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이제 예비 고3 차례다!

지역내일 2013-12-09

#사례1 - 주말에 아이가 학원수업을 마치고 오더니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무슨 시험을 치는 것 같더라”며 의아해 했다. 아차, 그때서야 화장대 옆에 전시하듯 나란히 붙여놓은 ‘예비 고3 겨울방학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요즘 엄마들이 선호하는 수학강사의 최상위권 반에 작게 표기된 ‘입반 테스트’라는 글자가 뒤통수를 친다. 다음날 학원에 전화해 봤더니 역시나 그 반 레벨 테스트였고 이미 정원을 넘어섰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부리나케 그 강사의 다른 학원 시간표를 찾았는데 그마저도 몇 자리 남지 않았으니 당장 등록하라며 재촉한다. 모의고사 1등급 성적표를 제출해야 등록가능하다는 통보와 함께. 직장맘이라 일단 학원 시간표만 모아놓고 하루 시간을 내서 겨울방학 일정을 짤 계획이었는데 11월 초부터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었다.”


#사례2 - 미리 선배 엄마들에게 조언을 구해 주요과목 강사진을 어느 정도 압축한 후 10월부터 학원 설명회를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관심 있는 강사들이 참여하는 설명회만 따로 모아 적어봤더니 노트 한 페이지가 가득 찼다. 설명회 일정별로 스케줄을 조정해가며 참석했는데, 그때마다 예비 고3 엄마들의 열기에 기가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내 아이에게 맞을 것 같은 강사를 최종적으로 고른 후 중1 때부터 방학 때마다 시간표를 짜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최적의 시간표를 완성했다. 하지만 대치동에서도 최고의 강사진만 골라 시간표를 잘 짰다는 자부심도 올해 수능을 치른 고3 엄마의 말 한 마디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 강사한테 배운 애들 올해 수능 망쳤는데….”


예비 고3 엄마들부터 입시전쟁 시작
고3 수험생들이 수능을 앞두고 있던 지난 10월부터 막연한 두려움과 긴장감을 안고 소리 소문 없이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예비 고3 엄마들이었다. 예비 수험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겨울방학 시간표를 짜기 위해 고등부 단과전문 학원들이 마련한 설명회에 발 빠르게 참여하기 시작한 것. 입시 당사자인 예비 고3 아이들이 이번 수능이 끝나면 이제 정말 자신들의 차례라는 생각에 마음만 무거울 때 엄마들부터 입시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매년 강남 학원가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복잡한 입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올해 유난히 예비 고3 엄마들의 움직임이 빠른 듯했다. 밤낮없이 울려대는 학원 설명회 안내 문자도 그런 엄마들의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드는데 한몫 했다.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자녀의 대입을 마무리한 선배 엄마들의 “나도 그때는 그러고 다녔지. 지나고 보니 다 부질 없는 짓이었어”라는 뼈있는 조언은 일단 한쪽 귀로 흘리고 본다.


열기 가득한 학원 설명회
학원 설명회 현장은 단순히 ‘열기’라는 표현보다 과목별 강사와 학부모간의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한 ‘치열한 작전의 순간’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강사는 연간 강의계획서와 설명회 자료집을 제시하며 어떻게든 엄마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엄마들은 강사의 기존 인지도나 수능문제 적중률은 물론 목소리 톤까지 꼼꼼하게 평가해 낙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강의실이 꽉 차 강사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장시간 밖에 서서 자료집에 메모까지 해가며 집중하는 엄마들을 보면 매번 “아이들이 이 정도 열정으로 공부하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씁쓸하다.
시간이 갈수록 수북하게 쌓인 학원의 자료집과 설명회 때 파악해둔 강사의 평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어, 영어, 수학, 탐구과목 시간표를 완성하면 그야말로 큰일을 해낸 듯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물론 조기마감이 예상되는 강사의 수업은 설명회 직후 등록부터 해야 하고 그 나머지 강좌도 예약해서 잡아두는 게 기본이다. 겨울방학 학원수업은 12월 말부터 시작되는데 두어 달 전부터 등록하느라 신용카드를 긋고 다녔으니 다음 달에 카드대금 폭탄 맞을 각오도 해야 한다.


겨울방학 학습계획 세웠다면 이제 공부는 아이 몫
이제 대부분의 예비 고3 엄마들이 겨울방학 시간표를 확정하고 아이들은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몇 번을 뒤집어가며 고민해서 완성한 시간표라도 “그 강사 요즘 하향세인데”, “수능 파이널 강좌만 유명한 강사라 처음부터 듣는 건 도움이 안 될 텐데”라는 주변 엄마들의 무심한 한 마디에 금방 흔들리고 만다. 특히 처음으로 자녀의 입시를 치를 엄마들은 잘못 선택한 건 아닐까, 연간 커리큘럼대로 수업한다는데 도중에 옮기면 손해를 보는 건 아닐까 불안하기만 하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면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부모이며 그때마다 과연 최적의 선택일까, 나중에 후회하는 건 아닐까 갈등하기 마련이다. 지금 예비 고3 엄마들도 마찬가지이다. 설명회를 들으며 분석하고 선배 엄마들의 조언까지 구해 최종선택을 했다면 그 결과가 만족스럽든 후회되든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이 입시가 복잡할 때 누가 과연 후회 없는 선택을 장담할 수 있겠는가. 타 지역에서는 인강으로만 만날 수 있는 유명강사의 현강수업 시간표를 짜주었으니 이제 공부는 아이의 몫이다.


엄마들도 마음의 보약이 필요하다
일단 기말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예비 고3들, 표현은 안 해도 이제 자신들의 차례라는 중압감과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시기다. 그런 아이들에게 부모가 자꾸 “수능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고3 1년은 정말 빨리 지나간다더라”라며 공부를 재촉하고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어차피 부모가 아이들 대입을 위한 매니저 역할을 자청했다면 아이들이 최종무대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겨울방학이 지나 고3 3월이 되면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고, 갈수록 정신력과 체력 싸움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최대한 심리적인 안정 속에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건강을 챙기는 등 매니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예비 수험생 엄마들도 지금부터 마음의 보약을 든든히 채워둘 필요가 있다. 고3 아이는 비록 공부는 힘들어도 1년간 일종의 ‘특권’을 누리지만 고3 엄마는 아이의 그 ‘특권’을 참아내야 하고 아플 새도 없이 뒷바라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비 고3 엄마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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