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물드는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새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기온이 내려가면 주부들의 바깥활동은 줄고 따뜻한 공간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실내 활동이 늘어난다. 특히 이맘때면 뜨개질이나 십자수 등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기 시작하는 주부들도 하나 둘씩 늘어난다. 아이들 모자나 장갑 등 방한용품을 만들기도 하고 에어컨 커버나 김치냉장고 덮개를 만들며 감춰둔 솜씨를 한껏 발휘하는 시간이다. 올 겨울에는 뜨개질 보다 다양한 소품제작이 가능한 퀼트 배우기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여러 색깔과 무늬의 천으로 그림을 만들고 솜을 넣어 누비는 퀼트. 지갑, 가방, 쿠션, 이불 등 생활용품에서 벽걸이용 예술품까지 퀼트의 세계는 끝이 없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예술작품
퀼트가 인간의 삶과 함께 해온 역사는 오래전이다. 짐승의 가죽을 벗겨 투박한 돌 바늘로 이어 옷을 만들어 입었던 선사시대부터 시작된 기본적인 바느질이 곧 퀼트의 시작이다.
고잔동에서 퀼트 샵 ‘유리의 퀼트와 꽃차’를 운영하는 우유리씨는 “요즘 미국은 제2의 퀼트 전성시대에요. 10세 아이들을 위한 퀼트 콘테스트가 있고 수상자에겐 장학금까지 주죠. 작품성이 높은 퀼트는 경매를 통해 팔리고 퀼트 작품을 해설하는 큐레이터까지 있으니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바느질의 경지를 뛰어 넘었다고 봐야죠”라며 웃는다.
하지만 아무리 크고 아름다운 퀼트 작품이라도 바느질 한 땀 한 땀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단순함이 바로 퀼트의 매력이다. 퀼트는 디자인한 조각을 이어 붙이는 패치워크 작업, 작업한 패치를 원단에 덧붙이는 아플리케작업으로 이어진다. 모든 작업은 손바느질로 진행되는 만큼 단순하고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작은 소품은 며칠 만에 완성되기도 하지만 규모가 큰 것은 6개월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리는 작품도 있어요. 내 손으로 각기 다른 재료를 이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후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런 매력 때문에 퀼트 매니아들이 생겨나는 것”이라는 우유리씨.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도 퀼트의 또 다른 매력이다. “요즈음 인터넷으로 퀼트 재료를 패키지로 파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그런 방법은 퀼트의 진짜 재미를 알 수 없죠.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그에 맞는 색상의 원단을 고르는 모든 과정이 퀼트입니다. 그냥 남들이 해준 것을 꿰메는 것은 단순한 노동이죠. 바이어스는 왜 3.8㎝로 하는지, 시접은 왜 꼭 0.7㎝여야 하는지 퀼트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것들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숨어있어요. 마치 바람과 태양과 공기가 중요하듯이 말입니다”
꽃차 마시며 퀼트하는 공방 ‘유리의 퀼트와 꽃차’
기다림에 서툴고 뭐든 성급히 끝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퀼팅 시간은 때로는 치료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퀼트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여성들도 많고 작품 활동으로 새로운 인생을 찾아간 사람들도 많다. 안산에도 퀼트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둘러보면 제법 있다. 그 중 고잔동 ‘유리의 퀼트와 꽃차’는 특이하게 퀼트와 꽃차 제조법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일본 평생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국제퀼트자격증을 갖춘 우유리씨가 퀼트와 꽃차 제조법을 가르친다. 퀼트는 초급반과 중급반, 소품반, 임산부반으로 나눠 진행하고 방학 중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방학특강반도 운영할 계획이다.
우유리씨는 “퀼트를 배우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해 저녁반도 운영할 계획이에요. 전 과정은 본인이 직접 원단을 선택하고 단품을 제작할 수도 있다. 또 수시로 오픈강좌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귀뜸한다.
직접 기른 꽃을 따서 약한 불에 덖었다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 꽃 특유의 향기와 색깔을 우려내는 꽃차과정은 소물리에반과 마에스트로반으로 나눠진행한다.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말린다는 ‘구중구포’의 긴 시간이 필요한 꽃차를 만드는 과정도 퀼트와 마찬가지로 느림의 철학이 담겨있다.
겨울이 오기 전 ‘유리의 퀼트와 꽃차’에서 퀼트의 매력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 꽃차의 향기와 느긋한 바느질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줄 것이다.
유리의 퀼트와 꽃차 031-484-5011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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