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깐깐하게 고른 ‘4인4색 채움 여행지’

진격을 위한 잠시 멈춤... 리셋 여행을 떠나요

지역내일 2014-01-07 (수정 2014-01-07 오후 2:34:30)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1월. 반복되는 일상을 잡시 접고 낯선 곳으로 떠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찬찬히 설계하는 자기 삶의 여행을 하고 싶게 만드는 달이다. 리포터 4인방이 여기저기 수소문해 발품 팔아 직접 다녀온 ‘특별한 여행지’ 4곳을 공개한다.
오미정 박지윤 이은경 오현희 리포터

덕유산

상상 그 이상의 눈꽃 여행 ‘덕유산 향적봉’

가는 해, 오는 해가 교차되는 시기에는 하루 날 잡아 낯선 공간으로 떠나 ‘비움과 채움의 의식’을 치루는 게 우리 가족만의 신년맞이 세리머니다.
올해의 행선지는 설산으로 유명한 전북 덕유산. 지금까지 겨울 산행의 백미인 눈꽃을 TV나 사진으로만 만났던 터라 ‘내 눈으로 직접 보리라’ 내심 벼르고 주저 없이 결정한 여행지였다.
새벽부터 길을 재촉해  우리 세 식구는 무주로 달렸다. 겨울산은 든든한 방한복부터 산행 장비가 필수. 하지만 초보 등산객이 우리 식구는 눈길 미끄럼 방지용 아이젠 외에는 변변한 등산 장비를 갖추지 않은 터라 별다른 장비 없이 오를 수 있는 무난한 초보자 코스를 택했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한폭의 산수화 같은 겨울산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오르자 향적봉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펼쳐졌다.
“세상에!” 눈앞에 펼쳐진 설경에 말을 잊었다.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쌓인 흰눈이 얼어붙어 만들어 낸 ‘눈꽃의 세계’는 마치 신선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 아닌가 착각마저 들게 할 만큼 신비로웠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장면 장면 마다 작품 사진이 탄생했다.
원래 향적봉 코스는 설산이 예쁘고 초보자도 오르기 쉬워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라고 한다. 운 좋게도 우리가 간 날은 영하의 날씨 탓에 사람이 많지 않아 고즈넉한 겨울산의 정취를 맘껏 누길 수 있었다. 20분 남짓 오르자 산 정상에 다다랐고 눈밭을 함께 뒹굴며 눈싸움까지 하며 오랜만의 가족여행을 맘껏 누렸다.
우리 집 가훈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처럼 아무도 밟지 않는 눈길을 한 발짝 한 발짝 내 딛을 때의 그 ‘짜릿한 기쁨’을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새로움에 도전하면서 발견하라는 2014년의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 인상적인 새해 여행을 다녀오면서 많은 단상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익숙한 곳과 잠시 결별하고 ‘인생 정리’가 간절한 분께 1일 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덕유산 눈꽃 산행을 꼭 강추하고 싶다.




노천탕에서 만끽하는 몸과 마음의 힐링 ‘수안보 온천’
2013년을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우리 가족이 선택한 곳은 온천. 응급실행으로 온 가족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던 친정아버지, 내년 무릎 수술을 앞두고 있는 어머니, 수험생으로 누구보다 힘들게 1년을 보낸 두 조카들, 그리고 예비고3 큰아들과 처절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둘째 아들, 여기에 누구보다  몸과 마음의 힐링이 필요한 ‘위기의 40대 엄마’ 자매가 여행에 동참했다.
목적지는 수안보파크호텔. 가까우면서 편안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된 힐링을 위한 노천탕이 선택의 이유였다. 여기에 부모님과 먼저 다녀온 친구의 적극적인 추천이 더해졌다.
수안보 온천수는 소백산맥분지에서 약 3만 년 전부터 샘솟는 천연 온천수로 약알카리 성분을 띄는 게 특징. 서울에서 2시간 남짓 거리라 이동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었다.
따뜻한(41도 내외)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호텔의 노천탕이 단연 여행의 절정이었다. 온몸은 달아올라 김이 모락모락, 하지만 물 밖은 영하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온도 그대로. 뜨거운 온천물이 답답해져올 즈음이면 물 위로 몸을 내밀어 단번에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천욕에 취할 수 있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편안히 담그고 하늘을 바라보자니 몸과 마음이 저절로 평온을 되찾는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저기서 ‘힐링’이라는 단어가 넘쳐나고 ‘마음마저 평온해진다’며 깊은 숨을 내쉬는 어르신들도 눈에 띈다. 노천탕에서 바라본 풍경도 뛰어나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들의 숨어있는 마음을 발견한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엄마 아빠에게는 그 누구보다 무뚝뚝한 아이들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챙기는 살뜰함과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속 깊은 마음에서 사랑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편 한국도자기에서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한국도자기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데 운이 좋으면 마음에 드는 제품을 60~80% 저렴한 가격에 마련할 수도 있다. 핸드페인팅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데, 완성한 작품은 가마에서 구운 후 택배로 부쳐준다.
                                             
단양~영주~안동으로 이어지는 2박3일 힐링 로드
혹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해를 마감하며 그동안 살기에 바빠 놓치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새해 가족의 소망을 담아보기 위한 가족여행. 여기에 교육적인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학원 수업시간 때문에 오랜 시간을 내기도 만만지 않은 요즘, 주말을 이용해 단양에서 영주 부석사, 안동으로 이어지는 2박3일 힐링 여행을 추천한다. 단양의 자연경관을 둘러보며 도란도란 자녀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으로 영양도 보충하고 나면 새해맞이 에너지 충전으로 충분. 지역특산물인 마늘을 이용한 먹거리들과 올갱이 된장국은 이 지역의 대표음식이다.
관광선을 타고 구담봉과 옥순봉을 둘러본 뒤 단양팔경중 제1경으로 손꼽히는 도담삼봉에 이르면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가운데 세 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겨울임에도 빼어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단양에서 영주로 이어지는 죽령터널에 들어서면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의 길이에 한번 놀라고 터널을 나오면 경북 영주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4.5km의 터널 끝에서 시작되는 영주는 우리나라 절 가운데 으뜸이라는 부석사와 소수서원으로 유명한 곳.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라지는 경계에 위치한 부석사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이 있는 곳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절 아래 전경을 내려다보면 자연과 인공이 한 치의 어색함도 없이 어우러진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난다. 부석사에서 20여분거리에는 최초의 소수서원이 있다. 이곳에 들려 옛 선비의 기운을 받아봄은 어떨까?
마지막 여행지는 안동. 낙동강을 따라 펼쳐진 하회마을에 들려 옛 살림집과 마을길을 걸어보고 나루터를 지나 부용대에 올라보면 하회마을 전경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근처의 한지 체험장에서는 전통방법으로 한지를 생산하는 한지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닥나무를 원료로 해서 만들어지는 한지공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체험학습 숙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새해 떠오르는 첫 해를 보며, 올림픽공원 망월봉 해맞이
‘우리가 여행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은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하는 심리에 더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행의 심리를 우리 자신이 사는 곳에 적용할 수 있다면, 이런 곳들도 훔볼트가 찾아갔던 남아메리카의 높은 산 고개나 나비가 가득한 밀림만큼이나 흥미로운 곳이 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중에서 
2013년을 정리하면서 2014년을 맞는 여행은 이 구절에서 시작되었다. 아니 사실은 허리를 다쳐 멀리 못 가는 남편의 사정에 따른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어쨌든 눈앞에 두고도 늘 비껴가기 쉬웠던 올림픽 공원에서의 해맞이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다.  
해맞이가 있었던 망월봉은 ‘달맞이봉’이라는 뜻의 언덕이다. 언덕이 없는 송파에서 유일하게 앞이 트여 해를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오전 7시부터 타악 퍼포먼스로 송파구립민속예술단의 해오름 울림 공연이 있었고, 글로리 남성중창단의 해맞이 축가, 해오름 소망
북울림과 해돋이 함성 등 다양한 순서로 진행되었다. 힘차게 떠오르는 새해를 바라보면서 둥둥 울리는 북소리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뜨겁게 덥혀지는 듯했다.
특히 올해는 ‘한성백제문화유산 유네스코 등재 추진 선포’가 있어 한층 더 뜻 깊은 자리가 되지 않았나싶다. 갑오년(甲午年) ‘청말 띠의 해’를 맞아 각자의 소원이 담긴 청말 풍등 띄우기, 2014년을 의미하는 4번의 대북타고와 오색축포가 새해 첫 일출을 더 화려하게 만들기도 했다.
망월봉에 해 뜨는 시간은 8시 7분이었다. 새해가 떠오르는 순간, 붉은 해를 바라보는 이들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대북타고 체험과 소원지에 새해 소원을 적어 묶어두는 ‘소원지 작성’ 행사에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맞이 후에는 떡국을 나눠먹는 순서도 마련되어 있었다.
2014년은 멀리 가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온가족이 함께 한 해맞이로 시작했다. 막연한 희망보다 실현 가능한 작은 소망부터 실천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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