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들어서니 리본이 매달린 화분들이 눈에 띈다. 11월 1일자로 대전서구지역자활센터 센터장으로 취임한 김선경(39) 씨에게 보내는 축하와 격려의 화분들이다.
지역자활센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지정받은 민간기관이다. 1996년 5개소의 시범 자활지원센터 운영을 시작으로 2013년 현재 전국적으로 247개의 지역자활센터가 있다. 지역 저소득 주민의 자립의욕과 기술능력을 향상시켜 소득 창출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안정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을 지원한다. 참여자들이 일하는 성취감을 경험하고 삶의 희망을 가지고 스스로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살 맛 나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다.
‘행복자전거‘ 등 10여개의 자활근로·공동체사업
대전서구지역자활센터는 사단법인 실업극복시민연대 ‘일어서는사람들’이 2001년 7월 보건복지부 지정 자활후견기관으로 지정받으면서 출발했다. 주민연대사업, 교육문화사업, 지역사회보호 및 가족기능강화 사업을 기반으로 통합적인 자활지원 및 지지사업을 한다.
아파트의 버려진 폐자전거를 수거해 리폼해서 판매하는 ‘행복자전거사업’은 서구지역자활센터의 대표적 자활근로사업이다. 폐가전제품 재활용사업인 ‘도시광산사업‘, 다육식물을 판매하는 ’행복다육나라‘, 꽃배달서비스 ’엔젤플라워‘를 비롯해서 8개의 자활근로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자활공동체로는 최근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정부양곡 배송업체 ’행복물류산업‘을 포함해 9개의 사업체가 있다. 그 외 외부지원사업과 자활교육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16명의 직원과 400여 명의 사업참여자들이 있다.
창립멤버로 센터장 취임
대전지역 5개 지역자활센터장들 중 김선경 센터장이 가장 젊다. 하지만 2001년 실업극복시민연대 때부터 함께 10여년을 센터와 함께 했으니 짧기만 한 경력도 아니다.
고등학교 때 교회 고등부 활동을 하면서 봉사활동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졸업 후 일반 기업에 취업해 1년 정도를 다니면서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많았다“고 한다. IMF와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해 복지관에서 1년 동안 일을 했다.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재가복지봉사센터에서 어르신 가정방문과 밑반찬 배달을 하고 상담을 하면서 ”일은 힘들었지만 살아있다는 느낌과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되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실업극복시민연대에서는 실업자종합센터에서 구직상담을 주로 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주로 40~50대의 중장년층을 만나고 함께 일을 해서인지 나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편안하다.
자활사업과 함께 달려온 청춘
서구지역자활센터 초창기에 규모가 작았을 때는 사업참여 주민이 20여명에 불과했다. 28살에 결혼 후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일도 힘들고 직장 내 관계도 힘들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갈등이 많았다. 그런데 “출산휴가 3개월을 보내면서 오히려 일에 대한 갈급함이 생겼다”고 한다. 복직을 하고 나서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일을 했다. 사람이나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주위에서도 그를 보고 출산 후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 후 3~4년간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자활사업이 확장되던 시기였고 팀워크도 좋았다. 주중에는 센터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는 새벽차를 타고 서울로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왕성한 에너지로 일을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땐 어떻게 그렇게 일을 했을까 싶다. 3살 터울로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 전날도 밤 12시까지 일을 하다 퇴근했다. 다음날 예정일보다 2주 먼저 양수가 터지면서 출산을 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그때는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센터에서 일을 해온 10여 년 동안 힘든 때도 있었다. “제게 사업참여자들은 파트너이고 동료이고 동지예요. 그 분들께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아요” 라며 “여태까지 지탱해올 수 있었던 건 그분들 덕”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대전지역 최연소 여성 지역자활센터장으로서의 힘찬 활동을 기대해 본다.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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