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지역내일 2013-12-12

 


15년 전에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있었다. 친구가 사업에 망해 돈을 받지 못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그 친구가 로또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복권에 당첨되었다며? 내 돈 갚을 것 있는 거 알지?” “알지”
“빨리 갚아주면 안될까?” “급한데 쓰다 보니 다 써버렸네.”
“나 좀 도와줘”, “알았어.”
이것이 채무를 승인하고 시효 이익의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상거래 채권의 5년, 민사채권은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소멸시효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법의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채무자가 시효 기간이 지난 후에도 시효 이익을 포기하면 채권을 다시 살아난다.


5억원을 빌려준 후 5년이 지난 후에 소를 제기한 사람이 있었다. 채무자는 재판에서 차용증을 작성하고 돈을 빌린 사실을 인정했다. 대신 자신도 받을 돈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계하겠다고 주장하였다. 항소심에 가서야 피고는 소멸시효 5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소멸시효는 완성되었지만 그 이후 피고가 채무를 승인하고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뀌었다. 채무의 단순한 승인만으로는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가 청구기각답변서를 제출한 이상 상계 항변은 채무가 인정될 경우에 상계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하고, 항소심에서 소멸시효 항변을 하였으므로 단순히 채무가 있다는 것을 승인하는 것만으로는 시효이익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상계 주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시효로 소멸된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시효이익 포기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예는 채무의 변제이다.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를 변제하면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판례는 경매절차에서 배당이 이루어질 때까지 채무자가 이를 알고도 이의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채무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위 사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시효이익의 포기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효기간이 지나기 전에 소를 제기하고 판결을 받아놓은 것이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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