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남원 광한루원
지고지순한 사랑과 예술의 향기가 그윽한 남원 광한루원
국악뮤지컬로 탄생한 ‘가인춘향’이 남원 여행의 재미 더해
들판에 오곡백과가 익어가고 하늘과 땅이 가을로 물들어 가는 요즘, 추석과 함께 찾아온 긴 연휴 덕분에 올 추석연휴엔 유독 가족여행을 계획한 이들이 많다. 멀리는 국외여행부터 가깝게는 고향에서 가족들과 정을 나누며 한가로이 연휴를 보내는 모습들인데.
리포터는 늘 고향과 전주를 오가며 중학교 수학여행 때 찾았던 광한루원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그 이후론 발길이 없었던 곳이라 올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찾아보았다. 수학여행 단체나 외지 관광객들로 붐비는 평일과는 달리 가족단위 관광객들로 꽉 찬 휴일의 광한루원은 남원 시민들의 최고의 쉼터임을 보여주었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 춘향전의 무대 ‘광한루원’
광한루원(063-625-4861)은 경회루, 촉석루,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에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이다.
우리가 아는 광한루원은 춘향전의 무대인 광한루에서 이몽룡이 성춘향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이야기 곧 ‘춘향전’이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남원하면 광한루원, 광한루원 하면 춘향전으로 연결되기도 하는데. 광한루원 안에는 광한루라는 누각이 있는데 세종 때 황희정승이 광통루를 세운 뒤 정인지에 의해 광한루라 개칭되었다 전해진다. 그 후 정유재란 때 전소되었다 다시 복원되는 등의 고난을 겪으며 지금의 품격있는 한국 전통 정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광한루 전면에는 요천으로부터 물을 끌어들여 만든 연못이 있다. 연못 중앙에는 아직도 선홍색 빛을 띤 백일홍과 상사화가 수줍은 여인의 마음을 알리는 듯 화사함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연못을 가로지르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담긴 오작교에는 잉어와 눈을 맞추려는 어린이 손님들이 가득하다. 광한루원 안에는 광한루 외에도 열녀 춘향의 굳은 절개를 영원히 흠모하기 위해 건립한 논개사당과 그 안에 춘향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다.
“춘향이 미인은 미인이었구만. 이몽룡이 반할만도 했겠어. 요즘 세상에도 통하는 미모네”라며 춘향의 영정을 본 관광객들이 입을 모은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속 축제인 춘향제가 열리는 수중무대의 배경이 되는 완월정과 우리나라 고전 ‘춘향전’의 무대가 된 월매집도 둘러볼 만하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남원다운 공연 ‘가인춘향’
토요일 오후에 광한루원에서 맞이하는 황혼은 특별한 체험이다. 남원시민이라도 년 중 광한루원의 야경은 보기 어렵다는데. 그렇기에 남원시립국악단이 펼치는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 ‘가인춘향(063-620-6167, 6767)’과 함께 광한루원의 야경을 동시에 감상하기에는 지금이 적기이다.
‘가인춘향’은 광한루원 수중무대에서 펼쳐지는 국악 뮤지컬이다. 전통예술의 대중화를 지향하며 현대화와 세계화를 위해 판소리 춘향가에 세련된 색체를 입혀 우아한 선율위에 화려한 색감을 더한 공연이다. 성춘향과 이몽룡이 들려주는 사랑의 속삭임도 감미롭지만 방자와 향단이가 이끌어 가는 극의 재미도 뛰어나다.
내뱉듯이 시원하고 힘 있는 소리 속에 출연자들의 떨림과 호흡소리를 현장에서는 직접 느낄 수 있다. 또한 출연진들의 수준 높은 예술성과 열정은 관객들에게 가슴깊이 파고드는 감동을 선사하고 우리의 소리에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웃음을 선사한다.
10월 1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30분동안 공연이 펼쳐진다. 광한루원은 주간에는 입장료가 있지만 국악 뮤지컬 ‘가인춘향’ 야간 상설 공연시에는 입장과 관람료가 무료이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먼저 경관등이 켜진 광한루원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요천에서 콸콸콸 흘러들어오는 물소리며 대나무 숲에서 부는 바람소리, 그리고 조명에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광한루는 한폭의 그림 같다.
광한루원, 재미를 더할 수 있는 팁 세가지
학창시절 수학여행에서 만난 그때의 광한루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자니 아직도 가슴이 콩닥콩닥 한다.
키가 자라서일까 눈이 그동안 호사를 누려서일까. ‘넓다’라는 느낌보다 ‘아담하다’라는 느낌이 와 닿는 광한루원.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광한루원을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까?
광한루원을 찾은 광광객들에게 물었다. 광한루원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 첫째 함께 한 이와 성춘향 이몽룡이 되어 보는 것이다. 잔디밭 한편에 전통 한복을 대여해 주고 기념사진(대여 1인 2,000원, 기념사진 5,000원)을 촬영해 주는 부스가 있다. 일 년에 한번 입어보기 힘든 한복도 입어보고 우리 모두 찰칵! 두 번째는 춘향이가 치맛자락 날리며 타던 길이가 10미터도 너머 됨직한 그네도 뛰어보고 이도령과 성춘향이 만나던 오작교를 건너보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오작교 아래 연령이 수십년(?)은 되어 봄직한 잉어떼에게 먹이를 주며 놀라움을 만끽해 보는 것이다.
“와! 괴물이다. 어떻게 잉어가 이렇게 커?”라며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고즈넉한 옛 정원이라고만 여겼는데 남원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광한루원. 가족들과 함께 간단한 먹거리와 과일 차를 나누며 잔디밭에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전통과 현대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있음이다.
전통으로만 남아 거리감을 주는 것보다 가까이 있으며, 늘 아낌을 받고 즐거움을 나누는 그들의 공존이 새삼 고맙다. 밤기운이 차다. 광한루원에도 이제 가을이 내려앉는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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