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을 보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광고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을 가리켜 사회적 기업이라고 부릅니다. 이윤의 극대화 보다 세상을 향해 착한 소비를 외치는 기업들, 그 발상의 진원지, 사회적 기업 ‘위캔’을 소개합니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적장애인들은 사회생활이나 취업하는데 있어 크고 높은 벽에 부딪히게 된다. 위캔은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든다. 취업이 어려운 지적장애인들에게 일자리와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해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로 지난 2001년 설립됐고 2007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현재 38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쿠키를 굽는다.
‘위캔쿠키’는 우리밀, 유정란, 땅콩, 검은깨 등의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해 모든 과정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낸다. 몸에 좋지 않은 첨가물이나 색소, 쇼트닝, 보존료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설탕의 사용을 대폭 줄여, 어린이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식품이다.
위캔샵을 통해 쿠키를 구입한다는 주부 유희정(주엽동)씨는 위캔의 단골고객이다.
“요즘 믿고 먹을 만한 과자가 별로 없는데 100% 우리밀과 국산원유버터, 유기농 설탕 등 좋은 재료를 쓴다니 안심이 되죠. 아이들 간식용이지만 많이 달지 않고 고소해서 커피나 홍차하고도 잘 어울려요. 종류 별로 하나씩 포장이 돼있고 쇼핑백까지 들어있어 명절이나 기념일 선물용으로 좋습니다.”
센터에서는 “장애인이 만들어 위생이 불안하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장애인들은 한번 배운 절차대로만 엄격하게 작업을 하기 때문에 더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안전경영시스템 ISO 22000를 획득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장애인이 ‘일반 회사처럼’ 생활하는 기업
맛뿐만 아니라 청결과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더 쓰고 있다. 작업복과 마스크, 머리에 캡을 쓰고 먼지를 떨어주는 단계와 에어샤워 단계 등 두 단계를 거친 후에야 작업장에 입장할 수 있다. 쿠키가 완성된 후에도 3명의 근로자가 수작업으로 2차 검수를 한다. 마지막 포장 단계에서는 금속검출기를 거친다.
동그란 반죽을 오븐틀에 나란히 배치하는 정지훈 씨는 이곳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근무했다. 포장 작업이 제일 재미있고 반죽은 힘들다고 한다. 집이 가까워 출퇴근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회사는 직원들의 출퇴근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지훈 씨는 월급의 대부분을 통장에 넣는다. 나중에 집을 사고 싶어서란다.
위캔의 직원들이, 자신의 일과 월급을 정확히 이해하고 집과 직장 사이를 출퇴근하는 ‘일반적인 회사 생활’을 처음부터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임주현 사무국장은 “매출을 올려 돈을 벌고 월급을 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돈을 쓰는 법까지 가르쳐 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돈을 쓰는 법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사람들과 지낼 때의 예절이나 대인관계, 위생 같은 ‘사회생활’을 모두 가르쳐줘야 해요. 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해야 합니다. 가끔 직업재활팀원들이 힘에 부쳐 한숨 쉴 때가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이수경 시설장은 “진정한 사회적 기업은 사회취약계층을 고용해 급여를 주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이들이 사회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도록 치료와 재활도 함께 해줘야 합니다. 지적장애인이 일하고 급여를 받는 것보다 자신들이 번 돈을 스스로 올바르게 쓸 수 있도록, 이들이 사회공동체에 융화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기업입니다.”
‘착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한 때
이제 위캔 쿠키의 맛과 품질은 일반 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에게 위캔 쿠키를 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위캔 쿠키는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거나 기관이나 단체로 배송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으로 진출할 경우 유통비용이 비싸 수익률이 떨어지고 제품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보다 많은 판매를 위해선 끊임없이 제품에 대한 투자와 판로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우리 밀 제품의 인기로 원료 가격이 상승해 재료 수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밀뿐만 아니라 국산 버터와 포장지까지 지난해 30%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이수경 시설장은 직접 백화점에 나가 물건을 팔아보니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건을 집어 들었던 고객이 장애인 친구들이 만들었다는 얘기에 바로 내려놓는 것을 봤다”며 “소비자들이 대기업 브랜드만을 선호하는 태도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착한 제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회 후생관에 장애인 바리스타 교육을 위한 커피전문점을 차린 것처럼 일산 신도시 중심가에 번듯한 쿠키매장을 만들고 매출을 일으켜 장애인을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하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위캔의 전 직원은 아침마다 모여 위캔 철학의 마지막 문장인 “나는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를 외친다. 작업장에서 만난 근로인은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위캔에서 쭉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들에게 위캔은 희망이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든든한 기업체다.
위캔센터 : 고양시 덕양구 혜음로 276 전화 031-969-3533, 3535
<쿠키구입안내>
온라인 위캔샵(www.wecanshop.co.kr) 우체국쇼핑 푸드마트 롯데홈쇼핑
오프라인 한살림 두레생협연합회 아이쿱생협연합회 아름다운가게 등
구입 및 단체주문 : 031-969-3533/3535
- 인터뷰 -
시설장 이수경(마리아)수녀
“내실있는 한걸음 한걸음으로,
맛과 품질을 자신합니다”
위캔 쿠키의 맛과 품질은 어디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토끼처럼 빨리 뛰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거북이처럼 내실을 다지면서 걸어가겠습니다. 이들이 사회공동체에 융화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기업의 역할입니다. 안정적인 판로와 정책적 지원,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해지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용철(28세)
“작업장 환경이 따뜻해서 좋아요”
전에 일하던 종이 공장은 너무 바쁘고 추웠어요. 배려를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작업환경이 안 좋으니까 힘들었어요. 이곳은 따뜻해서 좋아요. 힘든 친구를 도와주기도 해요. 제 친구에게도 적극 추천했어요. 내년에는 반죽기술이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정하나(30세)
“친구들과 같이 여행 갈 때가
제일 좋아요”
저는 포장하고 배송하는 일을 하는데 서로 도와가며 일을 하니까 즐거워요. 예전 직장은 일만 시키고 여유가 없었어요. 실수하면 나쁜 말을 듣기도 했는데 이곳은 안 그래요. 내가 일한만큼 월급 받고 친구들과 같이 여행까지 갈 수 있어 참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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