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재능과 관심을 가진 딸 아이는 6세 때부터 창의력 수학 수업을 했다. 엄마가 교재를 쓰고 교구로 문제를 만들 때 옆에서 교구를 만지작 거리다가 6세 수업이 개설되자 즐겁게 그리고 진지하게 창의력 수학 수업을 받았다. 나는 내심 딸아이가 의대를 간다거나 수학적 역량이 뛰어나 수학에 있어서 일인자가 되길 바랬었다. 내가 꿈꾸던 수학의 유토피아를 아이가 어릴 때부터 경험했으니 기대를 가져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았고 부모에게 의사표현을 했다. 전공을 하면 잘 할 수 있고 그래서 행복할 것 같다는 아이의 말은 수학을 전공한 엄마와 경영학을 전공한 아빠에게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아이는 예중과 예고의 입시를 치뤘고 여러 콩쿨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음악을 하는 딸 아이에게 공부는 뒷전이었고, 얘가 어릴 때 창의력 수학 수업한 것이 어떤 효과를 줄 것인가에 대한 나의 기대도 옅어져 갈 수밖에 없었다. 딸아이는 고 1 때 이화경향 전국 콩쿠르에서 1등을 하고, 같은 부산 MBC 음악콩쿠르에서 대학생과 대학원생들과 겨루어 2등을 했고, 그 해 딸아이는 과감하게 예고를 자퇴를 했다. 유학을 가고 싶다고……
유학을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익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어 자격시험을 봐야하는데 학교를 다니면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학원을 다니면서 고등학생으로서 유학을 가는 것과 대학생이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유리한 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올 해 검정고시 준비를 하며 한 해 일찍 대학 입시를 보게 되었다. 대학 입시곡을 연습할 때 아이는 고민을 많이 했다. 중학교 때부터 연주했던 모차르트의 곡을 이제는 어떻게 연주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연주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생각을 가지고 연주하려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우리 애가 생각을 하는구나, 더 깊게, 더 오래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할 줄 아는구나.’
큰 애는 무사히 1차 시험을 합격을 했고, 2차 최종 시험도 같은 방법으로 고민하며 새로운 곡을 시작했고 서울대 음대에 최종합격을 하게 되었다. 난 아이의 대학입시를 통하여 다시 한 번 생각의 힘에 대해서, 창의 사고력 수학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생각하기 싫어하고 귀찮아 하고 모르는 것이 나오면 금방 달려와 빨리 알려 달라는 아이들의 조급함과 과정에 상관없이 답이 뭐냐고 묻는 안타까운 아이들에게 공부로 자신의 길을 찾지 않더라도 꼭 저절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창의력 수업을 권하고 싶다.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까지 상실하게 된다.
어쩌다 아이들은 생각하기가 귀찮아진 걸까?
스스로를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곁에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아니 ‘귀찮아’라는 단어를 인지하기 전에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며 만약 귀차니즘에 빠진 아이들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그 속에 탈출을 시켜야 할 것이다.
예전에 너무나 부정적인 아이를 만났다.
수업시간마다
“에이, 시시해~ 에이, 재미없어.”
한 아이가 그렇게 말을 하고 나면 다른 아이들도 열심히 하다가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네가티브는 전염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속으로 아차 했지만 분위기를 흐트러 놓을 수 없어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크게 과장되게 얘기를 했다.
“아~지금부터 우리는 거꾸로 나라에 온거예요. 다같이 반대로 말을 하면 된답니다.”
그래도 그 부정적인 아이는
“그게 뭐야? 하나도 재미없어.”
하며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도전적으로 내게 말을 했고
“아~그러니까 너는 정말로 재미있다는 거구나? 그치?”
난 나대로 대꾸를 해주었다. 아이는 피식 웃으며 그게 아니라고 우겼지만 그럴수록 거꾸로 나라에서는 긍정의 효과를 낳을 뿐이어서 다른 아이들도 게의치 않고 수업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어느 순간 변한다. 변하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며 포기해서는 안된다.
가끔 상담전화가 온다.
“고학년인데 교구수업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죠?”
안하는 것 보다 하는 것이 낫고 포기하는 것보다 늦게라도 도전하는 낫다.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서 아무 생각도 상상도 못하는 것보다 손으로 만지고 만들면서 또 다른 추상의 세계를 만들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방학을 통하여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꿈을 꾸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얼마나 많이 변화를 모색을 할 수 있을까?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겨울 방학을 통하여 생각하는 힘을 키워줘야 하지 않을까?
R-스토리 로드맵 수학연구소장 정 진영
- 숭실대학교 수학과 박사수료
- 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 창의성과 영재교육 박사과정이수
- 포항공과대학교 오픈스쿨 부호론과정이수
- 조이매쓰 사고력교재개발 및 본원 원장역임
- 숭실대학교, 광운대학교, 국립한경대학교 등 출강
- 대치시매쓰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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