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은 아름다운 봉사이자 세상을 바꾸는 힐링입니다”
누구나 원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지식은 쌓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활용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법. 발명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사고의 결과물이며 사람에 대한 배려다. 올해로 18년째 과학과 발명을 통한 창의적인 인재 발굴을 위해 힘쓰고 있는 교사가 있다. ‘발명교육의 멘토’로 불리는 낙생고등학교 서재흥 선생님. 그는 발명유공자로 선정되어 대통령상 및 녹조근정훈장 포상, 한국교육자 대상, 오늘의 과학교사상, 대한민국 발명교육대상 등 수상경력을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나라 발명교육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공부에 관심 없는 학생들, 발명반 개설해 명문대 진학시켜
“공부에 관심 없는 제자들에게 즐거움과 성취감을 선물해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 발명교육이에요. 그때가 1995년이니까 18년 전이네요. 처음엔 그냥 ‘교과서 없이 놀자’로 시작했죠. 발명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가 조금씩 좋아하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지금은 전국적인 명문고지만 사실 비평준화 시기이던 당시 낙생고는 지역의 대표적인 비선호 학교 중의 하나였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 혹은 소위 ‘문제 학생’이 많다보니 제대로 된 교육을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서 교사는 교과서 중심의 공부를 강요하기 보다는 뭔가 이들에게 적합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는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아이들과 전국과학발명대회 출전을 계획했습니다. ‘발명야자’까지 하면서 연구에 몰두한 결과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죠. ‘해도 안 된다’던 아이들이 ‘하면 된다’를 배우게 되면서 이후 각종 발명대회에서 수상을 휩쓸었습니다. 내친김에 세계발명대회에도 진출해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습니다.”
달콤한 ‘성취감’이라는 것을 맛본 학생들은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서 교사는 회상한다. 당시 발명반 학생들 대부분은 특기자로 명문대에 진학하기도 했다.
발명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최고의 봉사
발명을 통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노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보는 것이 그로서는 가장 큰 보람이고 행복이다. 발명이 그저 발명품을 만들거나 진학을 위한 스펙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출발선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발명교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는 서 교사.
“고교시기에 하나의 발명을 했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과정을 통해 그 이상의 것을 배우고 터득하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부터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시대를 앞서나가는 안목도 생기게 됩니다. 발명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 시대 최고의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불편과 고통을 모르면 좋은 발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단지 뭔가를 발명해 봐야겠다는 생각만으로는 결코 좋은 발명이 나올 수 없다고 서 교사는 단언한다. 발명가를 돈키호테처럼 엉뚱하고 현실성 없는 사람이라고 보는 시선도 편견에서 나온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한 제자가 있어요. 아프리카 선교원이 되는 것이 꿈인 친군데,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거동이 불편한 분들과 늘 함께하다보니 조금이라도 그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필요한 것들을 발명했어요. 그렇게 발명한 특허가 5개나 되요. 이렇게 발명의 밑바탕에는 짙은 휴머니즘이 있습니다.”
‘모범생’보다는 ‘모험생’이 세상을 바꾼다
무엇을 위한 발명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발명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고 창의적인 발명이라는 말하는 서 교사. 발명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문학에도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자들에게 ‘모범생’보다는 ‘모험생’이 될 것을 주문합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에 몰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그러나 명문대일수록 창의성과 인성을 성장잠재력으로 보고 있어요. 그 과정에 열정과 진정성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요.”
서 교사는 그동안 출간한 책만도 10권이 넘는다. 최근에는 지난 18년 간의 발명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어냈다. 『세상을 바꾸는 힐링타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은 사실 그가 제자들을 비롯한 모든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만 그들의 방식을 삶에 적용시켜보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은 애초부터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면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발명부를 지도해오면서 도전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쓰게 된 책이랍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발명에 관심 갖도록 노력할 터
그는 발명교육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다. 특허청 발명지도 직무연수 강사이면서 한국발명진흥회 사이버 아이피티처 연수 강사, 전국단위 교육청에서 교사직무 연수를 맡고 있는가 하면, 초·중·고·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인재의 모습과 창의적인 생각, 아이디어 발상기법 및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진로교육 강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사회는 모범생을 선호하지만 정작 세상을 발전적으로 바꾸는 사람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같은 모험생들입니다. 그들의 상상은 현실이 됐고 그 기술이 가져다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죠. 발명교육자이기 이전에 저는 고등학교 과학교사입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하는 임무도 가지고 있죠. 제가 무엇보다 학교 수업을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분초를 다투며 입시 공부에 몰두하는 학생들. 그들에게 창의적인 발명교육을 더할 때 가져오는 시너지 효과를 그는 너무나도 잘 안다. 그가 발명교육에 손을 놓지 못하고 저변확대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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