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대학 갈 때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학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정말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가 정말 중요한데 간과되고 있는 현실이 많이 아쉽죠.”
상일여고 진학지도부 교사로 서울진학지도협의회에서 진학 관련 자료 개발에 참여, 전국 정시모집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한 장동만(41·수학) 교사. 진학지도 교사로 학생들을 지도하며 큰 보람을 느낄 때도 많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울 때 또한 많다.
지원가능 대학의 범위 파악 가능
장 교사가 정시모집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전에도 학교 일선에서 사용하는 성적관리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을 따로 관리해 한 학생의 전반적인 성적을 한눈에 보기엔 불편했다. 2006년부터 상일여고는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방대한 자료를 데이터화하고 점수를 조율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프로그램 개발 초기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3년 동안의 영역별 모의고사 성적이 등급과 백분위, 표준 점수별로 한눈에 들어오고 여기에 내신 성적까지 종합적으로 비교가 가능했다.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영역 조합에 따라 석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필요했다. 여기에 대학별 환산점까지 고려해 데이터를 뽑아내는 과정까지,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다. 밤낮 없는 일과에 몸이 남아나질 않았지만, 프로그램의 효과는 대단했다.
“성적에 따른 지원가능 대학 범위를 잡아줍니다. 대학이 반영하는 영역에 따른 조합별 데이터와 표본 내 석차까지 나오기 때문에 어느 대학에 지원했을 때 가장 합격 가능성이 높은지도 알 수 있죠. 예전엔 이 프로그램이 하는 상당 부분을 학생들이 직접 찾아내야 했었는데, 많이 편리해졌죠. 학교라는 특성 상 빠른 시간에 많은 학생들을 상담해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는 때가 바로 그때입니다.”
진학 성과 역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상위권 대학은 물론 전체 진학률도 높아졌고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도 크게 높아졌다.
장 교사는 “물론 사교육 업체의 고급 정보가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3년 간 지켜본 과정과 경험이 있죠. 학생들 역시 학교 교사들의 지도를 많이 신뢰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을 갖고 도전하는 시간 가져야
고3 담임으로서 실제적인 진학지도가 궁금했다. 올해는 고3을 담당하지 않았지만 내년엔 또다시 고3 담임으로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는 장 교사다.
“3월부터 6월까지 석 달 동안은 학생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노력합니다. 자신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깨우쳐주고 담임교사에 대한 신뢰도 이끌어내는 기간이죠. 고3이지만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석 달간의 기간을 학생들에게 집중하는 것은 장 교사 스스로 그 기간에 극적인 성적의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고2 겨울방학 때 어머니가 마지막 기회를 주셨어요. 저도 뭔가를 보여 줬어야 했죠. ‘그래,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걸 보여주고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을 하자’는 마음에 고3 직전 1,2 월을 공부에만 집중했어요. 하루에 3시간도 채 안 잔 것 같아요.”
‘해도 안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시작한 공부는 그에게 ‘하면 되는구나’를 가르쳐준 소중한 계기가 됐다. 3월, 고3 첫 모의고사에서 단번에 상위권으로 성적이 뛰어올랐던 것이다. 그 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가 아닌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공부’가 시작됐다. 성적은 꾸준히 상승했다.
장 교사는 “아이들에게도 그 기회를 주고 싶어요. 나 뿐 아니라 남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한번쯤은 가져봐야 한다는 거죠.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그런 도전의 시간을 꼭 가져보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잠재적 능력 최대한 발휘해야
그는 적성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진학에 안타까울 때가 많다는 것. 이 또한 장 교사 스스로 경험한 것이다. 전기공학과에 진학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자신에게 맞는 수학교육과를 다시 선택했다.
“긴 인생을 볼 때 1, 2년은 절대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저 또한 전기공학과에 다닌 2년을 아깝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학과 진로를 선택하라고 늘 조언합니다. 2015학년도 입시는 올해와는 달라지는 것이 많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6월까지는 학과 공부에 최대한 몰입하고, 그 후부터는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예비고3이라면 내년 6월까지는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키워나가라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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