연숲학교의 절정인 봄, 가을에는 매월 100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체험학습은 물론 개인 회원들의 주말학교로도 많이 알려져 도시 아이들이 농사체험, 숲 체험을 하며 마냥 자연을 만끽하다 가는 학교로 유명하다.


자연교육에 눈 뜬 부모들, 여유와 휴식 만끽
공사가 한창인 오산리의 비포장길과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외나무다리를 건너 도착한 파주자연숲학교는 멋스런 외관과 함께 시골정취가 물씬 풍기는 공기 좋은 농가에 있었다. 야트막한 전지산을 감싸 안고 있는 학교는 마당과 야산, 논밭의 얼음썰매장 등이 어우러져 아이들이 맘껏 뛰놀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10시에 시작하는 겨울방학 ‘느린 하루 보내기’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서둘러 들어간 학교는 분위기 있는 카페와 흡사했다. 높은 천장과 시원한 홀, 장작불이 타는 벽난로와 도자기 작품들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산장 카페를 연상케 한다. 중앙에 놓인 연탄난로는 엄마들에겐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고 도시 아이들에겐 실제 연탄을 볼 수 있는 구경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주로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요리 수업이 진행된다.
한편 아이들이 부모 간섭받지 않고 실내 활동과 실외 활동에 참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부모들은 벽난로에 둘러 앉아 일행들과 수다를 떨거나 야외 산책 또는 시내로 나가 영화, 쇼핑 등을 즐기며 나름 편안한 휴식을 보낸다.


지게 메고 나무꾼이 된 아이들
10시 30분쯤 시작한 프로그램의 첫 타임은 요리수업. ‘내가 먹을 밥은 내가 만든다’란 주제로 삼겹살떡꼬치 만들기 시간이다. 10여명이 함께 한 이 수업에는 파주자연숲학교와 자연발효학교의 교장인 윤경애 선생님이 직접 아이들에게 자연밥상 교육을 진행한다.
머리 두건부터 앞치마와 토시까지 착용해 요리사로 변신한 아이들은 테이블에 앉아 자신이 먹을 꼬치를 정성스럽게 만든다. 요리가 끝나자 아이들은 학교 마당 앞 단풍나무 숲으로 향한다. 이번엔 선녀와 나무꾼 놀이시간. 팀별로 야산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서 지게에 담고 그것을 모닥불 바비큐 장까지 옮기는 놀이이다. 나무꾼이 되어 지게에 땔감을 담아 산길을 걸어보는 체험은 아이들에겐 낯설지만 재미있는 놀이 그 자체다. 아이들이 부지런히 가져온 땔감으로 모닥불을 피워 요리수업에서 만든 떡꼬치를 굽는 것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다음 순서는 얼음썰매타기. 마실 나가듯 학교에서 2~3분 정도 논밭을 걸어가면 논 썰매장이 나온다. 스키나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즐겼을 아이들이 이번에는 벼 밑동이 드러난 자연 그대로의 논 썰매장에서 얼음을 지치며 마냥 신이 나 썰매놀이에 빠져든다.


몸과 마음 힐링하는 자연식 비움밥상
부모로서 파주자연숲학교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것은 점심에 제공되는 비움밥상이다. 자연발효학교를 운영하는 윤경애 선생님이 직접 만든 제철 식자재를 이용한 밥상은 치유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자연식밥상 그대로이다.
인근 산야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야생초, 자생하는 매실, 복숭아, 살구 등의 과실들을 발효시킨 효소액을 가미한 맛깔스런 반찬들은 도시에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다. 윤경애 선생님은 숲 학교 등교 시 하루 정도는 아이들이 햄, 소시지, 과자, 탄산음료 등의 인스턴트 음식에서 벗어나 자연주의와 독소배출을 돕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좋은 식습관을 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이날 먹은 비움밥상은 가마솥에 지은 따뜻한 밥에 7년 묵은 된장으로 만든 된장국, 감 장아찌, 당근 샐러드, 무청나물, 견과류 김무침 등 정성이 가득 담긴 깔끔한 상차림은 먹는 내내 행복감으로 몸과 마음의 힐링이 절로 되는 듯했다.


두더지 굴 관찰하며 숲에 눈뜨는 아이들
점심식사 후에는 선생님의 인솔 아래 전지산행과 숲 놀이가 이어진다. 산 속을 거닐며 나무타기, 야생동물 먹이주기, 두지지 굴, 뱀 굴 관찰하기, 눈과 이끼 관찰하기 등 흥미로운 재미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생태 선생님이 들려주는 나무와 들풀 이야기 등을 들으며 겨울잠을 자고 있는 숲과 산새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아이들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한 시간 정도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 몸을 녹이자 이번에는 고추장 담그기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은 미리 준비해 놓은 찹쌀, 팥, 멥쌀가루에 소금, 현미가루, 발효액 등을 직접 섞고 저어가며 고추장을 만든다. 아이마다 각 재료의 맛을 보게 하고 고추장 색깔의 변화를 관찰하며 고추장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다.
어느새 아이들은 매운 고추장을 새끼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고 있다. 느린 하루의 수업이 끝나 어묵꼬치와 안토시아닌이 가득 담긴 자색 고구마를 벽난로에 구워 간식으로 먹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겨울방학에 특별히 마련한 ‘느린 하루 보내기’ 체험은 기대 이상으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처음에 나뭇가지를 들고만 있다가 나중에는 나뭇가지로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며 자연 속 재료와 친구가 되었다. 들판의 풀을 이용해 풀피리를 부는 아이들, 흙 위에서 마냥 뒹굴며 함박웃음 짓는 아이들, 논 썰매장에서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그래서 아이도 부모도 모두 행복한 하루였다.


겨울방학 느린 하루 보내기 프로그램
위치 :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오산리 341-4
일정 : 1월~2월 매주 수요일 또는 목요일
비용 : 5만 원(방학기간 특별 할인금액), 부모 식대 1만 원
예약 : (031)947-7462(사전 예약 필수)
내용 : 선녀와 나무꾼놀이, 삼겹살 떡꼬치만들기, 눈썰매 얼음썰매타기,  과일현미고추장만들기, 숲 놀이 등



파주자연숲학교 Q &A


1.느린 하루 보내기 외에 다른 프로그램은?
파주자연숲학교는 원래 주말학교 수업을 위주로 한다. 주말학교 기본 프로그램은 숲 체험, 농사체험, 슬로푸드체험이 주된 내용이다.


2. 프로그램 대상은?
유치부에서 초등부 대상으로 연간 12회 1년 과정으로 정규 입학이 가능하고 매월 1회성 입학(1일 체험비 8만 원)도 가능하다.


3.수업하는 동안 부모들은 무엇을 하나?
2층 휴식공간에서 담소를 나눌 수도 있고, 파주 근처의 대형 쇼핑센터나 영화관, 문화전시공간에 다녀 올 수도 있다. 귀가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려가면 된다.


4.학부모 식사는 어떻게 하나?
오전 10시 이전에 식사 예약을 하면 된다. 식사비는 5,000원이다.


 
2월 주말학교 프로그램
숲 놀이ㅡ봄아! 어디만큼 왔니?
나무공예ㅡ윷, 말판, 말 만들기
전통놀이ㅡ윷놀이, 한지제기차기, 투호놀이
아동요리ㅡ귤차 만들기
간식ㅡ궁중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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