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1학년 변욱재

성공적인 삶은 스스로 즐기는 삶

어떤 능력도 즐기는 태도 넘어서지 못해

지역내일 2013-12-08



입시의 계절. 눈이 내리는 11월도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대입을 앞에 두고 크게 한발을 내딛어야 하는 고3 수험생들의 겨울은 더더욱 그렇다. 
11월 27일 교육부는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수능성적표를 배부했다. 대전 지역에서 괴정고, 대전외고가 만점자를 배출했다는 고무적인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 이런 수능 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수험생들도 있다. 수시로 입학한 학생들이 그들이다.


변욱재(19).
평범하게 지났다면 올해 수능을 봐야하는 욱재는 이미 지난 12월에 수시전형으로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에 입학했다. 수학영재라는 평가를 받으며 중1에서 고1로 월반을 하기도 했던 욱재는 사실 큰 고민 없이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무엇보다 수학공부가 즐거웠단다.


 다양한 수학경시대회 참가로 수학 재능 확인
변욱재 군은 안산 출신이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경기교육청 뉴스를 찾아보면 욱재의 합격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욱재는 성안중학교 1학년 8월에 카이스트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KSA)에 합격했다. 수학영재였다. 욱재가 수를 좋아하는 것 같아 초등학교 5학년 이전에는 학습지 하나 시켜줬던 것이 전부였던 엄마 남형숙(44) 씨는 생각지 못한 결과에 놀랐다고 했다. 아이가 초등 2학년 때부터 유독 수를 좋아하는 것 같아 수학경시대회를 나가기는 했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험삼아 한 일이었다. 그런데 왕수학경시대회, 눈높이올림피아드, 과학영재올림피아드, 성균관대수학경시대회 등을 거치며 욱재는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남씨는 그런 경험이 거듭되면서 욱재가 수학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걸 조금씩 확신했다. 

15세의 나이에 한국과학영재학교(KSA)에 입학한 욱재의 학교생활은 어땠을까. 어린 나이에 형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힘든 일이었다. 또한 스스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숙시스템도 아직 어린 욱재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학영재학교는 무엇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특혜(?)를 누릴 수 없는 곳이었다. 모두가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욱재는 성장통을 앓았다. 휴학을 결정하고 1년여를 방황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봤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분명한 목표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게 있었다. ‘현실을 피하지 말자는, 스스로가 가진 조금의 능력이라도 감사히 여기자는, 그리고 무엇을 하든 즐겁게 해 보자’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렇게 단단해진 마음으로 복학해 2년여를 보내고 카이스트에 입학하게 됐다.


카이스트, 즐길 수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곳
영재들에게 카이스트는 어떤 곳일까. 욱재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준다는 연장선에서 대학은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아직 어떤 꿈을 꿔야 하는지, 어떤 길이 지름길인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이 찾게 될 꿈에 한발 더 다가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매일매일 충격을 받는단다. 자기보다 훨씬 더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놀라고 또 강의를 통해 끊임없이 펼쳐진 학문의 세계를 접하면서 놀란다. 조금 우월하다고 느꼈던 자신은 어느새 사라지고 더 우월한 어떤 세계들 앞에서 자괴감을 느낄 때도 많다고 했다. 

그래서 욱재는 카이스트라는 대학은 똑똑해서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크든 작든 자신이 겪어나가야 할 일련의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곳이라고 결론 내렸다. 욱재는 “수학영재라고 평가 받았지만, 영재학교 시기에도 그랬고 대학이라는 넓은 세계에 들어와 보니 더더욱 나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 학생은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수학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일상의 소소한 패배 앞에 절망했을 것”이라며  “이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것이 남들이 선호하는 길이어서가 아니라 조금 힘들어도 내가 가고 싶고, 또 그 길을 걷는 것 자체가 즐거운 그런 일을 선택하게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요즘 욱재는 전산 분야에 관심이 많다. 영재학교 시절 룸메이트의 영향이기도 한데 논리적 오류가 없다면 분명하게 결과를 만들어 내는 엄밀함이 마음에 쏙 들어서이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 많아
실로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 성적은 물론이고 향후 발전가능성, 전공에 대한 흥미도, 사회적 인지도 등 모두 고려해야 하는 항목들이다. 그런 많은 항목 중 가장 앞서 고려해야 하는 건 무얼까. 무엇이 되었건 즐길 수 있어야 버틸 수 있다는 욱재의 말. 그건 카이스트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듯하다. 수학영재 욱재가 말했듯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너무나 많다. 비교 우위의 우월감만을 기반으로 하는 선택은 그래서 위험하다.
가보지 않은 길, 그 두려움을 이기게 하는 힘은 타인의 평가에 있지 않다. 참으로 내 안에 있다.


박수경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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