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안 해본 사람들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정리 정돈하는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직접 살림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집안일이 곧 ‘살림’이고 살림이란 우리 삶을 영위하게 해 주는 가장 귀한 일이라는 것을. 하루 종일 가족들의 먹거리와 입을 거리, 잠자리를 준비하는 사람들. 그들의 고민은 가족들에게 ‘더 맛있게, 더 안전하게, 더 편안한’ 하루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매일 고민을 하다보면 살림에도 노하우가 생기고 그 노하우가 쌓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가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호에 만난 전금영씨도 바로 그런 전문가의 영역에 들어선 주부다. 더치커피 맛있게 만드는 사람으로 알게 된 전금영씨. 현재 그녀는 ‘꼼빠뇽’이라는 상표로 직접 만든 커피와 피클, 쿠키 등 을 판매하고 있다. 주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 집을 방문했다.
살림왕 전금영씨, 집안 구석구석 살림 노하우
금영씨의 집은 본오동 다가구 주택이다. 빼곡한 집들 사이에서 그녀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건 예쁜 손 글씨로 쓴 ‘안내문’ 한 장 덕분 이었다. 입주자들에게 알리는 안내문을 붓펜으로 곱게 쓴 글씨가 예사롭지 않아 들어갔는데 역시나 금영씨 집이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우산과 열쇠 등 외출할 때마다 잊기 쉬운 물건들이 격자형 벽걸이에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역시 살림왕의 집은 뭔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그녀와 유쾌한 살림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살림의 지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냉동실 넓게 쓰는 법, 야채 무르지 않고 알뜰하게 쓰는 법, 각종 차 손쉽게 만드는 법, 선물포장 간편하고 예쁘게 하는 법 등 다양한 살림 노하우를 술술 풀어놓는다.
음식 만들기 좋아하고, 집안 예쁘게 꾸미기 좋아하고, 알뜰살뜰 정리하기 좋아하는 천상 여자가 딱 금영씨다. 그런 그녀가 사업을 시작하기 까지 뭔가 남다른 사연이 있지 않을까?
우연히 시작한 커피공부 제2의 인생 디딤돌
“저도 IMF를 호되게 겪었어요. 그 해 아들을 낳았기 위해 휴직을 했는데 복직이 안 되더군요. 구립어린이집 교사였는데 휴직만 안 했더라면 안정적인 직업이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 후론 학습지 교사와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계속했는데 도저히 건강이 받쳐주질 않아서 그만둘 수 밖에 없었어요”
지난 일을 담담히 되뇌이는 그녀는 계속 일을 해 왔던 경험 때문인지 집에서 쉬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 때 생각했어요. 내가 잘하고 하고 싶은 게 뭘까? 요리였어요. 항상 음식 만들기 좋아했고 나눠 먹길 좋아했는데 건강이 회복되면 카페라도 차리고 싶은 마음에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커피와 인연을 맺은 것이 8년 전 이야기다. 커피의 눈물이라는 더치 커피의 매력에 빠진 것도 커피를 공부하고 난 후였다.
“저온에서 천천히 추출해 낸 더치커피는 액체상태이기 때문에 다양한 음료와 섞어 마시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이다와 함께 커피에이드를 만들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에 얹어 아포가토로 먹어도 좋다.
일주일에 한두 번 더치 커피를 뽑아 지인들에게 판매한다. 입소문을 시작된 일이 지난해 4월에는 개인 사업자로 등록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으로 확장했다.
SNS 인맥으로 홍보, 입소문으로 퍼진 실력
그녀가 주로 파는 음식은 더치커피와 피클, 쿠키다. 무, 오이, 양파, 파프리카, 주기니 호박등 12가지 야채를 섞어 식초물에 절인 야채피클과 도라지, 더덕 피클 등 계절에 따라 피클의 주 재료는 달라진다. 새콤한 식초 피클과 짭조름한 간장소스 피클, 매콤한 두반장이 들어간 두반장 피클이 있다.
“여름철 야채가 많이 나올 때는 다양하게 만드는데 겨울철에는 재료가 부족해 야채 피클 대신 도라지나 더덕 피클을 만들어 판매한다. 우리집에서 내가 먹는 것 처럼 만들기 때문에 한 번 드신분은 단골이 된다”고 귀뜸한다.
그녀의 고객은 SNS로 결합된 친구들이다. 집에서 만드는 피클이나 커피를 SNS에 올리면 먹고 싶은 사람들이 주문을 한다. 미리 주문을 해도 몇일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미리 만들어 둔 피클이나 더치 커피가 없을 때는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 만들어 판매해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그녀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그냥 보통 남자들 버는 만큼은 벌어요”라며 수줍게 웃는 전금영씨. 요즈음은 그녀의 커피와 피클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흐뭇해 한다. 방송국 모 드라마 제작팀들이 그녀의 커피를 단체로 구입해서 먹기도 하고 여기저기 맛있다고 소문듣고 온 사람들도 꽤 많다. 그녀가 판매하는 SNS에 등록된 친구는 500여명. 그녀의 고객이며 홍보대사들이다.
새해 그녀에겐 새로운 계획이 있다. 커피를 배울 때 계획했던 카페를 오픈하는 것이다. “예전엔 시어머니의 반대로 시작도 못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많이 지지해 주신다. 늦은 아침겸 점심으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메뉴와 맛있는 커피를 파는 브런치카페를 오픈할 계획이다”는 금영씨. 새해 그녀의 새로운 변신이 기대된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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