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이십여 년 전부터 찾던 곳이다. 결혼 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방문했지만, 현재는 가족 나들이 장소로 자주 이용한다. 청계산을 배경으로 서울대공원 호수 주변이라는 지리적 장점 외에도 계절별로 색다른 기획전시를 만날 수 있어 인근 주민들에게는 보석 같은 장소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다양한 미술 체험만큼 알찬 프로그램도 없다. 지난주 9살, 6살 두 아이를 데리고 국립현대 미술관으로 출발했다.
다양한 상설전시, 미술의 아름다움에 풍덩~
국립현대 미술관은 1층부터 원형으로 되어 있는 통로를 따라서 차례대로 올라가면 작품 감상을 빠짐없이 하기 좋다. 아이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분야는 설치미술이었다.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도 주의 깊게 작품을 살펴보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미래는 지금이다’라는 전시 제목이 자연스레 오버랩됬다.
1990년대 이후 한국 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살펴보고자 마련된 ‘한국 현대미술 거대 서사 Ⅱ’ 전시도 인상적이다. 선명한 색깔의 회화에 6살 아이의 눈도 동그래진다. 현대 장신구를 엿볼 수 있는 공예특별전도 볼거리가 많았다. 아기자기한 보석에는 관심도 없던 두 아들도 커다란 뿔로 만든 듯한 대형장신구에는 ‘우와’라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기획전에서 만난 색감의 마술사, 데이비드 호크니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점을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작품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와터 부근의 더 큰 나무들’이다. 총 50개의 캔버스를 모아 만든 대형작품으로 나뭇가지 하나하나에 새순이 돋는 듯한 풍경이 장관이다. 뭔지도 모르면서 한 참을 쳐다보는 아이를 보며 예술의 힘은 위대하다는 생각도 든다.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관람한 중국, 인도 현대미술전인 ‘풍경의 귀환’도 재미있었다. 유료기획전이라 총 3개의 기획전을 모두 볼 수 있는 통합권을 5천 원에 구매했지만 기분 좋은 소비였다.
어린이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캔버스에 담은 자연’
교육프로그램은 한때 ‘광클릭을 해야 신청 가능하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오늘 아이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캔퍼스에 담은 자연''이다.‘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감상한 후 야외에 나가 풍경을 스케치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아크릴 물감을 접해보지 않았던 아이도 캔퍼스에, 팔레트까지 갖추니 유명 화가가 부럽지 않다.
야외 전시된 미술품을 배경으로 근사하게 찰칵~
춥다고 미술관 안에만 있지 말고 야외 전시물도 빠짐없이 챙겨보자. 야외에서 미술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더욱 근사하다. 가장 인기 있던 전시물은 2014년 갑오년에 걸맞은, 붉은 말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여러 가지 형태의 조각들도 이국적이다.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탁 트인 공간에 넓고 푸른 하늘만으로도 즐겁다.
카페테리아에서 진한 커피 한잔, 아트 숍에서 명화 책갈피 구입
미술관 안에서 차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1층 카페테리아(Lounge D) 한 곳뿐이다. 파스타(7,8천 원 선)와 피자(1만 원 선)가 주메뉴이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다. 천 원도 아까운 알뜰족이라면 미술관 야외 테라스에 있는 자판기 커피를 이용하자. 똑같은 커피 한 잔도 미술관에서는 더욱 달콤하고 그윽하다. 구내식당은 작년 하반기부터 운영하지 않는다. 두툼한 짐이 많다면 미술관 내 무료 사물함을 이용해도 편리하다. 기념품을 구매하고 싶다면 1층 아트 숍을 방문해보자. 미술 작품은 물론 명화 책갈피 같은 소품도 판매해 우아한 소비를 하기에는 최적의 공간이다.
무료 셔틀버스, 서울관까지 관람 가능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부터 미술관까지 2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무료 운행한다. 주차비는 2시간에 3천 원이다. 과천관에서는 지난 11월 개관한 서울관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도 운행 중이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0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네 번 운행한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TIP 미술관 200% 활용법
1. 미술지식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전시해설_ 작품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알고 관람하면 미술에 대한 이해와 흥미의 폭이 넓어진다. 전시 해설은 각 전시마다 다른 시간에 진행되므로 전시해설 시간부터 확인하자. 상영중인 다큐멘터리도 흥미로운 것이 많다.
2. 프로그램 신청은 필수_ 어린이미술관에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이 상시 진행된다. 다양한 미술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일정은 인터넷에 주기적으로 공지된다
2.먹을거리만 챙기면 비용 제로_ 일부 기획전시를 제외한 상설전시는 무료 관람이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기획전도 무료이다.
4. 작품 감상의 기본 원칙_ 원거리부터 근거리까지 천천히 다가가면서 감상해보자. 한 걸음만 더 떨어져서 보는 여유 속에서 미술을 보는 안목이 자란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소_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
문의_ 02)2188-6000
관람 시간_ 11월부터 2월 :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단,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영)
3월부터 10월 :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휴관일_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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