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들_ 내 생애 첫 전시회 연 ‘지수?연수’가족
내 마음대로 그려라, 누구라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첫 전시회 ‘Nature Green Prints-보지 못했던 존재들’은 성공적이었다. 5일간 예정됐던 전시는 2주로 늘어났고, 일반인뿐만이 아니라 수원시 미술관계자들도 다녀갔다. ‘나도 한번 그려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는 관람객의 반응은 바라던 바였다. 전시회의 주인공은 아빠(송병륜)*엄마(김영미)*지수(신성초6)*연수(신성초3). 어떻게 전시회를 열게 됐을까, 어떤 그림들이 걸려있을까, 지각생 관람객은 그렇게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영통의 지수가족을 찾았다.
전시회 후기_ 그림으로 세상의 이웃들과 소통하다
벽에 가지런히 걸린 그림하며, 여기저기 멋스럽게 꾸며놓은 낙엽이며, 나뭇가지, 열매 등 자연물들이 전시회의 여운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평상시 인테리어가 이래요. 이런 배경에 그림 몇 점 걸었을 뿐인데, 제법 전시회 제목에 걸맞은 갤러리가 만들어지더라고요.” 김영미 씨의 말대로 전시회 장소였던 지수가족의 집은 정말 자연을 많이 닮아있었다. 전시회는 숲에서 만난 다양한 사물들을 펜과 수채물감으로 그린 세밀화로 꾸며졌다. 작품 속에는 그림에 대한 설명과 자연의 특징, 느낌까지 담았다. 사물의 질감, 그림을 그렸을 때의 상황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마치 자연물 설계도 같죠? 원래 설계도는 영어로 blue print라고 하는데 자연을 그려서 green print, 그래서 가족회의를 통해서 전시회 제목을 ‘Nature Green Prints’라고 하게 된 거예요. 전시회 팻말도 제가 직접 그리고, 전시회를 열게 된 배경도 적었죠.” 지수는 즐겁고 편안하게 그린 그림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뻤다는 소감까지 전했다. 연수는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까 이런 그림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김영미 씨는 “저도 그림그리기는 문외한이었다. 그릴 줄도 모르고, 잘 하는 줄도 몰랐는데, 즐기면서 그리다 보니까 점점 솜씨가 좋아지는 것 같더라.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들려줬다. 음식과 가족의 일상이 어우러진 첫 번째 전시는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가능성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아빠의 적극적인 도움과 지원이 그림가족을 만들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지수와 연수가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미뤄 짐작이 된다. 어디를 가다가도 그리고 싶은 장소를 만나면 자리를 펴고 앉아 1시간이고 그림을 그리고 만다는 지수 가족의 못 말리는 자연&그림그리기 사랑은 아빠에게도 전염이 됐다. 이젠 그런 아내와 아이들을 이해해주고, 끝날 때까지 책을 읽으며 기다려줄 줄 아는 배려까지, 그러면서 송병륜 씨는 “아빠의 협조 없이는 이런 분위기, 결과물이 나오기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주말엔 쉬고 싶어서 조금(?) 반항했던 적도 있었지만, 작년부터 시작한 가족회의를 통해 서로를 좀 더 깊이 알아가고 공감하면서 가족의 적극적인 협조자가 됐다.
“저도 한 때는 그림을 그려볼까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재능만 있었지 열정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림 그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이번 전시회에 그림 대신 작품사진을 찍고, 보정하고 인쇄하는 모든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송병륜 씨는 집을 오픈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고, 그림 속에서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어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를 많이 하는 남편에게 늘 감사하다”며 김영미 씨가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삶 속에 우연이 있을까, 자연*그림과의 기막힌 만남
삶이 어디로 흘러 어떻게 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지수가 태어나자마자 심한 아토피로 고생하면서 김영미 씨는 안 해본 것이 없었고, 결국 자연건강법을 찾았다. 그렇게 자연을 맛본 후에 남편의 일로 2년간 머물게 된 미국, 집 밖을 나서기만 하면 펼쳐지는 국립공원을 다니면서 숲의 매력에 푹 빠졌고, 그 인연으로 지금의 숲해설가가 됐다. 숲해설 활동을 하면서 지난해 가을엔 그리기모임에 참여, 지수와 함께 세밀화의 세계를 경험하게 됐다. 그리고 주변의 권유로, 또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격려의 말에 힘입어 열게 된 전시회. 김영미 씨는 “다음 전시회를 언급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한다면 이웃들과 함께하는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자유롭게! 집에서도 그리고, 카페 가서 차를 마시며 그리고, 그렇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지수 가족에게는 즐거운 놀이였다. “아이들은 창의력이 뛰어난 것 같다. 지수는 나뭇잎 하나를 그리더라도 뒤집어서 보고, 찢어서도 보고,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더라”며 지수, 연수에게 보고 배울 때가 더 많다고 김영미 씨는 웃어보였다.
문명의 이기를 빼니, 책으로 풍성해지고, 가족애가 굳건해지다
지수와 연수는 사교육은 물론 또래 아이들이 누구나 들고 다니는 휴대폰 하나 없다. 김영미 씨는 “생활에서 이런 것들을 배제하니까 아이들이 책을 많이 보게 되고, 숲을 거닐고 그림그리기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때론 휴대폰으로 친구와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족과 정한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게 맞다”는 지수는 자신의 의사표현이 확실한 아이였다. 가족회의를 통해 각자 일주일 간 읽었던 책을 소개하며 의견을 나누고, 여행계획도 세우며, 가족이 공유해야 할 것들을 논의하다 보니 생각도 훌쩍 자라있었다. 지수는 “화가는 아니어도, 내 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들 가족을 롤모델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이에 대해 송병륜 씨는 “솔직히 부담스럽다. 가족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스스로 고민하면서 좋은 방법을 찾아갈 것”을 권한다.
“제 생각도 그래요. 아 참, ‘Library1901호’라고 해서 한 달에 한번 저희 집을 도서관으로 오픈하는데, 그때 놀러오세요. 차 한 잔과 마주하고, 좋은 책 나누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답니다.” 숲 속 친구들과 놀며 그리며, 때론 책과 뒹굴며 자연을 닮아가는 삶, 이 가족이 사는 법이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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