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적금까지 깨 대동 살리려고 했는데…”
7일 대동주택 퇴출소식을 듣고 대동 사옥으로 달려온 한광희(49)씨는 나오려는 눈물을 삼키
며 연신 담배를 피워 물었다.
한씨는 대동에 기계설비를 납품하는 양산소재 태성공영 사장이다.
지난해 연말 대동이 부도위기에 몰리자 협력사들은 ‘모기업 경영위기 타개운동’을 전개,
현금 91억원, 어음 188억원 등 모두 279억원을 모금해 금융결제에 보탰다.
이 때 한씨는 애들 적금통장을 깨는 등 2억원을 선뜻 내 놓았다. 하지만 정작 자기 회사는
부도를 내고 말았다. 부도 중에도 경남 장유아파트 공사 중 자신이 맡은 부분을 끝까지 마
무리했다.
“청산이라니 마른 하늘에 왠 날벼락입니까”
1000여개 대동주택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동건회’(회장 이연호)소속 중소업체들의 한결같
은 목소리다.
모기업인 대동주택이 모두 15차례나 부도위기에 처했고 이 때마다 협력업체들은 연대보증,
대물변제, 가용자금 모금 등을 통해 1560억원을 대동에 지원했다. 협력업체들은 자신이 부도
가 나도 대동의 어음을 돌리지 않았다.
태양건설 박동람 사장은 타고 다니던 자가용을 팔아 돈을 내놓았다.
포인건설 이병열 사장은 어머니와 처형집을 저당잡혀 대출,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포인건설
이 이래저래 대동에 잠긴 돈은 20여억원.
부도후 올 5월 협력사들은 진행중인 공사대금을 준공후에 받기로 결의했다. 어차피 모기업
이 망하면 다 죽는다는 절박한 심정에서다.
대동주택이 IMF이후 올 1월 최종부도까지 2년여를 버티고 부도후 4000여 가구를 제 때 준
공할 수 있은 것은 임직원들의 노력과 함께 이와같은 협력업체들의 고통분담이 결정적인 역
할을 했다.
10억원이 대동에 물려있는 이연호(45)회장은 “중소업체들이 살을 깍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
는데 주택은행이 자기만 살겠다고 무리한 채권회수에 나서다 안되니까 청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울화가 치밀어 잠이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대동주택과 대동백화점 임직원과 협력회사 종업원 1500여명은 10일 주택은행 창원지점앞에
서 ‘퇴출결정 재심의’를 요구하며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었다.
창원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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