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로 교육이 핵심이다.

비중 커진 자기소개서,

스펙과 작성 요령보다 ‘역량’이 필요하다!

지역내일 2013-12-09

  “설마 성적 좋은 학생을 자기소개서 때문에 떨어뜨리겠어?” “설마 화려한 스펙도 없는데 자기소개서 훌륭하다고 뽑겠어?” 학부모들은 생각한다. 진학이든 취업이든 자기소개서는 성적과 스펙을 대신할 수 없다고. 더불어 자기소개서를 일부 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기기도 한다.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시대의 요구는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축소될 것이라던 입학사정관제의 실질적 확대와 서울 지역 대학에 읍, 면 지역 학생들의 합계 사례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식이 아닌 역량을 평가하는 시대. 뛰어난 성적이나 화려한 스펙보다 ‘나는 누구인가’를 기록하고 표현하는 자기소개서가 뜨는 이유다.


 


대입 개편안, 핵심을 이해하자.


현재 대입 정원 중 수시와 정시 비율은 2대 1. 수시 중 ‘입학사정관제’ 비율은 대학 전체의 20%에 육박하고, 특히 서울지역 대학은 40%, 심지어 서울대의 경우 80%까지 차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의 잠재력과 역량을 평가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비판 속에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지난 10월 발표된 ‘대학입시 개편안’에서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입학사정관제’는 오히려 더욱 확대되고 있다.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까지 완화되면서 ‘지식’보다는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인재선발 기준이 명확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사교육에 의존해왔던 논술 위주 전형은 축소되는 상황. 학생부에 기록되는 수상실적 역시 교내 대회 실적으로 한정되고, 공인외국어 시험 자료 제출도 규제되면서 학교 교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자기 소개서, 무엇을 평가하나?


결국 대학입시에서 차별화 된 핵심 요소로 떠오른 것은 교내 비교과 활동을 중심으로 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경희대 임진택 책임 입학사정관은 “외형적인 실적도 평가의 대상이지만, 그 실적을 이루기까지 배경이나 과정은 자기소개서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며 학생의 잠재력과 역량을 제대로 진단하기 위한 자기소개서는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자기소개서 평가자들은 그냥 넘어갈 것과 검증해야 할 말을 구분하면서 읽는다. 읽다가 검증할 부분은 학생생활기록부를 보며 근거를 찾기 때문에 학생부에 관련 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때문에 자기소개서 작성의 첫걸음은 진로를 명확히 하는데 있다.


하지만 아직도 자기소개서가 무엇을 묻는지 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치악고’ 유연근 교사는 “자기소개서를 입시의 도구로 생각하지 말고, 1학년부터 작성하면서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을 것”을 권한다.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나 전공과 관련된 이해는 물론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를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 대입 자기소개서에 자주 등장하는 공통 질문 **


1) 고등학교 재학 중 또는 최근 3년간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본인의 학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하여 쓰시오.


2) 진로선택을 위해 노력한 과정을 바탕으로 지원 학과를 선택한 계기를 설명하고, 입학 후 자신의 진로를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을 기술하시오.


3) 고등학교 재학 중 또는 최근 3년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기술하시오.


 


자기 소개서, 어떻게 써야 하나?


자기소개서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 형식도 진화하고 있다. 지원자의 다양한 역량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다양해지고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진로를 정하고 생생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나간 스토리가 있어야 성공적인 자기소개서 작성이 가능하다.


‘치악고’ 김태산(19)군은 고 1때부터 RC잠수함, 터렛-무인포탑, 비행기에서부터 노트북거치대, 천체망원경, 스마트폰 어댑터 등의 자잘한 것까지 스스로 제작하는 취미가 있었다. 직접 만든 것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는 김군. 하지만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그가 만든 기계가 아니었다. 부품을 구하려고 서울까지 오가던 쉽지 않은 과정. 노가다라 말할 만큼 힘든 작업 시간. 재미로 시작했지만 인내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며 공부가 편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는 김군은 ‘건국대 기계공학과’ 입학이 확정됐다. “제가 좋아하는 것조차 끝까지 못하면 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제 삶의 슬로건이 생겼죠. 시작은 열정으로, 끝은 진념으로.”


‘강원고’ 서동겸(19)군은 ‘청소년학술대회’에 참가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 ‘강원고’의 동아리 학급제에 대해 발표하면서 교육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 학술대회에서의 결과는 예심에서 탈락이었지만, 서군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교육학에 관심을 갖고 진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고, 교육학 관련된 다양한 책을 접하며 학교 선생님들과도 교육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과는 ‘동국대 교육학과’ 입학 확정. “이 분야에 대해 관심과 열정이 그 누구보다 많았던 것 같아요. 교육 분야 연구를 통해 ‘강원고’의 교육 철학과 동아리 학급제 시스템을 확산하고 싶습니다.”


 결국은 진로와 연계 비교과 활동이 핵심


이처럼 진로에 대한 확신과 그에 따른 비교과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계획과 열정을 얼마만큼 표현해 내느냐가 자기소개서 성공의 핵심이다. 반가운 일은 ‘강원도 교육청’의 경우 진로적성 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예전에는 공부 외 활동을 터부시하던 고등학교 문화도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원주 ‘치악고’의 경우, 직업 설명회인 ‘Job 콘서트’와 학과 설명회인 ‘Academy 콘서트’를 운영하며, 학생 개인별 진로와 연계해 자율, 봉사, 동아리 활동을 구성하고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도록 돕기 위해 장래 진학 희망 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지역 내 대학생들과 연계하여 진로멘토링을 구성하고 있다.


‘치악고’ 3학년 김혜원 양은 “진로를 스스로 탐색하고 체험활동을 하면서 소극적이었던 성격이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며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미래가 아니라 내 자신이 이루어 나가야 할 목표를 향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었다고 했다.


‘동아리 학급’을 운영하며 진로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강원고등학교’의 경우,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비교과 활동과 자원봉사 활동까지 연계해서 진행한다. 예를 들어 화학 동아리 학급은 학교에서 다양한 실험 활동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들과 함께 직접 실험하며 과학 원리를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3학년 유찬종 군은 “교내 동아리 활동이 아니었다면 진로와 연계해 나를 소개할 수 있는 경험을 주도적으로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학교에 감사를 표했다.


‘강원고등학교’ 박정환 진학 부장은 “처음 입학했을 때는 자신의 진로를 막연히 생각했던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적성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 보람되다”며 진로 속에 진학이 있다는 의식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 강원고 서동겸 군 인터뷰 中 **


입학사정관제는 사실을 전제로 한 연극 ‘무대’다.


자기소개서는 ‘대본’, 포트폴리오는 ‘소품’, 주인공이 바로 ‘자신’.


후배들도 꿈이 있고 열정이 있다면 도전하길......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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