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을 가면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 든다. 내가 원하는 책이 어디 숨었을까. 책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인문교양의 초석을 닦는다.
그러나 요즘 책값은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사기 어렵게 만든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다면 수시로 이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대출만료일 지키는 것도 신경 쓰이는 일이다. 더욱이 아이들 참고서니 문제집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도 안 사줄 수가 없다.
다행히 천안에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헌책방 3곳이 있다. 여기서는 구매한 책을 다시 되팔 수도 있다. 먼 곳은 택배서비스도 가능하다. 각기 다양한 특징을 가진 이곳에서 알뜰하고 실속 있는 헌책 구매 포인트를 찾아봤다.
뿌리서점- 다양한 최신 중고학습서를 싼값에
복자여고 옆에 있는 뿌리서점은 무려 그 역사가 30여년이나 된다. 천안의 헌책방 역사를 지켜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성무(45) 대표는 8년 전에 지인 소개로 이 책방을 인수받아 운영하고 있다. 30년 헌책방 향수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이곳의 특징은 헌책과 함께 새책도 할인 판매한다는 점이다. 헌책은 정가의 20~30%면 살 수 있으며 새 책은 10% 할인한다.
헌책은 종류 구분 없이 다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곳은 교과서를 비롯해 문제집 참고서 등 새책과 다름없는 헌책을 다량 구비하고 있어 웬만한 학습서는 금세 살 수 있다.
“10년 동안 교육과정이 6번 바뀌었어요. 옛날 우리 때와는 확연히 다르지요. 몇 년 만 지나도 그 책을 물려받을 수가 없어요. 국가적으로 얼마나 낭비예요? 이곳에서는 현재 교육제도 하에서 쓸 수 있는 최근 학습서만 골라 판매하고 있어요.”
홍성무 대표는 “싼값에 새책 같은 학습서를 구입할 수 있어 학생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에도 학습서를 사러오는 학생과 학부모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책을 사러 온 한 단골손님은 “우리나라 인터넷 대형서점이 전국의 책방을 잠식하는 횡포가 엄청나다”며 “한국의 출판 질서를 깨트리는 주범”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사람들이 제대로 모르고 있다”며 총총히 자리를 떠났다.
홍 대표는 웃으며 그를 보낸 후 기억에 남는 손님을 떠올렸다. “중학교 교과서부터 시작해 대학전공서적까지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책을 사간 분이 있었어요. 처음 이곳에 올 때는 말도 없고 위축된 모습이었는데 3년 뒤엔 당당히 어깨를 펴고 들어오더군요. 주경야독하며 꿈을 이뤘을 그 모습이 생각나네요.”
책을 싸게 살 수 있었기에 이룬 꿈. 홍 대표는 헌책방의 존재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를 말해주었다.
휴무: 매월 둘째 일요일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택배 / 근거리 배달 서비스 가능
주소: 천안시 동남구 대흥로 288-5
전화: 563-9129 / 010-3417-2751
갈매나무 책방 -무협지 등 만화 다량 보유, 희귀서적 즐비
갈매나무 책방은 뿌리서점 바로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무협지, 판타지 로맨스 소설 등 학창시절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책들로 가득하다. 200m² 이상 되는 넓은 곳에 다양한 종류의 중고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의 단골이었던 김중일(53) 대표는 아예 서점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5만 여권의 중고책을 보유하고 있어 미취학부터 전 연령이 볼 수 있는 다양한 책이 있지만 다른 곳보다 전문서적이 많은 편이에요. 불교서적 중국고전 건강서적 역술서 도록 고서 사전은 물론이고 영화DVD 음악CD 등 다양해요. 특히 사전은 매우 많아요.”
김 대표는 일찌감치 백석의 시에 반해 백석을 얘기하고자 모인 4인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는 “요즘은 바빠서 모임에 나가지 않고 있다”며 “89년부터 백석을 접했다. 백석은 아껴두고 싶은 시인이다. 함부로 회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긴 말을 하지 않았다.
갈매나무 책방은 인터넷 판매와 배달서비스는 하지 않는다. 단 택배서비스는 가능하다.
휴무: 매주 토요일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
주소: 동남구 대흥로 284-3
전화: 555-8502 / 010-9801-3333
천안헌책방 -모든 헌책을 만날 수 있는 곳
천안헌책방은 천안 두정동에 지하 1층 231㎡ 규모로 4만여 권의 중고책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아동 전집 및 동화책 등이 다른 곳보다 많으며 인문소설, 경제, 초중고 학습서, 무협지, 여성지 등을 판매한다.
천안헌책방은 이경원(52) 이영미(52) 동갑내기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개점한 지 만 4년이 넘었다.
이경원 대표는 “요즘은 우리 책방의 존재를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집안이 책과 관련된 일에 많이 종사하고 있어 보기 드문 고서도 오산에서 고서 전문점을 크게 하는 있는 처남을 통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은 절판된 법정스님의 ‘무소유’도 2권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책을 소중히 했던 한 손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기서 책을 사서 늘 선물하는 분이 있었어요. 자주 와서는 책 내용을 쭉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이면서 지인들에게 어울릴만한 책을 고르곤 했지요. 책을 선물하는 기쁨을 느끼는 분이었어요.”
이 대표는 “인터넷 중고서점 북코아(www.bookoa.com)에서도 우리 책을 살 수 있지만 이곳에 오는 수고를 해준다면 보다 싼값에 책을 살 수 있다”며 “차비는 빼주겠지” 하며 허허 웃었다.
이곳은 출장매입도 가능하다. 책이 많아서 가지고 나오기 힘든 경우 이용하기 좋다. 단 전집은 2007년 이후 책만 매입 가능하다.
휴무: 집안에 행사 있을 때만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후 9시
택배 / 근거리 배달 서비스 가능
주소: 천안시 서북구 두정로 132
전화: 562-3327 / 010-2585-3327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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