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중3·고3 국어논술

고3을 보내고 중3을 맞이하며

지역내일 2013-12-17

눈이 부시도록 노란 은행잎이 초겨울 바람에 휘날려 바닥에 쌓여 있습니다. 그 위를 걸어가며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매년 새 희망과 용기로 시작했다가, 또 하나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뭇 생명의 섭리요 숙명이 아닐까 하는 감상에 젖어도 용서가 되는 계절인가 봅니다. 매년 고3 수험생들을 보내고 이제 또 대학입시의 첫발을 내딛는 중3 학생들을 새로 만나는 11월에 밟는 은행잎은 늘 그런 느낌입니다.  

11월 초에 저에게 논술을 배우는 고3 학생의 학부모님 한 분과 상담을 하였습니다. 물론 고3 수험생은 수능 마무리 공부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를 찾아오신 것은 그 고3의 일이 아니라 둘째인 중3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째 아이는 우왕좌왕하지 않고 제대로 준비시켜야겠다는 계획이셨습니다. 첫째 아이의 입시준비에 대한 아쉬움, 특히 국어와 논술공부에 대해서는 통탄스럽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이 고3은 영어와 수학은 어쩌다 2등급이 나오기는 하지만 평균 1등급입니다. 문제는 국어입니다. 2등급에서 3등급을 왔다갔다 합니다. 이 불안한 국어점수는 입시전략 구사에 운신의 폭을 제한해 버립니다. 심리적 부담도 크게 되구요. 수시에 올인하는 벼랑끝 전술을 택하기 쉽습니다. 입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끝까지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하향지원을 해서 본인의 역량과 노력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결과에 재수의 길을 택하기도 하구요. 

문제는 이런 학생들의 사례가 이 고3의 특수한 상황에 연유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 어머니의 고민을 지면을 통해 학부모님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고3 학생은 여름방학 때 처음 만났습니다. 겨울부터라도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열심히 하기로 하였습니다. 

학생이 쓴 글을 첨삭지도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이해하고 문제의 조건에 맞춰 자기 글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쉬움이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융통성, 나머지 하나는 자신감. 논술문제는 수험생의 독해능력과 논리력, 그리고 표현능력까지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평가하면서도 그것을 점수화해야 하기 때문에 논제 요구의 초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하면 합격답안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출제자의 의도를 꿰뚫어 보는 안목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똑 같이 모든 수험생들에게 주어진 지문과 조건을 토대로 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이 묻어나는 답안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사고의 융통성과 자신감입니다. 

이 고3 학생의 경우 영어와 수학 점수가 말해주듯이 학습능력이 아주 뛰어난 학생입니다. 실제로 불과 2~3개월의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실전논술에 적응하는 속도가 빨라 연습과정에서 합격답안에 근접하는 글을 써 내기도 했고, 수시 1차 논술전형에 응시해서 나름 자신있게 시험을 치렀습니다. 수능 시험이 끝나면 세 군데 정도 더 논술시험을 보러 갈 계획입니다. 이 고3이 한 두 군데서 합격증을 받아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저와 그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만약에 이 고3이 국어와 논술공부를 고1 때부터 조금만 더 계획적으로 했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그 어머니가 저를 찾아와 중3의 일을 상담한 주요 내용입니다. 사실 국어영역과 논술은 그 범위와 공부과정․방법론을 명쾌하게 규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공부의 양과 질 면에서 그리고 폭과 깊이에 대한 요구 자체가 체계적이고 명확하지 못합니다. 간단히 말해 얼마만큼 어떻게 공부해야 제대로 국어 1등급이 되고 논술도 잘 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보니 그 준비과정의 소홀함도 문제시되지 않고 잘못됨도 교정되지 않은 채 올바른 준비에 대한 시도도 권장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이 고3․중3 어머니는 현재 대학입시의 실제 상황을 통해 이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것이고, 그 혜택은 우리 중3이 보게 되었습니다. 중3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괴로움이 보태졌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중3 어머니께 드린 답은 우리 중3이 고3이 되었을 때 ‘우리 엄마가 그때 그 국어논술샘을 참 잘 찾아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한 내용이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드린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고1 때부터 국어와 논술을 같이 공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남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고심하는 과정에서 남들이 쓴 다양한 글들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등 독서논술 수업을 하다보면 한권의 책을 다 읽었다고 호언하는 학동들에게 그 내용을 물어보면 오해하고 있는 내용이 70%입니다. 이해도 못한 내용이 20%, 그 나마 이해한 10%도 책 전체의 주제와 관련 없이 지엽적인 수준입니다. 수학 시간에 졸다가 샘이 재미 있는 농담할 때 잠깐 정신 차렸다가 진도 나가기 시작하면 또 정신이 혼미해지는 영혼과 동일한 경지입니다. 그 책의 내용과 관련된 논술문제를 만들어 써 보게 하면 더 가관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많이 읽고, 정확하게 문제 풀고, 자주 써 봐야 글의 원리에 눈 뜨게 됩니다. 수능 국어 1등급은, 글이 언어기호를 수단으로 작자와 소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체득했다는 증명서이자 논술시험 봐서 합격증을 받아내기 위한 연대보증서입니다.  

고등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2년 6개월 남짓 되는 참으로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대입수능과 논술시험에서 요구하는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는 제대로 된 공부를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주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자, 제가 매년 고3 수험생들과 씨름하면서 확인한 결론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학부모님들의 발심과 글을 읽는 아이들의 초롱한 눈빛들이 청주지역 학동들의 찬란한 미래를 열어 주리라 확신합니다.

창조학원 국어과 박시성 선생
서울대 철학과 졸업
통합논술 전문가
RES논술연구소 소장
논술서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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