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한양대, 충북대 의예과. 아산한올고등학교 장윤선(19)양이 지난해 합격한 대학들이다. 웬만한 실력으로도 가기 어려운 대학들을 다섯 곳이나 합격한 장양은 우리나라 최고 명문이라는 서울대를 포기하고 포항공대를 최종 선택했다. 포항공대 홍일점 합격의 영광을 거머쥔 장윤선양의 대학선택 계기는 무엇일까. 미래를 위한 야무진 설계가 그려진 장양의 막힘없는 공부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수레 타고 책 빌려 읽던 꼬마소녀, 공대 가다 =
어릴 적부터 장양은 도서관을 내 집 드나들듯 다녔다. “엄마랑 손수레 타고 도서관에 가서, 수레 한가득 책을 빌려오고 집에 와서 몇 시간씩 읽는 게 일상이었어요.”
글자를 깨쳤을 때부터 거의 초등 4학년 때까지 독서에 집중했다. 5학년이 되면서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독서 경험이 쌓이자 지문 이해력이 좋아지고 문제 푸는 속도도 빨라지면서 수능 공부할 때도 글쓰기 대회에서도 실력발휘가 됐다. 독서가 습관이 된 장양은 고3이 돼서도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장윤선양은 한올고 입학 당시 서울대 문과는 선배가 있었으나 이과는 합격생이 없다는 걸 알고 ‘내가 그 주인공이 돼보자’는 각오로 열심히 공부했다. 장양은 “문과성향이면서도 이과를 선택했죠. 남이 안하는 걸 하고 싶어 하는 성격 때문”이라며 웃었다.
장양은 입학 후 수학 동아리 H-WISEM에 가입했다. H-WISEM은 이공계에 관심 있는 여학생들의 모임으로,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실험하고 공대 여대생들이 멘토 역할도 해주는 동아리다. 이 동아리회장도 맡아했던 장양은 한림원이 주최한 전국노벨과학에세이 대회에 나가서 금상을 받았고 충남소논문대회에서도 연속 2년 수상했다. 장양은 “현직 교수들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청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으나 동아리 담당교사였던 박주환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포항공대를 선택한 이유도 ‘대학간판보다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더 따진 장양의 선택이었다.
“고3때 포항공대 캠프에 다녀온 후 포항공대가 서울대에 비해 한 명 한 명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고 교수들과의 친밀도도 높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학생 한 명이 대학에서 보내주는 유학을 3번이나 다녀올 수 있더라고요.”
선발인원도 훨씬 적고 그만큼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뛰어났다고 판단했다. 학비 또한 무척 적다. 전국에서 16명 정원으로 모집한 포항공대 물리학과에 장양은 홍일점으로 합격했다.
“다양한 직간접경험으로 든든한 배경지식 쌓아” =
장양은 방송에 나오는 수석합격생처럼 교과서만으로 공부한 학생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는 독서와 컴퓨터 등 공부만 집중할 시기에 하기 어려운 것들을 주로 하며 기초실력을 닦았다. 엄마의 권유로 초?중?고 전반에 걸쳐 적절한 사교육도 받았다. 초등 5학년 때 한자 2급 합격에 실패한 적이 있어 한자공부를 그만뒀다가 중2때 한자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고 다시 한자 학원을 다닌 적도 있었다.
장양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었다. 더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다. 외교학과를 가려고 했다가 물리학에 도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천문학에 관심이 생기면서 우주의 신비를 이치로 풀어내는 물리학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사실 전주상산고를 가고 싶어서 완벽하다시피 준비했었죠. 합격가능성이 높았지만 지금 와서 보니까 한올고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또한 장양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모인 상산고를 갔다면 상위권 대학 정도만 진학했을 지도 모른다”며 “내가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것이 도움이 됐다. 특히 H-WISEM 활동이 대학진학에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장양은 “면접에서도 특유의 순발력을 발휘해 전공과 관련 없는 책도 즉석에서 연관성을 부여해 후배들에게 권해주는 책으로 설명하며 답변했다”며 “다양한 경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주더라”고 이야기했다.
장양의 어머니는 “면접 때마다 대기실에서 다른 지역 학부모들과 얘기해보면서 윤선이가 진짜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했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곳에서 인정받은 실력이라 더 고마웠다”며 대견해했다.
실력으로 승부한 장양은 한올고 입학할 때 받은 미래장학금을 이번 대학진학 때도 받는다. 이번은 1회 500만원씩 4회를 받는 큰 금액이다. 아산시와 미래장학회는 관내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SKY를 포함한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면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주의 형성과 끝, 구조에 대해서 연구하는 우주론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요.”
장양은 포항공대를 마치고 나면 외국대학으로 진학해 더 깊이 있는 물리학과 천문학을 공부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어 후배들에게 자신이 느끼고 깨달은 옥석 같은 조언을 아낌없이 전했다.
“목표를 크게 잡아야 실행율도 높아요. 목표가 크면 작은 목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실천할 수 있거든요.”
<장윤선 양이 경험하고 성공한 공부 잘할 수 있는 팁>
-. 독서는 기본. 장르 불문하고 무조건 많이 읽어라. 국어는 공부 안 해도 실력유지가 될 정도로 도움이 된다. 단, 재미만을 추구하는 만화책은 제외.
-. 한자는 독해력과 이해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바르게 유추할 수 있어 든든하다.
-. 컴퓨터 활용 능력.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 놓으면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거나 자신의 학습스케줄 계획과 점검할 때 값어치 있게 활용할 수 있다.
-. 살아있는 영어가 중요. 미드(미국드라마)를 많이 보면 듣기가 굉장히 향상된다. 그러나 내용상 최소 중2가 된 후 보는 게 좋다.
-. 과학잡지 강연 전시 공연 등, 보고 듣고 체험하는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찾아서 해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배경지식으로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유익했던 강연은 TED(www.ted.com)와 네이버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 TED는 유명전문가들의 강연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으며 모바일에서는 자막서비스가 가능하다. 네이버캐스트는 방대한 인문 과학 예술에 대한 자료가 텍스트로 저장돼 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