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서학동 예술마을
눈 오는 겨울날, 난 예술가를 만나러 간다!
우리지역 예술가들이 창작을 꽃을 피우는 서학동 예술마을 찾아
가을이 채 떠나기도 전에 겨울이 온 듯 건지산의 단풍은 아직도 붉고 노랗건만 흩날리는 눈발이 그 어여쁨을 살포시 가렸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던 한여름만 하겠냐만 쌀쌀한 날씨 탓에 지역 예술계도 살짝 엉거주춤하다.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한옥마을과 마주하는 서학동은 갑작스레 불어 닥친 동장군 덕에 찾는 이의 발길이 확연히 줄었다. 눈발 날리는 날 오후, 우리지역 예술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전주의 예술마을로 자리매김해 가는 서학동 예술마을을 찾아보았다.
선생촌이었던 서학동이 예술촌으로 탈바꿈
서학동 예술마을은 예전에 ‘선생촌’이라 불렸을 만큼 교사와 학생 등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던 곳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도 전주교육대학과 부설초등학교가 곁에 있는 걸로 봐서 이곳엔 교사를 꿈꾸며 공부하던 학생들도 많았으리라.
세월이 흘러 서학동은 시가 팽창하면서 지역상권의 쇠퇴와 주거시설 낙후로 점점 쇠락해져 활기를 잃어가는 옛 도심이 됐다. 그러다 2010년 음악을 하고 글을 쓰는 부부가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 후로 화가·자수가·사진작가 등 예술인들이 하나 둘 이사를 왔고, 갤러리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금은 20가구 30여 명의 예술인들이 모여 살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남천교를 건너 발을 디딘 서학동 투어는 입구 이적요 작가의 ‘적요 숨쉬다’ 공방부터 시작된다. 주말엔 빈티지 작품과 커피도 판매한다는 이 공방을 정면에 두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엔틱가구와 소품을 판매하는 ‘마담초이’와 그 옆으로 프랑스 자수 ‘이소’와 김지연 작가의 ‘서학동 사진관’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향해 걷다보면 음악가 미술가 행위예술가 도예가 등의 공방들이 기존 주민들의 낡은 상가와 어우러져 있다.
짬을 내어 곳곳을 둘러보고 작품을 직접 감상해 보는 것도 좋으나 이들의 본업이 예술가이다 보니 주중엔 작품에 몰두 할 때가 많아 자리를 비울 때가 간혹 있다. 하지만 주말에는 인터넷과 입소문을 통해 서학동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손님 맞을 채비를 확실히 한다고.
예술가들이 예술마을 활성화에 힘모아 뜻모아!
서학동에 예술가들이 입주를 하면서 예술마을이 형성된지 삼년여가 지났다. 하지만 지자체의 지원을 바라며 예술마을로 자리매김 하기엔 현실은 너무나 냉혹하다.
이에 예술인들은 스스로 힘을 모으고 뜻을 모아 서로 소통하며 좋은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그런 창작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한 작가는 “처음엔 시내권에 있는 동네인데 전혀 도시 같지 않은 곳이었어요. 그런데 예술가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면서 이곳도 많이 변했어요. 쓸데없이 오른 땅값이 문제이긴 하지만 쇠퇴해 가던 전주의 옛 도심이 이젠 전주의 또 하나의 명소가 되어 가고 있다고 봐요”라고 말한다.
또한 서학동사진관 김지연 작가는 지난 8월부터 ‘서학동사진관 토요명화’라는 영화모임으로 이웃 주민들과 동료 예술가들 또 일반인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기도 했다.
“서학동사진관이 사진갤러리로서 자리를 잡고 그 뒤에 프랑스자수 연구가인 ‘이소’가 들어오면서 사진갤러리로서 뿐 아니라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영화모임 장소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으로 시작하였어요. 올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에 클래식 감상으로 토요명화는 시작된답니다”라고 말한다.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한옥마을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변변한 건물하나 없는 전형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던 서학동은 이제 예술인들이 자신의 공방을 개방하고 완성된 작품으로 토요장터까지 여는 등의 노력으로 서학동 예술마을을 알리는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눈오는 날, 전시회보고 볶음 우동 먹고 차한잔하고...
아직도 눈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임이 있는 아줌마이다. 어디로 가볼까 망설이다 찾은 서학동. 먼저 예술마을 입구에 서니 왠지 모르게 이곳은 골목마저도 예사롭지 않다.
아직도 공사중으로 동네에 약간의 소음이 있긴 하지만 화가가 직접 운영하는 선재갤러리에 들러 작품도 보고 공방도 둘러보았다. 주말엔 게스트 하우스로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는 주인장은 건축과 미술 인테리어 등 가진 재주도 많다.
그리고 맞은편에 작은 카페 하나. 바로 커피와 음식을 같이 판매하는 ‘극장앞 비비안’이라는 모범업소로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떡볶이와 볶음우동으로 한끼 식사는 거뜬하다. 창밖으로 펄펄 날리는 겨울눈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마냥 즐겁다.
다시 발길을 돌려 진안의 ‘계남정미소 공동체박물관’으로 이름을 알렸던 김지연 작가의 사진갤러리 서학동사진관에 들렀다. 갤러리에는 박선주 사진작가의 개인전 ‘마들렌’이 한창이라 오랜만에 문화적 호사를 누려본다.
한옥마을과는 다리 하나를 두고 있는 셈이나 그 차이는 엄청난 서학동. 한적하여 걷기 좋다고 하면 이만한 곳이 없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드물어 귀한 곳을 놓치고 가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젠 한옥마을을 찾는 이들이 서학동 예술마을까지 발을 뻗어 ‘전주에서 꼭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곳’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크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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