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와일드 빌’

가족애를 전하는 철부지 아빠의 성장 드라마

지역내일 2013-12-24

올 연말 진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짧고 굵직한 영화 ‘와일드 빌’이 화려한 대작들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두 아이가 무게감 있게 등장하는 가족이야기지만 우리 정서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설정들이 있어 아쉽게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어른을 위한 가족영화다.


일찍 철든 아들, 늦게까지 철부지인 아빠
‘망나니 빌’로 알려진 거칠고 폭력적인 빌(찰리 크리드 마일즈)은 폭력사건으로 8년간 복역 후 가석방된다. 집에 돌아와 보니 9개월 전에 아내는 두 아이를 버려둔 채 다른 남자와 도망가고 집에는 서먹서먹한 두 아이만 남아 있다. 이전에 가담했던 마약 조직은 다시 빌에게 손을 뻗치고 자식들이 부담스러운 빌은 언제든 자유롭게 떠날 궁리만 한다.
엄마가 떠난 후, 열다섯 살의 딘(윌 폴터)은 열한 살인 동생 지미(새미 윌리엄스)를 돌보기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간다. 아동 보호소로 가는 것이 싫어 복지단체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내는 딘은 불청객인 아버지가 반갑지만은 않다. 일찌감치 철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미 어른이 된 딘에게 유대감과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망나니 아버지는 자신이 기댈 만한 보호자가 아니라 한심한 대상처럼 보인다.
아버지의 등장으로 두 아이는 보호 대상으로 노출되고 복지기관의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아들과 아버지는 마지못해 손을 잡는다.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빌의 어설픈 집안일, 자존심을 버린 아르바이트,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 등은 의외로 아이들의 마음을 연다. 억지로 시작한 부모 노릇이었지만 빌은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아이들에게 가족으로 다가가게 된다.

와일드


절제된 감정 연기로 더 먹먹해지는 영화
아버지 빌과 아들 딘의 역할을 맡은 두 배우의 절제된 감정 연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한다. 그들의 표정은 화려하지 않고 무미건조하다. 거칠고 폭력적인 빌은 두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초보 아빠다. 더구나 애정도 못 느끼는 상태에서 시작한 아빠노릇이다. 만사 귀찮으면서도 조심스러운 표정, 무식하면서도 순박한 표정은 거칠게 살아왔지만 이제부터 아버지로 살아가야하는 빌의 상황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아들 딘의 표정 또한 무미건조하지만 아버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눈빛에는 바르게 살면서 동생을 보호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자신과 동생을 버리고 간 엄마에 대한 원망도 없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에 대한 기대도 없다. 그러면서도 그의 표정과 행동에서는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철없는 부모를 이해할 줄 알고, 조롱당하는 아빠를 위로할 줄 안다.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다. 다시 잡혀가는 빌에게 건조한 말투로 “돌아올 거죠?”라고 던지는 한 마디는 너무 일찍 철든 아이의 모습이라 더욱 안타깝다.


밑바닥 아버지의 서툴지만 가슴 뭉클한 부성애
영화 ‘와일드 빌’은 나이만 많았지 아들보다 정신연령이 낮고 책임감도 전혀 없는 아빠가 두 아들을 통해 아버지라는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렸다. 철부지 빌은 자신을 무시하는 아들이지만 나이보다 성숙한 딘의 모습에서 듬직함과 대견함을 느꼈을 것이고, 어린나이에 학교는 관심 밖이고 조직의 마약운반책으로 이용당하는 어린 지미에게는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빌은 분명 미숙하고 서툴기 짝이 없는 아버지다. 그렇지만 바로 그 점이 서로 제각각인 가족을 하나로 이끈다. 의지가 강한 딘은 어른으로 대해주고 말썽꾸러기 지미에게는 친구가 되어 준다. 강압적인 형에게는 저항하며 일탈을 일삼던 지미도 아버지와는 진심으로 소통한다. 빌은 위험에 빠진 지미를 구하기 위해 자제했던 폭력을 휘둘러 다시 잡혀가는 신세가 되지만 그의 표정에는 예전에 없었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넘친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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