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역 앞에서 행정감사 준비하는 홍연아 의원

통합진보당 해산에 맞서 농성 중

지역내일 2013-11-28

지난 21일 겨울바람이 매섭게 지나가는 상록수역 광장. 출근 중인 시민들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길가에 삭발한 머리를 모자로 가린 홍연아 도의원(통합진보당, 안산시 본오1·2, 반월동)이 자리를 잡고 앉아 두꺼운 행정사무감사 책을 폈다. 통합진보당 해산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매주 목요일마다 길거리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홍연아 의원은 안산시의원을 거쳐 지난 보궐선거에서 경기도의원으로 선출됐다. 시의원 활동 당시 상·하반기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그였기에 도의회로 진출한 그녀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기대는 컸다.

홍연아

큰 기대만큼 공공산후조리원 조례안 발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바쁘게 활동하던 홍연아 의원. 소속정당 해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거리로 나왔다. 40대 여성에게 쉽지 않았을 삭발까지 진행한 홍연아 의원을 만났다.
“머리를 자를 때 가장 걱정했던 건 딸 다은이였어요. 올해 여섯 살인데 갑자기 머리 깍은 엄마를 보고 울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어요. 첫날엔 어색했는지 좀처럼 곁에 오지 않아 속상했는데 다행히 며칠이 지나서 머리도 만져보며 신기해하네요. 이런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죠”
연좌농성 중인 홍 의원 앞에는 두터운 행정사무감사 자료집이 쌓여있다. 오가는 시민들이 없는 틈틈이 자료집을 찾고 꼼꼼히 체크한다.
“자리에 앉아 일할 시간이 주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남들보다 늦게 도의회에 들어와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시의원 활동 할 때는 그래도 관심 가져주는 시민들이 많았는데 도의회는 워낙 관여해야 하는 분야가 넓어서인지 시민들이 도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라서 그런지 관심이 적어 외롭기도 하고요. 그래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어요”
늦은 출발이었지만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으로 이룬 성과도 적지 않다. 상록구 지역 고등학교 설립을 위해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고 반월지역 소방서 설립도 그녀 없이는 어려웠을 일이었다. 어디를 가나 겸손하고 부드러워 ‘우리동네 도의원’이라며 자랑스럽게 칭찬해 주시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를 겪으며 변화를 몸소 겪고 있다.
“힘내라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람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걸 느껴요.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어떤 분은 ‘아무래도 당원이라서 그런 것 같다’며 탈당을 하시고 혹시나 이 화가 당신에게도 미칠까 싶어 미리 거리를 두려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공안정국의 위력을 느낀다”는 홍의원.
그녀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국민들이 가진 정당해산 권리를 정부가 가로채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앞으로는 ‘민주’나 ‘진보’ ‘일하는 사람’ 과 같은 말들조차 금기어가 되는 세상이 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농성현장에서도 일감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홍 의원은 “언론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라 제가 시민 여러분에게 보여 온 모습이 우리 당의 참 모습이라는 걸 시민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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