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청소년 가장 큰 고민은?
학업과 진로(35%)-대인관계(20%)-일탈 및 비행(14%) 순
청소년의 7.2%가 정서와 행동발달에 문제가 있는가 하면 2.2%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통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8년째 자살률 1위라는 결과와도 무관치 않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는 일생에서 가장 자존감이 낮은 시기라고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큰 공감을 얻은 것처럼 모든 청소년은 늘 아프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청소년은 세계에서 가장 아프다.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인격까지 평가하는 풍토에서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 과다한 경쟁으로 인한 정서의 불안정은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 등의 문제로도 나타나기도 한다. 쉽게 짜증내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거나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가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우리 청소년들의 진짜 고민은 무엇인지를 알면 해결책도 보이지 않을까? 성남시청소년복지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성남시 청소년 고민의 현주소를 알아보았다.
여자 청소년 대인관계, 남자 청소년 컴퓨터 게임이 문제
성남시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2012년 센터에서 청소년 고민상담 내용을 주제별로 분석한 결과 35%의 청소년이 학업과 진로가 가장 고민이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따돌림 및 친구관계를 포함한 대인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 청소년은 20%로 그 뒤를 이었고, 일탈 및 비행 등의 문제가 14%로 세 번째로 높았다. 그 외에 자신의 성격에 대한 고민(8%), 가족문제, 컴퓨터(게임), 자살 및 정신건강 문제는 각각 7%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자 청소년은 학업과 진로, 여자 청소년은 대인관계에 대해 가장 많이 상담했다. 학업과 진로 문제는 남자 청소년(34%)과 여자 청소년(32%)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반면에 2위인 대인관계 문제는 남자 청소년 19% 여자 청소년 31%로 나타나 여자의 경우 친구 등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이 남자보다 10%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자 청소년은 컴퓨터(게임)중독 문제를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성남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김영환 위기지원팀장은 “상담센터를 찾은 청소년들은 성적과 대학진학 그리고 앞으로 진로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이 가장 크다”고 설명하며 “성향적으로 여자 청소년은 친구나 선생님, 부모와의 관계, 남자 청소년은 게임중독이나 일탈행위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호소문제별 상담통계 그래프 (2012년)
성남시 청소년 학업중단률 경기도에서 가장 높아
위기를 겪는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를 떠나기도 한다. 경기도 재학 청소년수 1,690,230명 중 성남시 재학 청소년 수는 129,438명으로 7.6%이며, 경기도 전체에서 학업을 중단하는 청소년 수는 20,509명이다. 성남시의 경우 2012년에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수가 2,509명으로 12.46%에 이른다. 이는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학업중단 이유는 다양하다. 김영환 팀장은 학업중단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담 결과 학교생활 부적응-건강 및 질병-가정(가족)문제-일탈 및 비행-유학 순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학업을 중단한 이후 진로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취업 및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기도 한다. 극소수의 학생들은 대안학교 입학이나 유학길에 오르기도 한다.
학업을 중단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이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꾸준한 상담 및 자활의 기회를 주어 다시 학업에 복귀하도록 돕거나 직업 및 진로와 관련한 관리를 통해 사회에 진출하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업 중단을 결정하기 전에 센터를 통해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성남시는 장기결석 혹은 학업중단 징후를 보이거나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외부 전문 상담 및 심리검사를 받게 하여 2주 이상 숙려하는 기간을 갖도록 하는 제도인 학업중단 숙려제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전화 1388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학업중단 이후 어떤 결과들이 있을지 구체적으로 탐색해 보지 않고 학업을 중단하는 것은 후회할 수 있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김 팀장은 설명한다.
*성남시 청소년 학업중단률 표
성남시, 지역사회와 연계한 위기청소년 고민해결 시스템 구축
고민과 문제는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상담을 신청하면 맞춤형 상담을 통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청소년육성재단 산하 성남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에 대한 고민상담부터 위기청소년 긴급구조, 자활 의료지원 등의 청소년 문제 전반에 대한 업무를 수행한다. 대인관계, 가족갈등, 성격, 성적 및 진로문제, 인터넷 중독, 학교폭력 등 고민을 겪는 청소년들은 1388으로 전화하면 연중무휴 24시간 1대 1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심리검사, 치료, 진로탐색, 학습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청소년 고민의 많은 부분은 부모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센터에서는 학부모 상담 및 교육도 실시한다. 그 외에도 카운슬러대학, 학교폭력, 또래상담지도자 등의 청소년 지도 양성과정도 운영 중이다.
성남시가 운영하는 지역사회청소년 통합지원체계(CYS-Net)는 지역사회안전망을 구축해로 위기 청소년들의 심리적, 경제적, 학업적, 대인 관계적 어려움들을 지역사회 내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연계하여 청소년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다.
김 팀장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CYS-Net의 허브기관으로써, 사례 평가 후 문제해결에 필요한 상담 및 각종 서비스 연계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밖 청소년들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멘토가 되어 학습 및 직업 등에 대한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고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인 ‘해밀멘토링’, 검정고시 학원과 대안 학교와 연계, 복교 및 상위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해밀교실’도 운영 중에 있다.
*인터뷰 - 성남시청소년복지상담센터 정선화 소장
“자녀는 부모가 믿어주고 존중해주는 만큼 자랍니다”
성적으로 아이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많은 청소년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20년 가까이 청소년들의 고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어 온 정선화 소장은 우리사회가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때라고 강조한다.
“성적이라는 결과만으로 청소년들을 평가하는 사회풍토가 가져온 문제를 우리는 거의 매일 부딪히고 있어요.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그리 쉽고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세상에서 우리 아이를 보듬어야 하는 것은 바로 부모입니다.”
위기의 청소년들 대부분은 부모와의 갈등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정 소장의 설명.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질병이 그렇듯이 청소년 문제는 발생한 이후에 해결하는 것보다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고, 그 해답은 가정에서 출발하고 부모와의 관계에서 나온다고 정 소장은 조언한다.
“자녀의 장점을 보려고 하기보다는 단점이 먼저 보이게 마련이죠.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더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적을 하게 되지만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은 조건부 사랑이에요. 자녀는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아이가 나를 보고 웃어주기만 해도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 보세요. 그것이 진짜 사랑입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우리 아이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에서 아이에 대한 존중은 시작된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자아존중감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는 정 소장.
“청소년기의 문제는 어느 한 가지가 아닌 학업, 정서 등의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히어 일어납니다. 유아기부터 아동기에 걸쳐 형성된 부모와의 관계가 청소년기에 비로소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꽃은 없습니다. 장점을 보려는 눈을 가지면 칭찬하게 되고 칭찬하면 예뻐집니다. 자신감은 부모에게 인정받았을 때 가장 큰 자신감이 나온답니다.”
정 소장이 청소년 상담 못지 않게 중요하게 추진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부모상담과 부모교육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른들이 믿어주고 존중해주었을 때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고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그는 수많은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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