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들- 나눔의 공연을 펼치는 복조리공연단
“재능을 기부해 보세요, 이웃과 나에게 행복이 찾아옵니다~ ”
구세군의 종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지는 연말이다. 한해가 지나가는 이맘때는 의례적인 반짝 봉사와 기부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매월 타인과 소외된 이웃을 찾아 재능과 시간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처음 시작은 나를 위한 배움이었지만, 배워서 남을 주는 행복에 푹 빠진 복조리공연단. 이들이 만들어 내는 진심어린 공연은 각박한 세상을 따뜻한 곳으로 변모시키는 단초가 되고 있다.
■권선구, 11개 동 주민자치센터 동아리들이 모인 복조리공연단
권선구 오목천동의 한 양로원. 고운 한복에, 화려한 댄스복에 때깔 좋은 옷을 맞춰 입고 복조리 공연단이 모여든다. 각기 다른 공연 내용에 따른 그들의 차림새는 범상치 않은 공연이 임박했음을 전해줬다. ‘사랑의 하모니 노래교실’의 강사이자 공연 사회자인 김기순 씨가 6개의 동아리들의 공연 시작을 알린다.
처음‘어울림풍물단’의 신나는 사물놀이에 흥을 실어보고, ‘안젤루스 만돌린 앙상블’의 연주에서는 만돌린이 내는 청명하고 여성스러운 음색에 흠뻑 젖어든다. 이어지는 민요동아리‘청산도’의 우리가락은 어르신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어르신들의 동아리인‘실버댄스’의 댄스는 스텝이 조금 꼬여도 보는 이나 하는 이나 즐겁기만 하다. 김기순 사회자와 ‘사랑의 하모니’노래교실이 펼치는 합창과 율동도 흥겨움에는 제격. 마지막은 ‘소리파워’가 맡았다. 이름에 걸맞은 파워가 넘쳐나는 장단으로 관객을 휘어잡은 후 아쉬운 공연은 막을 내렸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은 연신 박수로 장단을 맞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오후 한 때를 즐겼다.
오늘 공연에 나선 복조리 공연단은 2009년부터 권선구 11개동 22개 동아리가 함께 모여 결성된 공연단. 각 동의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로 수강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아리로 만들어졌다. 월1회 권선구에서 주최하는 공연 등에 번갈아가며 참여해 자신들의 배움을 나누고 있다. 또한 동아리별로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봉사하고, 수원시 주최 각종 행사에서도 자신들의 재능과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나를 위한 배움이 남을 위한 공연으로~
각기 다른 동아리에 속해 있지만 이들의 시작은 비슷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배움의 기쁨에서 나눔의 기쁨까지 누리게 된 것.
‘어울림풍물단’은 동아리 중 높은 평균 연령대지만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동아리 중 하나다. 오랜 시간 동고동락해온 단원들은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그 공감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연령이 있어 공연 때 혼신의 힘을 쏟고 나면 힘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신명나는 가락을 멈출 수 없다”는 김금자 회장. 신명이 이웃에게 힘이 됨을 알기 때문이란다.
‘안젤루스 만돌린 앙상블’을 만나면 전체 인원 30명의 규모에 놀라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연주에 빠져든다. 황원자 단장은 "대다수가 주부들로 자아실현을 위해 뭉쳤지만 클래식·영화음악·팝송·성가 등을 연주하며 소외된 이웃을 찾고 있다"며 활약상을 전했다. 우리 가락이 좋아 민요에 푹 빠진 ‘청산도’도 전통민요 명인의 지도하에 일취월장한 실력을 바탕으로 민요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민요에 친숙한 어르신들이 많은 곳의 봉사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분위기 메이커. 도남순 회장은 민요를 전파하는데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아쉽게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가요에 비해 민요는 찾아서 들어야 하는 우리 소리이기에 배움과 베푸는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소리파워’도 빠질 수 없다. 난타가 좋아 시작했던 주부들은 이제 초청까지 받는 프로에 버금가는 실력자가 됐다. 난타는 어르신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데 손으로 리듬을 맞추며 호응할 땐 절로 힘이 난다. 용환순 팀장은“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만큼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나눔이 기쁨이 되는 세상, 그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이들이 정녕 아름다운 이유는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가기 때문이다. 이웃과 함께 웃음과 즐거움을 나누니 행복한 세상이 가까이 다가온다. “‘사랑의 하모니 합창단’은 찾아가는 노래교실로 소외된 이웃을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무반응을 보이는 어르신이나 장애우들이 우리들의 노래 소리로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김기순 사회자는 전한다. ‘소리파워’역시 활발한 공연활동 외에 구세군 장애우들에게 난타를 가르치고 있다. 처음엔 마음을 닫고 표정도 없던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함께 연습하니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열어 주었다고.
이런 봉사는 받는 이를 감동시키지만 자신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안젤루스’의 한 회원은 유방암을 앓았었다. 보람 있는 연주활동으로 투병생활을 견뎌냈고 제2의 인생을 찾았다. 악기 연주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자기 발전을 이뤄가는 모습에 가족들은 기꺼이 열렬한 후원자가 되는 것도 회원들에겐 큰 기쁨이다.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훨씬 젊어지고 건강해진다. 공연에 많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더욱 열심히 해서 기회가 닿는 대로 재능봉사에 앞장서겠다”는 정영귀 ‘실버댄스’회장의 계획에서도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봉사는 그리 멀리 있거나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복조리공연단 회원들처럼 원하는 것을 배우고 그 배움을 나누는 마음이면 충분할 것이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연말, 나의 재능을 찾아보고 역할에 맞는 봉사가 뭘까 행복한 고민을 시작해 볼 때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