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곧 재테크인 시대가 있었다. 집이 편안하게 사는 공간이 아니라 돈덩어리였다. 로또 복권 당첨을 기다리듯 분양현장에는 밤을 새워 기다린 청약자들로 장사진을 쳤다. 집값이 많이 오를 곳을 찾아 사람들은 떠돌아 다녔다. 몇 번 이사를 하고 나면 몫돈이 생겼다. 신도시 등 개발붐이 있는 곳은 이렇게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집들은 늘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부동산 경기 하락, 아파트시장의 침체로 많이 시들해졌다. 잘 못 분양받아 놓은 아파트는 본전도 못 건질 지경이 됐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후 도심 아파트 가격의 거품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빠졌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가격이 반토막 난 아파트도 수두룩하다. ‘아파트는 재산 증식’이란 불변의 공식은 이미 깨졌고 집이 돈이 되는 시대도 지났다.
그래서 요즘엔 돈 되는 집보다 살기 좋은 집,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집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찾는 집 중에 그럴 듯 한 것이 마당있는 집, 전원주택이다.
아파트 팔고 전원주택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은 늘지만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발목이 잡혀있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속 시끄러운 것들 다 접고 귀농귀촌해 전원주택 짓고 살겠다는 꿈을 꾸는 사람들도 많다. 은퇴자들 중에는 도시 생활비를 줄이겠다는 생각에서 움직이기도 한다.
최근 세컨드하우스란 말도 자주 듣는다. 그만큼 주택 여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고 또 한편으로는 집을 잘 사고 팔아 한방을 챙겨보겠다며 눈을 번득였던 사람들, 그래서 돈을 벌어 크고 좋은 아파트도 마련해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다 인줄 알고 살았다. 하지만 그 바쁜 일상의 뒷면에는 무엇인가로 늘 허전했다. 가슴은 늘 콘크리트처럼 견고하게 굳어 있고 사람 틈바구니에서 한 푼이라도 더 건져 올리려 전쟁을 치른 눈은 충혈돼 있었다.
모든 것들을 다 이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때로는 봄비 내리는 마당이 그립고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도 그립다. 장작 타는 소리도 듣고 싶다. 특히 세컨드 하우스용 전원주택을 찾는 사람들의 심정은 그것이 절실하다. 대부분 그런 집을 꿈꾼다.
돈을 벌어주는 집이 아닌, 그동안 번 돈으로 편하게 내려놓고 쉬고 싶은 집을 찾는다. 마음을 벌어주는 집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김경래 리포터(oksigol@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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