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울 / 최종렬 지음 / 3만원
1990년대 이후 전지구적인 이주가 가속화하면서 한국사회에 이방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상호작용의 한 형식으로서 '이방인성'은 토박이가 해결할 수 없는 독특한 문제 상황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도구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은 자신이 지닌 섹슈얼리티를 매개로 한국으로 영구이주할 수 있다. 이주여성은 저출산 고령화로 한국 사회가 처한 국민 재생산의 위기를 해소해줄 재생산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는 자신이 지닌 단순노동력을 매개로 한국으로 임시이주가 허용된다.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은 자본과 노동의 지구적 재구조화 과정 중 공백이 발생한 국내 노동시장의 맨 밑바닥을 채워줄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둘 다 근대의 문명화된 한국의 국민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전근대의 야만적인 아시아 이방인'이 필요한 이유다.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는 한국 국민에게 탈영토화 체험을 유발하는 이방인이다.
이들은 한국 국민이 당연시하는 국민적 '일상생활의 실재'에 끊임없이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한국 국민의 일상생활의 실재를 구성할 때는 대개 민족, 국민, 국가, 국민국가와 같은 국민적 어휘가 활용된다.
지금까지는 이것들을 잘 활용해 일상생활의 실재를 구성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일상생활의 실재를 같이 만들고 유지해가는 사람 역시 똑같은 한국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주의 지구화 시대'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러한 전형들을 공유하지 않는 이방인들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 영토 안에 있는 이방인들은 국민적 전형들 이외의 다른 전형들을 활발하게 활용해 '새로운 탈영토화된 실재'를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실천은 이방인과 토박이의 이분법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1부 '섹슈얼리티'에서는 국민 재생산을 위해 수입된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에스닉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논의를 살핀다.
2부 '노동'은 이주노동자의 에스닉 노동을 둘러싼 논의를 다룬다. 저자는 '우리 모두 단군의 자손'이라는 민족주의 담론에 의해 억압됐던 신분제가 지구적 형태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3부 '탈영토화'는 공공장소의 탈영토화에 대한 논의다. 탈영토화된 공공장소로 안산 다문화거리를 꼽고, 저자 스스로 이를 관광객의 시선으로 바라본 문화기술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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