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희망나눔재단 복지강연회 지상중계 - 임정엽 완주군수

"주민 자존감 살리는 복지로 가야"

지역내일 2013-11-23

지난 2009년 출범한 (사)전북희망나눔재단이 지난해 3월부터 복지강연회를 열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선택·보편복지 논쟁이 촉발됐지만, 정작 복지의 현장이라 할 수 있는 지역사회에선 복지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낮은 점에 착안한 기획이다. 재단측은 그간 복지정책과 관련한 국내외의 사례, 제도와 대책 등을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 강연 형식으로 풀어냈다. 복지업무 종사자는 물론 학생,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지난 11월11일엔 15번째 강연회로 임정엽 완주군수를 초청 "복지로 가는 길, 완주군수에게 묻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완주군은 복지부의 민관협력 평가에서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되는 등 남다른 복지시책으로 주목을 받았다. 임 군수는 특히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를 이끌면서 사회적경제와 지역복지를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복지정책을 추진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월11일 전주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열린 임 군수의 강연회를 지상중계한다. 



"두레농장 덕에 며느리 앞에 당당하다"
완주군 인구 8만7000여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9.2%다. 봉동이나 삼례 등 전주시 인근 지역을 뺀 8개 지역은 29%가 넘는다. 초고령 지역이라 해도 무방하다. 농촌지자체가 비슷하지만 노인층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이고 행복감을 줄 것이냐가 복지대책의 주 내용이다. 통상 복지를 말할 때 저소득층의 삶을 개선하는 선별적 복지와 주민의 행복도를 높이는 보편적 복지로 분류한다. 그런데 지자체마다 예산규모나 사정이 다 다르다. 그런데 모든 지자체가 한정된 복지예산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한다. 주민들의 욕구와 방향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지자체 예산은 한정돼 있다. 복잡하니까 얼마씩 나눠주면 될까 쉬운 방법을 택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복지의 기본개념은 단순하다. 주민들이 행복해하고, 지역에서 계속 살고 싶고.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그런데 기존 방식대로 하면 어른들에게 돈 몇 푼 나눠주는 것으로 끝난다. 복지예산이 효율을 내기 어려운 방법이다.
민선 4기부터 배정된 복지예산을 가장 효율적이면서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곳에 쓰는 방법이 뭘까 고심했다. 책상머리에서는 안 나온다. 할머니들 만났더니 "병원 덜 가고, 손주들 용돈 좀 줘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어떤 분들은 "혼자 밥 먹는 시간이 제일 힘들다"면서 대화상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의견들을 모아서 출발한 것이 ''두레농장''이다. 텃밭에서 할머니들이 함께 농사를 지어서 장터에 파는 방식인데 마을특징을 고려해서 각기 다르게 했다. 제법 큰 돈이 들어가는 시설은 행정이 담당하고 뭘 심고,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주민들이 결정했다. 일거리가 생기니까 노인들 병원가는 횟수도 줄어든다. 큰 돈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니 자식들 앞에서도 당당하다고 하신다. 음식 솜씨 좋은 분들 모아서 뷔페식 농가레스토랑 만들었다. 하루 5시간 정도 일하고 60~7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통장 내보이면서 "며느리한테 당당하다"고 좋아하신다.
경로당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비도 늘렸다. 자식들이 보일러 기름 잔뜩 채워놔도 겨울내내 전기장판만 틀고 지내는 게 우리 어른들이다. 경로당 100곳에 겨울철 3개월간 270만원 난방비로 지원한다. 3개월간 경로당서 함께 지낸다. 말동무도 생기고 서로 안부를 챙긴다. 다른 지자체는 예산문제 들어서 중단하거나 줄이는 곳 많다. 솔직히 말해 몇 억원 다른 곳에서 아끼면 된다. 경로당 지원금 조금 늘렸다고 지자체 사업 못하는 것 아니다. 지원금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따라가야 한다.


주민 자존심 되살려 준 로컬푸드
완주 로컬푸드 사업도 마찬가지다. 그간 정부나 지자체의 농촌에 대한 지원은 대농-젊은층 중심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0.5ha에도 못미치는 땅에서 연간 몇백만 소득이 전부인 주민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각종 정책의 지원대상이 안된다. 백날 직거래장터 해봐야 이 분들 손에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다. 고령의 소농가 114개 생산공동체가 구성돼 1500농가가 농산물을 생산해 로컬푸드 매장에서 판매한다. 참여하는 분들 생활이 달라졌다. ''아플 시간이 없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돈 벌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농촌의 주인으로, 대접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생산적 복지라는 것이 어려운 말이 아니다. 복지와 지역경제가 함께 어우러지는 ''협동경제''의 틀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한다. 로컬푸드 운동이 그 연장선이다. 행정과 주민, 도시와 농촌, 복지와 경제가 함께 어우러진 정책이야말로 지속가능성을 갖는다고 믿고 있다.   

정리 이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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