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구요?”
아이에게 읽어주다 그림책 매력에 빠져...도서관, 학교서 봉사활동 펼쳐
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책일까. 일본 아동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는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즐길 수 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육아나 자녀 교육 때문에 첫 페이지를 넘겼다가 그림책이 주는 재미와 효과 때문에 책을 드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그림을 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힐링이 되는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보자.
육아서나 교육서 못지않은 삶의 지혜 얻어요~
“어떤 두 사람은 마치 두 개의 시계 같아요.
나란히 서서 같은 시간을 견뎌 가지요.
시계 하나는 가끔 빠르기도 하고 가끔은 늦기도 해요.
이 시계는 신경을 써 줘야 해요.
다른 하나는 절대로 시간이 틀리지 않지만 가끔은 배터리가 떨어진답니다.”
운율을 타며 천천히 책 읽어주는 소리에 모두 귀를 기울인다.
예쁜 그림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이들은 의왕중앙도서관 주부독서토론동아리 ''그림책티타임''이다. 지난 2012년 2월에 결성된 이후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2시간 30분간 의왕중앙도서관 문화교실에서 모임을 갖는다. 처음에 2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 회원 수는 16명. 30대에서 50대까지 주부들로 구성돼 있다.
동아리 회장인 김은정(38)씨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 ‘두 사람’을 다 읽자마자 책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회원이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어 어려운 것 같아”라고 말하자, 다른 사람이 “나와 남편, 나와 부모, 나와 아이의 관계 등 내가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그림책”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이는 동화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여러 작품 내용과 특징까지 설명했다.
일주일에 한권씩 그림책을 선정해 읽은 후 느낌과 생각, 그리고 일주일동안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을 때 아이들의 반응과 독후 활동한 것을 발표하고 의견을 나눈다. 작가 소개와 작품의 특징을 비롯해 성향과 관점까지 심도 있는 얘기가 오간다.
김은정(38) 회장은 “수십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분량, 몇 줄 안 되는 글이지만 좋은 그림책은 육아서나 교육서 못지않은 삶의 지혜를 우리에게 준다”며 “그림책은 어른들이 읽는 문학책에 견 줄 만큼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림책을 읽으면 아이들의 어휘력이나 공간지각능력, 이미지 연상능력이 커질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정서 안정 등 힐링 효과도 있다”며 “아이들을 감성적으로 풍부하고 밝게 키우는데 그림책만큼 효과 적인 게 없다”고 말했다.
6살, 7살 두 아이의 교육 목적으로 그림책을 보기 시작한 전유순(39)씨는 처음 그림책을 읽을 때는 낯설었는데 지금은 작가가 글을 쓰게 된 이유와 의미를 생각하며 한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게 되었다. “‘준치가시’라는 책을 읽고 토론한 적이 있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가시가 되어 찌르지는 않았는지, 내가 받은 가시는 없었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동안 인생을 앞만 보며 바쁘게 살지는 않았는지 책을 덮고 한참 생각하게 되더군요.”
오랫동안 책을 접하지 않아 가볍게 그림책부터 읽으려고 동아리에 들어왔다는 김남옥(50)씨는 “그림책은 아이들에게만 교훈을 주는 책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효과가 있다”며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성장과정을 성찰하고 육아 태도도 점검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보현(37)씨는 “책을 혼자 읽었을 때보다 같이 읽고 의견을 나누다보면 다양한 관점으로 책을 바라보게 되고 관심이 없던 주제에 대해 눈을 돌릴 수 있게 해주어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동아리를 통한 책읽기의 장점을 강조했다.
혼자 읽을 때보다 함께 할 때가 더 재미
회원들은 그림책을 통해 받은 감동을 주위에 나눠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 4월부터 덕성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교실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아침 자습시간에 그림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의왕중앙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독후활동 프로그램 ‘그림책이랑 놀자’를 진행하는가 하면 의왕시 관내 마을도서관에서 독후활동을 진행, 호응을 얻기도 했다.
김은정 회장은 “도서관이나 지역의 아이들을 모아 그림책을 읽어주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며 “내 아이뿐만이 아니라 지역 아이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겨울방학에는 아이들과 함께 ‘백설공주’라는 동극을 공연할 예정”이라며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직접 소품을 만들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는 작가별, 나라별로 그림책을 선정하여 좀 더 심도 있게 토론할 계획이며 서로의 삶을 나누고 배울 수 있는 가족 같은 동아리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윤지해 리포터 haeihae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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